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와 디자인의 만남, 전통 무늬의 새로운 가능성

무늬에서 사물로, 다시 공간으로

한국 1세대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의 40여 년 작업을 조명하는 현대공예 기증특별전 〈에퀴녹스: 추분_춘분〉이 서울공예박물관에서 2027년 3월 7일까지 열린다.

공예와 디자인의 만남, 전통 무늬의 새로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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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녹스 추분_춘분〉전 ‘무늬집’ 전시 전경 © 서울공예박물관

한국 1세대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의 40년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기증특별전 〈에퀴녹스: 추분_춘분〉이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다. 9월 22일부터 2027년 3월 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무늬 100여 종을 비롯해 한지 작업, 조명, 가구, 공간 설치 등 4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무늬집’, ‘집 속의 집’, ‘탑돌이’ 3부로 구성되어, 무늬라는 평면의 조형 언어가 사물과 가구를 거쳐 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다룬다.

한국 전통과 자연에서 길어 올린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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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응복 작가 © 서울공예박물관

장응복은 민화, 문인화, 단색화 등 전통 예술과 자연의 형상을 고유의 무늬로 재해석해 온 작가다. 1986년 토털 인테리어숍 ‘모노(MONO)’를 설립한 이래 한국의 미감을 담은 직물을 선보이며 생활 기물과 공간으로 쓰임을 넓혀왔다. 그의 작업은 ‘도원몽’, ‘산-수’, ‘담(淡)’, ‘따뜻한 기하학’, ‘촉각의 눈’, ‘움직이는 무늬’라는 여섯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통문화의 상징과 문인들의 서화, 자연의 비정형적 선을 직물 위에 풀어내고 이를 생활과 공간에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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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녹스 추분_춘분〉전 ‘무늬집’ 대표 작품 ‘조각잇기-벽’ © 서울공예박물관

1부 ‘무늬집’에서는 그간 디자인한 100여 종의 무늬를 한자리에 모았다. 여섯 가지 개념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다양한 설치 작품으로 구현했다. 대표작 ‘조각잇기-벽’은 72개 나무틀에 실크, 한지, 유리 등으로 표현한 무늬를 결합한 대형 모듈 작품이다. 십장생, 모란, 꽃신, 물고기, 부채, 숟가락 등 대표 모티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벽면을 채우며, 각각의 무늬가 조합되어 만들어내는 조형성을 보여준다.

전통 공예과 동시대 가구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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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녹스 추분_춘분〉전 ‘집 속의 집’ 작품 ‘집-집’ © 서울공예박물관

2부 ‘집 속의 집’은 무늬가 생활 기물과 가구로 확장되는 단계를 다룬다. 책가도와 전통 가구 구조에서 착안한 가변형 모듈 작품 ‘집-집’은 목재 골조에 무늬 한지와 직물, 가구와 공예품을 자유롭게 조합해 하나의 집을 이루도록 구성했다. 이 외에도 전통 기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지장’ 연작과 ‘이십사절기 화문석’, ‘은행나무’ 등을 함께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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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다드에이

이 공간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한 가구가 있다.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스탠다드에이(STANDARD.a)와 협업한 정규 컬렉션 ‘화조도지장’과 ‘화문석장’이다. 전통 공예와 동시대 가구를 연결하는 프로젝트 <Crafts Heritage On – 共工藝>의 일환으로, 한옥 스테이 ‘바랑재’의 객실 가구 작업에서 출발해 완성한 컬렉션이다. 전시에 출품된 기물은 모두 체리 수종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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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에이 x 모노콜렉션 ‘화조도지장’ © 스탠다드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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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에이 x 모노콜렉션 ‘화문석장’ © 스탠다드에이

‘화조도지장’은 나무살 안팎에 한지나 비단을 바르던 전통 지장의 구조를 원목 가구로 재해석했다. 단정한 외관과 달리 문을 열면 내부에 모노콜렉션의 옥빛 화조도 텍스타일이 드러나도록 제작해 전통 무늬를 가구 안쪽에 담았다. 반면 ‘화문석장’은 왕골을 손으로 엮어 만든 전통 화문석을 가구 도어 전면에 배치했다. 기하학적 비율의 화문석 피스와 세로로 길게 뻗은 왕골의 격자 패턴이 체리 원목의 나뭇결과 교차하며 전통 재료와 무늬를 바깥으로 과감히 드러낸다.

장인과 함께 만든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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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녹스 추분_춘분〉전 ‘탑돌이’ 전시 전경 © 서울공예박물관

3부 ‘탑돌이’는 장응복의 무늬와 여러 공예가·디자이너의 작업, 영상과 소리를 결합한 체험형 공간이다. 장응복은 오랜 기간 염색, 직조, 목공, 지우산, 완초 등 서로 다른 공예 분야의 장인들과 협업하며, 무늬를 매개로 재료와 기술을 다채롭게 연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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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녹스 추분_춘분〉전 ‘탑돌이’ 대표 작품 ‘낭화 지우산 샹들리에’ © 서울공예박물관

전시장에는 깊은 쪽빛의 ‘그리운 금강산’과 ‘바다’ 패턴이 원형 벽면을 둘러싸고, 전통 지우산 구조를 활용한 대형 조명 ‘낭화 지우산 샹들리에’가 매달린다. 국가무형유산 염색장 정관채의 쪽염 작품 ‘바다’,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지우산장 윤규상의 ‘낭화 지우산 샹들리에’, 스탠다드에이의 ‘부채 테이블’이 한 공간에 어우러지며 디자이너의 철학이 장인의 손끝을 거쳐 공간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 기간 중에는 연계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장응복의 작업 세계 및 공예와 디자인의 관계를 다루는 강좌를 비롯해 무늬 디자인 워크숍, 정관채·윤규상 장인의 공방을 찾아가는 무형유산 현장 워크숍이 10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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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열리는 서울공예박물관 © 스탠다드에이

전시 제목 ‘에퀴녹스(Equinox)’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과 춘분을 뜻한다. 추분 무렵 시작된 전시는 밤이 가장 긴 동지를 지나 다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 직전인 2027년 3월 7일 막을 내린다. 자연의 순환을 닮은 전시의 시간 속에서, 장응복이 40여 년간 일궈온 무늬의 궤적을 차분히 따라가 보길 권한다.

〈에퀴녹스 추분_춘분〉

기간 2026년 9월 22일 – 2027년 3월 7일
장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서울공예박물관 3동 3층 기획전시실
운영 시간 10:00 – 18:00 (월 휴무)
홈페이지 서울공예박물관
인스타그램 @seoulmuseumofcraf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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