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성 너머의 물질성, 포르마판타스마

포르마판타스마는 재료를 감각이 아니라 관계로 읽는다. 그것은 ‘물성’에서 ‘물질성’으로의 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물성 너머의 물질성, 포르마판타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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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안드레아 트리마르키Andrea Trimarchi와 시모네 파레신Simone Farresin이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로, 디자인을 생태·정치·역사·산업 시스템을 읽고 재구성하는 도구로 다룬다. 밀라노와 로테르담을 기반으로 제품 디자인, 공간 디자인, 리서치, 전략 컨설팅을 넘나들며, 재료와 생산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조건들을 드러내고 산업 생산의 유산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포르마판타스마의 결과물은 형태를 넘어 시스템에 대한 질문이자 개입으로 기능하며, 다양한 협업을 통해 제품 디자인부터 큐레이션, 소재 연구, 전시 기획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디자인의 역할과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formafantasma.com

디자인에서 ‘물성’은 오랫동안 재료를 감각의 언어로 읽어왔다. 무엇처럼 보이는가, 어떻게 느껴지는가. 그러나 이 관점은 재료를 둘러싼 모든 과정인 채굴과 노동, 유통과 폐기, 인간과 비인간의 얽힘을 배경으로 밀어낸다. 물성 중심의 사고는 재료를 감각의 표면에 고정함으로써 그 이면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는 이 전제를 뒤집는다. 양모는 단순한 섬유가 아니고, 전자 폐기물은 사용이 끝난 물건이 아니라 글로벌 생산과 폐기의 흐름이 응축된 상태다. 재료를 감각이 아니라 관계로 읽는 것, 그것이 ‘물성’에서 ‘물질성’으로의 이동이다. 포르마판타스마의 작업은 그 관계를 가시화하는 데 집중하며, 디자인을 형태를 완성하는 기술이 아닌 조건을 드러내는 도구로 전환한다. 자원 고갈과 기후 위기, 생산 구조의 불균형 속에서 재료가 더 이상 미적 선택으로 환원될 수 없는 지금, 표면 너머를 읽는 이들의 시선이 필요하다.


디자인에서 물성은 오랫동안 재료를 이해하는 기본 언어로 작동했다. 이 언어가 무엇을 놓치고 있다고 보나?

문제는 물성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재료를 설명하는 유일한 방식처럼 작동해 왔다는 점이다. 재료를 감각과 형태의 차원에서만 이해하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은 보이지 않게 된다. 우리는 노동, 채굴, 물류, 규제, 문화적 인식 등 그 조건들을 포함해서 재료를 바라보려 한다. 여기서 물질성은 하나의 ‘속성(property)’이라기보다 ‘상황(situation)’에 가깝다. 디자인은 항상 그 일부로 참여하는 관계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질성으로의 전환은 재료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는 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나?

전통적으로 물성은 그것이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고, 기능하는지로 축소됐다. 이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불완전하다. 오늘날 중요한 것은 재료가 물건을 넘어 환경적, 정치적, 경제적 차원에서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즉 표면에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다. 재료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항상 결과를 동반한다. 감각적인 측면만 다룬다면 그것을 지탱하는 구조를 무시하게 될 위험이 있다.

작업은 재료를 다루기보다 재료를 둘러싼 시스템을 드러내는 데 가까워 보인다. 이런 문제의식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초기에는 덜 명확했지만, 생산 시스템과 사회 구조를 드러내려는 의도는 존재했다. 일례로 ‘보타니카’는 자연 고분자를 재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석유화학으로의 역사적 전환을 질문하는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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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 스트림스Ore Streams’에서는 재료가 형태를 만드는 수단이 아닌, 글로벌 생산과 폐기의 흐름을 드러내는 매개로 작동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물질성은 어떻게 다뤄졌나?

