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②] 지구 궤도를 벗어난 디자인
월간 〈디자인〉 Vol.580 | Special Feature 2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방향을 짐작하게 하는 신호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민간인이 국제 우주정거장에 올라가 보름 넘게 생활한다. 돈을 내면 우주의 경계까지 다녀오는 일도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재사용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하며 화성으로 향하는 계획까지 구체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우주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주를 향한 디자인의 질문도 달라진다. ‘어떻게 우주에 도달해 살아남을 것인가’에서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장기 체류와 생활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디자이너와 건축가도 생존을 넘어 살고 싶은 우주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덴마크의 사가 스페이스 아키텍츠SAGA Space Architects가 설계한 ‘FLEXHab’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우주국의 우주비행사 훈련을 위해 만든 달 거주 시뮬레이션 시설로, 40피트 컨테이너를 기본 골격으로 삼고 그 위에 3D 프린팅한 외피를 덧씌워 달 표면의 거주 모듈을 구현했다. 28㎡ 규모의 내부 공간에는 수용 인원 4명의 수면실과 주방, 실험실, 에어록 등이 촘촘히 배치돼 있다. 하지만 필요한 기능을 좁은 공간에 압축해 넣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생체리듬을 고려한 조명과 독립된 수면 공간을 마련하고, 주방 겸 거실에서는 함께 식사하거나 영화를 볼 수도 있다.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시설을 넘어, 장기간 머물며 생활하는 집을 만들려는 시도다.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②] 지구 궤도를 벗어난 디자인 1 20260930072713 FLEXHAB Exterior SAGA Space Architects 1](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9/30162718/20260930072713-FLEXHAB-Exterior-SAGA-Space-Architects-1-832x554.jpg)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②] 지구 궤도를 벗어난 디자인 2 20260930072722 FLEXHAB Interior SAGA Space Architects 2](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9/30162730/20260930072722-FLEXHAB-Interior-SAGA-Space-Architects-2-832x1251.jpg)
NASA 역시 건축 스튜디오 BIG가 설계하고 3D 프린팅 건설 기술 기업 ICON이 제작한 마스 듄 알파에서 화성 장기 체류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약 158㎡ 규모의 공간에서 4명의 참가자가 378일간 생활하는 ‘CHAPEA 미션 2’를 수행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데 따르는 피로와 고립을 줄이기 위해 4개의 개인실을 만들고, 업무·의료 공간 사이에 공동 생활 공간을 배치했다. 구역마다 천장 높이를 달리해 공간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식물을 재배하고 장비를 관리하며 모의 화성 표면 활동을 수행한다. 자원 부족과 장비 고장, 지구와의 통신 지연 같은 상황까지 재현하며 화성에서 살아가려면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실험하고 있다.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②] 지구 궤도를 벗어난 디자인 3 20260930073223 ICON NASA CHAPEA Mars Dune Alpha print progress 3](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9/30163228/20260930073223-ICON_NASA_CHAPEA_Mars-Dune-Alpha_print-progress_3-832x530.jpg)
하지만 집만 있다고 삶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거주지가 늘어나고 사람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 전기나 통신 같은 기반 시설도 필요하다. 이 역시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상상의 대상이다. 포스터+파트너스와 3D 프린팅 건설 기술 기업 브랜치 테크놀러지가 NASA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톨 루나 타워Tall Lunar Tower는 달 남극에 태양광 발전과 통신을 위한 높이 약 50m의 타워를 세우는 프로젝트다. 나선형으로 뻗어 올라가는 독특한 격자 구조는 달의 환경과 건설 조건에서 비롯됐다. 태양이 낮게 뜨는 달 남극에서 안정적으로 빛을 받아들이도록 타워를 높이 세우는 한편, 최소한의 재료로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게 격자 형태로 설계했다. 여기에 구조물을 따라 레일을 통합해 태양광 패널의 설치와 유지·보수는 물론 크레인 없이 타워를 제작하는 과정까지 고려했다.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②] 지구 궤도를 벗어난 디자인 4 20260930073411 P18184 FP946723](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9/30163422/20260930073411-P18184_FP946723-832x1050.jpg)
