광주 폴리2 프로젝트

건축물로 도시를 재생한다

건축물을 통해 도시를 활성화하는 광주시의 야심 찬 계획

광주 폴리2 프로젝트

디자인 데이비드 아자예

광주천 제방에 위치한 이 작품은 공원의 풀숲과 징검다리, 그리고 인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계단이자 시민들을 위한 야외 휴식 공간이다. 건축물의 형태는 한국의 전통 정자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이 독서실에는 인권을 주제로 한 도서 200여 권을 비치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철학가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은 강연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공적 영역의 소멸’을 지적했다. 시민들이 공유하고 평등하게 누려야 할 공공 영역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 극좌에 가까운 지젝의 정치적 성향을 감안해보면 그의 주장은 다소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공공 영역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11월 10일 선보인 광주 폴리 2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완성도 높은 건축물을 도심 곳곳에 세워 도시 재생에 이바지하겠다는 취지의 프로젝트는 2010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처음 출발했다. 유럽의 대저택 정원에 있는 장식적 건축물에서 유래한 폴리(folly)는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하지만 광주 폴리 프로젝트 2는 완성도 높은 건축물에 실용성과 기능성을 가미해 폴리의 의미 자체를 전복시켰다. ‘인권과 공공 공간’을 주제로 8개의 폴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 중 서도호와 서아키텍스 서을호 대표가 디자인한 틈새호텔은 2010년 첫선을 보인 틈새호텔의 단점을 보완해 보안을 강화하고 경량화하는 등 한 단계 발전된 모습으로 선보였다.

중국 건축가 아이웨이웨이가 디자인한 조립식 포장마차와 덴마크의 아티스트 그룹 수퍼플렉스(Superflex)가 만든 ‘유네스코 화장실’ 역시 실용성을 염두에 둔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 광주 폴리의 또 다른 특징은 건축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점. 렘 콜하스(Rem Koolhaas)는 독일 작가 잉고 니어만(Ingo Niermann)과 함께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옆 길목에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작품 ‘투표’를 만들었고 가나 출신의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David Adjaye)와 소설가 타이예 셀라시(Taiye Selasi)는 광주천 주변에 시민들을 위한 야외 독서실을 만들었는데, 이런 지식인들의 참여가 광주 폴리의 깊이를 더했다는 것이 주된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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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gwangjufolly.org
1 기억의 상자

디자인 고석홍, 김미희

이번 프로젝트에는 광주 폴리 재단이 진행한 현상 설계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이 포함됐다. 두 젊은 건축가는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커 룸을 시민들을 위한 작은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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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gwangjufolly.org
2 포장마차

디자인 아이웨이웨이

광주시민운동 당시 포장마차 주인들이 시위에 참가한 광주 시민들을 위해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했다는 이야기에서 착안했다. 포장마차의 기능, 경제성, 역사를 바탕으로 도시와 인간, 공공 공간에 대해 탐구한다. 큐브 형태의 포장마차 외관에는 모든 조리용품을 걸 수 있도록 디자인해 효율성과 기능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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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gwangjufolly.org
3 투표

디자인 렘 콜하스

렘 콜하스와 잉고 니어만이 협업해 만든 ‘투표’는 공공 참여를 독려하는 프로젝트다. 바닥에는 ‘예’, ‘아니오’, ‘중립’의 세 가지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이곳을 밟고 지나가면 첨단 디지털 시스템이 표를 자동 집계한다. 이 작품은 매주 “당신은 성형수술에 찬성하십니까?” 등 논란이 될 만한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비단 예술가나 지식인만이 아니었다. 광주 폴리 프로젝트는 기획 초기 단계부터 시민 협의회를 구성해 광주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폴리 1을 진행할 당시 관리 부실 등의 문제점이 발생한 것을 감안해 렘 콜하스의 작품은 광주 시내의 한 시민 단체가 관리하게 했다. 건축가 듀오 고석홍과 김미희가 지하철역 라커 룸을 이용해 만든 작품 ‘기억의 상자’도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맡아 관리하게 된다고. 이 밖에도 이스라엘 출신 건축가 에얄 와이즈만 (Eyal Weizman)이 세계 전역에서 벌어진 시민 운동에서 착안해 만든 작품 ‘혁명의 교차로’와 인도의 아티스트 그룹 락스 미디어 컬렉티브(Raqs Media Collective)가 지하철 차량을 이용해 만든 ‘탐구자의 전철’ 역시 광주의 역사와 시민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이용우 대표는 “삶의 터전을 보존하고 돋보이게 하는 것이 폴리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밝히며 “앞으로 폴리가 광주의 미학적 축으로 발전하길 바란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2010년 처음 광주 폴리가 시작되었을 때 운영·관리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적 목소리도 많았다. 시민 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한 이번 프로젝트가 기존의 논란을 불식시키고 건축물을 통해 도시를 활성화하겠다는 광주시의 야심 찬 계획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www.gwangjufolly.org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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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만들어내는 공공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17세기 중반 탄생한 폴리는 역사적으로 광기와 해학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 비평적 관점에서는 미학적 자율성과 사회·정치적 잠재력도 함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공공 공간에 개입하는 전략적 공간인 셈이다. 광주 폴리 2 프로젝트에서는 큐레이터의 관점으로 폴리가 갖고 있는 다의성을 활용하고 공공 장소의 본질적 의미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주력했다. 폴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든 건물들이 때로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이는 동일한 목소리가 아닌 차이를 만들어내는 공간으로서의 공공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26호(2013.12)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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