이 프로젝트는 인프라에서 출발했다. 전자 폐기물은 매우 ‘디자인된’ 재료이지만, 사용 이후에는 비공식적이고 종종 문제적인 시스템으로 편입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물질성은 그 시스템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새로운 미학을 제안하기보다 재료가 어디로 가는지, 누가 그것을 다루는지, 어떤 조건에서 이뤄지는지를 보여 주며 책임을 가시화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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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텍과 협업한 ‘포레스트 컬렉션’.
아르텍과 협업한 ‘포레스트 컬렉션Forest Collection’에서는 ‘좋은 재료’에 대한 기준 자체를 문제 삼는다. 물질성을 다룬다는 것은 결국 기준을 다시 설정하는 일이기도 한가?

이 프로젝트는 산업 시스템 안에서 목재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개입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우리는 산업에서 나무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균일하고 결점이 없는 표면을 선호하는 미적 기준 때문이다. 이 기준은 구조적 품질과는 무관하고 단지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르텍과 함께 기준을 재정의했다. 옹이, 벌레 먹은 흔적, 불규칙성을 받아들이면 더 많은 부분을 사용할 수 있고 폐기물을 줄일 수 있으며, 기후변화의 영향을 포함한 실제 숲의 상태를 반영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생산 시스템과 기준을 현실에 맞추는 작업이다. 중요한 변화는 물건의 겉모습이 아니라 공급망과 ‘무엇이 허용되는가’를 정의하는 기준에서 일어난다.

포르마판타스마의 작업을 보면 재료를 선택하는 일이 곧 하나의 입장을 취하는 일처럼 보인다. 물질성은 결국 세계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나?

어느 정도 그렇다. 모든 재료 선택은 채굴, 노동, 책임에 대한 입장을 포함한다. 재료 선택이 정치적인지 여부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그 정치성을 인식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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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lessandro C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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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레 테라〉는 양의 가축화와 양모 생산, 물질문화의 역사를 추적해 생태계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상호 의존성을 전시에 반영했다. 사진 Gregorio Gonella
‘캄비오Cambio’나 ‘울트레 테라Oltre Terra’에서는 자연 재료조차 더 이상 중립적인 것으로 남지 않는다. 이 작업들은 재료를 ‘자연’이 아니라 ‘관리되고 구성된 대상’으로 재위치시키려는 시도인가?

그렇다. ‘캄비오’는 나무를 거버넌스의 틀 안에서 재위치시키려는 시도다. 숲은 중립적인 공간이 아니라 정책, 경제, 기후에 의해 관리되는 환경이다. ‘울트레 테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양모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동물, 풍경, 사육 방식, 글로벌 시장과 연결돼 있다. 여기서 물질성은 상호 의존성을 이해하는 방식이 된다. 무엇인가를 정의하기보다 그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질성을 다룬다는 것은 결국 재료의 감각을 넘어, 그것이 맺고 있는 관계를 끝까지 추적하는 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나?

감각적 특성은 하나의 층일 뿐이다. 우리가 더 관심을 두는 것은 재료가 생태적, 산업적, 사회적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다. 같은 물건이라도 재료의 출처와 가공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리는 그 차이를 물질성이라고 본다.

디자인이 ‘생존의 문제’로까지 확장했다고 주장해 온 입장에서 물질성과 물성, 재료를 둘러싼 이야기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재료 생산의 영향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자원 고갈, 기후변화, 글로벌 불평등은 모두 재료의 생산 및 사용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물질성이 부차적 요소에서 중심적인 문제로 이동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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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캄비오〉 전시 중 이케아의 스태프 스툴을 모티프로 작업한 ‘Bekv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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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마판타스마가 생각하는 ‘좋은 물질성’이란 무엇인가?

좋은 물질성은 인식과 책임이다. 재료의 성능이나 외형뿐 아니라 그 함의를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복잡성을 단순화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이기도 하다.

앞으로 디자인에서 물질성은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나?

물질성은 선택하는 대상이 아니라 탐구하는 영역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물건을 만드는 것에서 시스템과 관계를 다루는 것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물질성은 우리가 세계와 어떻게 관계 맺을지를 묻는 방식이 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5호(2026.05)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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