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 레어로우 양윤선
철제 가구 전문 브랜드 ‘레어로우’가 지난해 9월 브랜드 리뉴얼을 선언했다.
철제 가구 전문 브랜드 ‘레어로우’가 지난해 9월 브랜드 리뉴얼을 선언했다. SNS에는 패션 화보와 아트 필름을 연상시키는 제품 이미지와 영상이 업로드되었고, 리뉴얼한 장한평 쇼룸에서는 다채로운 색의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레어로우를 이끄는 양윤선 대표는 철제 가구는 차갑고 투박하다는 편견을 바꾼장본인이다.
철물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 철제 집기 전문 제작 회사 심플라인을 운영하는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철과 인연을 맺은 양윤선 대표는 ‘보기 드문’을 뜻하는 레어rare와 ‘날것’을 뜻하는 로우raw를 합쳐 2014년 브랜드 레어로우 Rareraw를 론칭했다. 철제 집기를 직접 생산하는 공장을 보유한 모회사 심플라인 덕에 양윤선 대표는 다른 철제 가구 브랜드와 달리 가구 제작 단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관리할 수 있다. 또 사내 디자인 연구소가 제품 설계를 전담해 구조 설계와 생산 과정에서 디자인이 변질될 가능성을 차단했다. 덕분에 레어로우는 0.1mm의 디테일까지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생산한 가구를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가구를 여의도 글래드호텔,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 아모레 성수, 지웰홈스 등 여러 공간에 설치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레어로우가 주목받는 또 다른 비결은 바로 디자인 컬래버레이션. 내부 디자인 팀 외에도 최중호 스튜디오, 바이빅테이블, 클리어비 등 여러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하며 철을 다채롭게 변주한다. “레어로우는 디자인 전문 회사가 아니라 가구 브랜드예요. 우리만의 디자인이 필요하지만 무조건 내부에서만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협업을 통해서도 우리만의 정체성을 잘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생산과 물류, 판매 전략 등에 얽매이지 않는 외부 디자이너들이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만든 제품으로, 양윤선 대표는 철제 가구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외부 스튜디오와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한편, 내부에서는 브랜드 리뉴얼을 기점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철제 가구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부터 리빙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것. 앞으로는 철 외에도 다양한 소재를 조합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리뉴얼 전에는 100% 철만 사용했지만 이제는 달라요. 리빙 브랜드의 가구라고 생각하면 굳이 철만 고집할 필요는 없죠. 다른 소재와 만났을 때 오히려 철의 강점이 드러날 수도 있고요.” 양윤선 대표는 얇으면서도 튼튼한 특성은 살리되 목재, 패브릭, 유리등 다른 소재의 장점을 결합하겠다고 말했다. 색감도 달라졌다. 리뉴얼 발표 직후 최중호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출시한 제품에서 그 변화가 확연히 드러난다. 빨강, 파랑, 노랑 등 비비드한 컬러의 코비 소파Kovy Sofa, 멀리서도 눈에 띄는 오렌지색을 메인 컬러로 한 파사데나 테이블 & 체어Pasadena Table & Chair까지. 아트 필름을 연상케 하는 프로모션 영상도 흥미롭다. 20~30대를 타깃으로 명확히 설정해 이들에게 소구하겠다는 의도가 느껴진다. 이렇듯 양윤선 대표는 최근 다방면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을 본질이 있다. 견고한 철과 디테일을 완벽히 구현하는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좋은 가구를 만들겠다는 것. 철처럼 단단한 본질을 받침대 삼아 양윤선 대표와 레어로우는 이제 막 두 번째 장으로 넘어가려는 참이다. 글 박종우 기자
대학에서 공간 디자인을 전공한 뒤 2014년, 아버지의 철제 집기 전문 제작 회사 심플라인을 모회사로 한 철제 가구 전문 브랜드 레어로우를 시작했다. 포 퍼니처 시리즈, 0.1 드로어, 시스템 000 시리즈 등 철의 물성을 매력적으로 살린 가구를 제작한다. 최중호 스튜디오, 바이빅테이블, 클리어비 등 외부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해 독창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였다. 리빙 브랜드로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2021년 9월 브랜드 리뉴얼을 실시했다. rareraw.com
디자이너가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철제 가구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AI 디자이너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디자인마저 AI가 사람보다 잘하게 된다면, 뭘 더 잘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곳
지난 12월 성수동에 오픈한 LCDC 서울.
2022년 활약이 기대되는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방 & 쇠데르스트룀 Wang & Söderström.
최근 거슬리기 시작했거나 지긋지긋한 단어가 있다면?
레퍼런스, 영감, 작품.
올해 새로운 다짐
개인적으로도, 레어로우 브랜드 전체로도 튼튼해지는 것.
디자인업계에서 고쳐야 할 관행이 있다면?
디자인 브랜드가 디자인 · 생산 · 유통 · CS를 모두 해야 하는 현 산업의 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