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새로운 랜드마크, 루카스 내러티브 아트 뮤지엄

스타워즈를 넘어 건축과 예술, 공원으로 완성한 이야기의 미술관

2026년 9월 22일, 루카스 뮤지엄 오브 내러티브 아트가 공식 개관했다. 건축가 마옌쑹과 조지 루카스, 멜로디 홉슨이 약 15년에 걸쳐 구상하고 발전시켜 온 프로젝트가 마침내 문을 열었다.

LA의 새로운 랜드마크, 루카스 내러티브 아트 뮤지엄

2026년 9월 22일, 루카스 뮤지엄 오브 내러티브 아트(Lucas Museum of Narrative Art)가 공식 개관했다. 건축가 마옌쑹과 조지 루카스, 멜로디 홉슨이 약 15년에 걸쳐 함께 구상하고 발전시켜 온 프로젝트가 마침내 공개된 것. 〈스타워즈〉의 창작자로 알려진 조지 루카스가 왜 ‘이야기를 담은 이미지’를 위한 미술관을 만들었는지 공간을 따라 살펴봤다.

공원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캐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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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2일, 루카스 뮤지엄 오브 내러티브 아트가 공식 개관했다. 출처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Hufton+Crow

루카스 뮤지엄은 멀리서 보면 거대한 우주선이 착륙한 것처럼 보인다. 조지 루카스의 이름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화 〈스타워즈〉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우주선이 모티프가 된 것은 아니다. 건축과 설계를 맡은 마옌쑹은 큰 나무의 캐노피가 중요한 영감이 되었다고 말한다. 마옌쑹이 이끄는 건축사무소 MAD는 빛과 구름, 그리고 엑스포지션 파크에 이미 자리하고 있던 나무에 주목했다. 건물을 하나의 독립된 조형물로 세우기보다 공원 풍경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유기적인 존재로 만들고자 했던 것. 특히 넓게 뻗은 가지가 아래에 그늘을 만들고 그곳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하는 나무의 역할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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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마옌쑹은 약 30만 제곱피트(약 2만 7,900㎡)에 달하는 거대한 건물을 지면에 꽉 채워 세우기보다 중앙부를 위로 들어 올려 그 아래를 비워두었다. 덕분에 건물이 공원의 동선을 가로막지 않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거나 머물 수 있는 공공 광장이 만들어졌다. 건물 중앙 아치 위로 약 4개 층 높이의 타원형 오큘러스가 자리해 지상 광장에서 올려다보면 거대한 건물 사이로 열린 하늘을 볼 수 있다.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캐노피처럼 기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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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중앙 아치 위로 약 4개 층 높이의 타원형 오큘러스가 자리한다. 출처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Hufton+Crow

내러티브 아트를 다루는 미술관답게 관람 경험도 갤러리 안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공원에 들어와 떠 있는 건물 아래를 지나고 오큘러스를 통해 하늘을 바라본 뒤 비로소 전시장으로 이동하는 전체 과정이 하나의 시퀀스로 설계되었다. 건물보다 하나의 장면을 만들고자 했던 마옌쑹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비현실적인 곡면을 실제 건축으로 구현하는 과정 역시 중요한 디자인 포인트. 외관에는 1,200개가 넘는 곡면 FRP 패널이 사용되었다.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인 FRP는 다른 외장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고 매끄러운 곡면을 구현하기에 적합해 선택되었다. 그 결과 거대한 외관이 하나의 연속된 표면처럼 보이도록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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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형 곡면이 이어지는 뮤지엄 내부 공간과 건물 아래 자리한 루카스 플라자. 출처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Hufton+Crow

조지 루카스가 50년 넘게 모은 이야기

루카스 뮤지엄의 출발은 조지 루카스의 수집 경험에 있다. 그가 대학생이던 시절 살 수 있었던 미술품은 약 30달러짜리 오리지널 코믹 아트였다. 그의 첫 소장품은 미국 만화 〈앨리 웁(Alley Oop)〉의 원화. 값비싼 회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대중 이미지를 모았던 것이다. 이후 50년간 수집을 이어왔고 멜로디 홉슨과 함께 확장한 컬렉션은 현재 4만 점을 넘어선다. 루카스에게 수집은 투자의 개념보다 작품과 어떤 감정적 연결을 맺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잡지와 책, 만화, 영화 속 이미지 역시 수많은 사람의 상상과 기억을 만들고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회화나 조각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루카스 뮤지엄이 이를 ‘내러티브 아트’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소개하는 이유다.

20260923030353 15. Courtesy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Photo by Paul Salveson
출처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Paul Salveson

장르의 경계를 허문 1,300점의 개관전

조지 루카스와 멜로디 홉슨은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익숙한 이미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예술을 ‘모두를 위한 예술(the peoples’ art)’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수집 철학은 개관 전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전시는 수집한 4만 점의 컬렉션 중 약 1,300점을 선별해 30개 이상의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무엇보다 전시를 통해 유명 작품을 많이 보여주기보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의 이미지가 어떤 기준으로 연결했는지가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된다. 개관 전시는 선사시대 이미지에서 회화와 일러스트레이션, 코믹스, 사진, 벽화, 영화까지 이어지는 시각적 스토리텔링의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었다.