마침내 도시 전체를 새롭게 만드는 상상으로 이어진다. 클라우즈 아키텍츠 오피스가 2025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마스 하이드로스피어Mars Hydrosphere는 화성 남반구의 로웰 크레이터에 거대한 수조를 만들고 그 안에 약 1만 명이 살아가는 수중 도시를 제안한다. 우주 방사선을 막기 위해 도시 위에 물을 두려던 발상을 뒤집어, 도시 자체를 물속에 띄운 것이다. 이곳에서 물은 생활용수인 동시에 방사선을 차단하고 온도를 유지하는 보호막이 되며, 자연광을 통과시켜 도시를 밝히는 일종의 ‘액체의 하늘’ 역할까지 한다.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②] 지구 궤도를 벗어난 디자인 5 20260930073634 CloudsAO Mars Hydrosphere 05 waterfront](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9/30163637/20260930073634-CloudsAO_Mars-Hydrosphere_05_waterfront-832x468.jpg)
한편 우주에서는 지구의 생활 방식을 답습할 수 없다. 중력과 대기, 낮과 밤처럼 지구에서 당연하던 조건이 우주에서는 사라지거나 전혀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의 몸과 일상을 구성하는 사소한 것까지 처음부터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프라다와 액시엄 스페이스가 함께 개발한 차세대 달 탐사 우주복 ‘AxEMU’와 그 안에 착용하는 내피 ‘LCVG’는 이런 변화를 가까이에서 보여준다. 특히 LCVG에는 최대 8시간 우주 유영 동안 발생하는 체열을 낮추기 위해 주요 근육 부위를 따라 냉각수가 흐르는 튜브를 배치했다. 프라다는 엔지니어드 니팅과 패턴 메이킹, 고성능 소재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체열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면서도 우주비행사가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옷을 만드는 기술이 극한 환경에서 인간의 몸을 유지하는 기술로 확장된 것이다.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②] 지구 궤도를 벗어난 디자인 6 20260930074442 Generated Image](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9/30164444/20260930074442-Generated-Image-832x468.jpg)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②] 지구 궤도를 벗어난 디자인 7 20260930073932 LCVG back](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9/30163937/20260930073932-LCVG-back-832x555.jpg)
MIT 스페이스 아키텍처 스튜디오의 ‘AIR-0’는 신발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미세 중력 환경에서는 바닥을 딛고 걷는다는 신발의 기본 전제부터 사라지기 때문이다. AIR-0는 발을 작업 면에 고정하는 장치와 공기를 주입하면 단단해지는 발목의 공기주머니, 회전식 밑창을 결합해 제작했다. 발을 보호하고 걷는 데 쓰이던 신발이 떠 있는 몸을 붙잡고 작업하도록 돕는 장치로 바뀐 셈이다.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②] 지구 궤도를 벗어난 디자인 8 20260930074110 3D60351C 9AD1 4FC4 81C8 3F7FDFC5432D](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9/30164114/20260930074110-3D60351C-9AD1-4FC4-81C8-3F7FDFC5432D-832x409.jpeg)
클린타 로츠멜레Klinta Locmele의 제로 마이크로그래비티 테이블웨어는 이 상황을 식탁으로 연결시킨다. 중력이 사라지면 접시 위의 음식도, 컵 속의 물도 그대로 담겨 있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로츠멜레는 중력이 없어도 액체가 좁은 틈이나 표면을 따라 흐르는 모세관 현상을 식기 디자인에 활용했다. 접시에는 소스가 담긴 홈과 음식을 고정하는 돌기를 만들고, 티포트는 액체가 표면을 따라 주둥이까지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중력이 하던 일을 식기의 형태가 대신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듯 송두리째 바뀐 환경에서도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며 다시 인간의 일상을 만들어낸다. 이런 시도가 하나둘 쌓이면서, 우주에서 살아간다는 오래된 상상도 조금씩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