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 된 교회에 들어선 21개의 집, 도무스 노바

네덜란드 옛 교회를 20채의 아파트와 타운하우스로 바꾼 ‘Domus Nova’

100년 넘게 예배 공간으로 쓰인 네덜란드 옛 교회가 20채의 아파트와 타운하우스 한 채를 품은 21가구의 집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새로운 집’이라는 뜻의 ‘도무스 노바’ 프로젝트다.

125년 된 교회에 들어선 21개의 집, 도무스 노바

높은 천장을 받치는 석조 기둥과 붉은 벽돌로 쌓은 아치, 길쭉한 창을 찬란한 색으로 물들인 스테인드글라스. 100년 넘게 미사와 기도가 이어졌던 교회에 새로운 일상이 시작된다. 제단 가까이에 거실이 들어서고, 오래된 창 너머에는 발코니가 생긴다. 네덜란드 복스텔(Boxtel)의 옛 예수성심교회(Heilig Hart van Jezuskerk)를 20채의 아파트와 한 채의 타운하우스로 바꾸는 ‘도무스 노바(Domus Nova)’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이름 ‘Domus Nova’는 라틴어로 ‘새로운 집’을 뜻한다. 100년 넘게 신자들의 예배 공간이었던 건물이 21가구의 보금자리로 바뀐다는 점에서 지금의 쓰임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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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복스텔 시가 확장되던 19세기 말에 계획되어, 네덜란드 건축가 카스파르 J.H. 프란센(Caspar J.H. Franssen)이 설계를 맡았다. 피에르 카위퍼르스의 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네덜란드 남부를 중심으로 여러 가톨릭 교회를 담당했고, 예수성심교회는 1899년 착공해 1901년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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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복스텔 시의 예수성심교회 내부

교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높은 천장과 길게 뻗은 내부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앙의 넓은 공간을 따라 석조 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고개를 들면 붉은 벽돌로 쌓은 아치형 천장이 펼쳐지고, 벽 위쪽의 길고 뾰족한 창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빛이 스며든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오묘한 빛은 오래된 벽돌과 석재의 질감을 더욱 부각한다. 높은 천장과 줄지어 선 기둥, 안쪽 깊숙이 이어지는 공간이 어우러져 이 교회 특유의 웅장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러한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네덜란드 국가문화재(Rijksmonument)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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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00년 넘게 이어진 교회의 역할은 2015년 끝이 났고, 신자들이 떠난 이 거대한 문화재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았다. ㅇ도무스 노바는 그 답을 주거에서 찾았다.

사실 교회를 집으로 바꾸는 일은 네덜란드에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종교 인구가 줄고 오래된 교회 유지비가 늘면서 문을 닫는 교회가 꾸준히 생겨났고, 이들을 도서관이나 문화시설, 호텔, 주택 등으로 바꾸는 사례도 함께 늘었다. 네덜란드 문화유산청이 2020년 집계한 7,110개의 종교 건축 가운데 당시 이미 1,530곳이 다른 용도로 바뀌었으며, 그중 약 30%가 주거 공간이었다. 교회를 철거하는 대신 새로운 기능을 넣어 계속 사용하는 일이 하나의 현실적인 보존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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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스 노바 아파트 실내 (렌더링)

도무스 노바도 이런 흐름 위에 있지만, 교회 내부를 다루는 방식에 결정적 차이가있다. 설계를 맡은 바우쿤스트 아르히텍턴 (BOUWKUNST architecten)은 넓은 내부를 규격화된 아파트로 잘게 나누기보다 기존 창과 기둥, 아치의 위치에 맞춰 집을 배치했다. 그 결과 21채의 구조와 평면이 모두 다른 독창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공간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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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스 노바 아파트 실내 (렌더링)

어떤 집의 거실에는 오래된 석조 기둥 두 개가 그대로 서 있다. 금박으로 장식한 기둥머리 가까이 새로 만든 위층이 지나가고, 다른 집에서는 기둥을 감싸듯 나선형 계단이 올라간다. 기존 제단이 집 안에 남는 경우도 있다. 높은 란셋 창 앞에는 소파와 식탁이 놓이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거실 깊숙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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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스 노바 아파트 실내 (렌더링)

위층에서는 교회의 구조가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일부 공간은 천장 높이가 약 8m에 이른다. 침실에서 고개를 들면 평평한 천장 대신 100년 넘은 벽돌 볼트가 머리 위로 펼쳐지고, 아래에서 멀게만 보였던 스테인드글라스와 기둥 장식을 눈높이 가까이에서 마주하기도 한다. 옛 교회의 흔적을 장식처럼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이 새집의 크기와 모양, 동선을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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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스 노바 아파트 실내 (렌더링)

모든 공간을 집으로 채운 것도 아니다. 교회의 중심부는 높은 천장을 그대로 살린 공용 홀로 남긴다. 새 계단 역시 벽으로 감싸지 않고 넓은 홀 가운데 하나의 가구처럼 놓는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서로 다른 높이에서 스테인드글라스와 석조 기둥, 벽돌 천장을 볼 수 있다. 한때 신자들이 제단을 향해 걸었던 공간이 이제는 주민들이 각자의 집으로 향하고 이웃을 만나는 공동 현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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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스 노바 아파트 공동 현관 (렌더링)

이렇게 만들어지는 집의 면적은 약 101~226㎡, 분양가는 €529,000에서 €949,000까지다. 오래된 교회가 단순히 보존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주택 시장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문화재 특유의 높은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석조 기둥은 보존해야 할 제약인 동시에 일반적인 신축 아파트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이 집만의 가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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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스 노바 아파트 실내 (렌더링)

시공은 오래된 건축물의 복원과 개조 경험을 쌓아온 바우베드레이프 판 덴 바우하위선(Bouwbedrijf Van den Bouwhuijsen)이 맡는다. 100년 넘은 벽돌과 석조 기둥, 스테인드글라스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새로운 바닥과 벽, 배관과 전기 설비를 넣고 현재의 단열과 화재 안전 기준까지 맞춰야 한다. 새로 더하는 구조물은 나중에 떼어내거나 바꿀 수 있도록 계획해 기존 건물에 가하는 손상을 줄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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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스 노바 아파트 실내 (렌더링)

도무스 노바의 공사는 내년1월 시작해 2028년 2분기 완공을 목표로 한다. 아직은 도면과 렌더링 속에 머물러 있지만, 머지않아 125년 된 교회 안에 새로운 벽과 계단이 들어서고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집 안의 불빛이 켜질 것이다. 높은 아치 아래 놓일 침대와 석조 기둥 옆의 식탁, 색유리를 통과한 빛이 머무는 거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저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닌 21채의 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게 될까. 오랜 시간 복스텔의 풍경을 지켜온 교회가 ‘Domus Nova’, 새로운 집이라는 이름으로 맞이할 다음 장면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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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스 노바 아파트 실내 (렌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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