20260923030502 29. Courtesy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Photo by Iwan Baan
영화 〈스타워즈〉를 비롯해 루카스 필름 작품의 콘셉트 아트, 소품, 의상도 전시한다. 출처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Iwan Baan

그렇다고 조지 루카스를 대표하는 〈스타워즈〉가 뮤지엄 전시에서 빠진 것은 아니다. 루카스 아카이브에는 1983년 스카이워커 랜치(Skywalker Ranch)에서 시작한 〈스타워즈〉 여섯 편을 포함해 인디아나 존스와 루카스 필름 작품의 콘셉트 아트, 소품, 의상도 전시한다. 개관과 함께 시네마 갤러리에서는 전시 〈스타워즈 인 모션(Star Wars in Motion)〉을 선보인다. 영화 속 이동 수단을 중심으로 아트와 디자인, 실제 소품이 하나의 장면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통해 이미지가 어떻게 하나의 세계와 이야기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전시장 밖으로 확장된 뮤지엄 경험

20260923030617 23. Courtesy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Photo by Iwan Baan
조경은 미아 레러가 맡았으며 기존 주차장을 공공녹지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출처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Iwan Baan

조경 역시 주목할 만하다. LA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조경가 미아 레러(Mia Lehrer)와 그가 이끄는 Studio-MLA가 맡았다. 기존의 아스팔트 주차장을 공공녹지로 바꾸고 건축과 조경이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캘리포니아의 언덕과 계곡, 협곡에서 모티프를 얻어 걷는 동안 공간의 높낮이와 시야, 분위기가 계속 달라지도록 구성했다. 300그루가 넘는 나무와 초지, 행잉 가든, 야외 원형극장, 대형 수공간에 10점의 대형 조각이 어우러진다. 페르난도 보테로의 〈모성(Maternity)〉를 비롯해 요다와 그로구, 레아 공주 등 스타워즈의 인물을 다룬 조각까지 서로 다른 장르의 작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20260923030649 26. Library. Courtesy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Photo by Iwan Baan
출처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Iwan Baan
20260923030711 35. Courtesy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Photo by Paul Salveson
리서치 라이브러리에는 스카이워커 랜치 라이브러리의 일부 자료와 조지프 캠벨의 개인 장서 2,900권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출처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Paul Salveson


루카스 내러티브 아트 뮤지엄은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을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두 개의 영화관과 리서치 라이브러리, 스튜디오, 교실, 카페, 숍, 레스토랑 등이 함께 들어섰다. 그 중 리서치 라이브러리가 눈에 띈다. 바닥부터 높은 천장까지 이어지는 책장, 공원과 정원을 바라보는 대형 유리창이 돋보이는 말발굽 형태의 공간으로 자연광 속에서 자료를 살펴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곳에는 3만 권이 넘는 코믹북과 영화 제작자들이 세계관을 만들 때 참고했던 스카이워커 랜치 라이브러리의 일부 자료, 조지프 캠벨의 개인 장서 2,900권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특히 캠벨의 대표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발전한 ‘영웅의 여정’이라는 서사 구조는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 그 이야기의 출발점을 찾아보는 것도 이 공간을 즐기는 방법이 될 듯하다.

20260923030751 36. Courtesy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Photo by Iwan Baan
뮤지엄 최상층에 자리한 스카이워커 그릴. 곡선형 공간과 파노라마 뷰가 특징이다. 출처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Iwan B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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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1층의 전용 극장. 두 개의 299석 상영관에서 다큐멘터리부터 실험영화까지 다양한 영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출처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Iwan Baan

최상층에는 록웰 그룹(Rockwell Group)이 디자인한 레스토랑 ‘스카이워커 그릴(Skywalker Grill)’이 있다. 이름과 달리 스타워즈 테마 레스토랑이 아니다. 조지 루카스의 창작 거점이 되었던 스카이워커 랜치에서 사람들이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따뜻하고 분위기를 바탕으로 다이닝 공간을 완성했다. 미래적인 뮤지엄 외관과는 달리 은은하게 빛나는 화이트 바 카운터를 중심으로 벽과 천장을 체리우드 패널로 마감해 한층 편안한 무드를 배가했다. 리서치 라이브러리와 공원, 카페, 레스토랑, 뮤지엄 숍은 전시 티켓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 뮤지엄을 통해 조지 루카스와 멜로디 홉슨이 추구한 것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나 머물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경험을 확장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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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공에서 바라본 루카스 뮤지엄 오브 내러티브 아트. 출처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Iwan Baan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공동 설립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멜로디 홉슨(Mellody Hobson)
건축 디자인 마옌쑹(Ma Yansong), MAD Architects
조경 디자인 미아 레러(Mia Lehrer), Studio-MLA
레스토랑 디자인 록웰 그룹(Rockwell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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