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배달의민족에 도치와 학이 도착한 이유는? ➁

배달의민족 새 얼굴, 도치학 캐릭터 디자인

배달의민족이 '도착'의 설렘을 담은 새 캐릭터 '도치학'을 공개했다. 고슴도치와 학의 대비를 단순한 조형으로 녹여냈으며, 특유의 '수상한 매력'으로 화면 속 존재감을 넓혀가는 중이다.

[Project+] 배달의민족에 도치와 학이 도착한 이유는? ➁

배달의민족이 오랜 상징이었던 ‘배달이친구들’을 비워내고 새로운 브랜드 캐릭터 ‘도치학’을 선보였다. 한국 전통 민화에서 건져 올린 서사와 조형 언어, 그리고 배민의 ‘영혼’을 되살린 브랜드 리셋, 그 이면의 여정을 소개한다.

Interview

안수형 배달의민족 디자인실 실장
이정화 배달의민족 영혼불어넣기TF

PLUS 1. 도치학, 배달의민족에 도착하다

배달의민족이 신규 캐릭터를 공개했습니다. ‘도치학’이라는 이름이 독특하던데,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안수형 캐릭터 선정 과정에서 내부 동료가 툭 던진 아이디어였어요. 고슴도치의 ‘도치’와 ‘학’을 합쳐 빠르게 발음하니 자연스럽게 ‘도착(도치학→도착)’이라는 발음과 이어지더라고요. 듣자마자 무릎을 쳤습니다. 배달 서비스에서 고객이 가장 결정적인 설렘과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문 앞에 ‘도착’하는 찰나니까요. 긴 설명 없이 “고슴도치랑 학이라 도치학인데, ‘도착’을 뜻해요”라고 말하는 순간 누구나 단번에 이해하는 명쾌함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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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이 공개한 신규 캐릭터 ‘도치학’ 원형과 캐릭터 이름. 자료 제공 배달의민족
기존 캐릭터인 ‘배달이친구들’은 사라지나요?

안수형 완전히 없앤다기보다는 긴 휴식을 준 것에 가깝습니다. ‘배달이친구들’은 배민의 고유한 역사를 함께해 온 소중한 자산이니까요. 다만 이번에는 서비스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전면에서 비워내는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언제든 적절한 계기나 타이밍이 온다면 다시 깜짝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새 얼굴인 도치학이 고객과 사내 구성원들에게 온전히 가닿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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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기존 캐릭터였던 ‘배달이친구들’. 자료 제공 배달의민족
실무 관점에서도 기존 캐릭터를 비워내야 했던 이유가 있었다고요.

이정화 기존 캐릭터였던 ‘배달이친구들’은 고해상도 비트맵 이미지라 앱의 거의 모든 지면을 차지하며 프로덕트를 무겁게 만들었거든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배달이’가 들어가야만 하는 방식도 점차 굳어져 세련되지 못하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고요. 요즘 잘되는 서비스들이 캐릭터를 덜어내는 추세다 보니, 캐릭터 자체가 서비스를 올드해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부담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캐릭터를 정의하면서 가장 우선에 둔 기준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안수형 딱 하나만 꼽으라면 ‘서비스와의 연관성’이죠. 배달의민족은 단순히 음식을 배달하는 앱을 넘어 ‘하이퍼 로컬 커머스’이자 ‘실시간 로지스틱스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거든요. 탑박스에 들어가는 온갖 물류를 배송하는 서비스의 본질, 즉 고객에게 즉시 가닿는 행위와 맞닿아 있는 내러티브를 만들어야만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정화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면 결국 ‘전달자’라는 정체성이었어요. 음식부터 B마트 같은 퀵커머스까지 배달의민족이 전개하는 다양한 영역을 매끄럽게 아우를 수 있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바로 ‘전달’이었거든요. 고슴도치라는 ‘부지런히 물건을 나르는 명확한 행위’와 학이라는 ‘복과 길조를 물어다 주는 상징’이 만나 배달의민족 전달자 역할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물을 한 번에 공개하는 대신 실시간으로 교체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도 있을까요?

이정화 서비스를 매일 수많은 고객이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를 멈춰두고 준비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 레일을 새로 깔아가는 과정에 가까웠죠. 먼저 민트색 단색으로 메인 화면을 가볍게 비워내고, 새로 개발한 전용 서체(워크체, 플레이체, 러브체)를 차례대로 시스템에 이식한 뒤, 마지막 단계에서 도치학 캐릭터를 조금씩 채워 나갔습니다.

PLUS 2. 도치학이 전하는 도착의 기쁨

새 캐릭터 ‘도치학’의 모티프를 한국 전통 회화에서 찾았다고요.

안수형 하나는 고슴도치가 등에 오이를 꽂고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자위부과도(刺蝟負瓜圖)’이고, 다른 하나는 신선과 함께 복을 상징하는 ‘송학도(松鶴圖)’였습니다. 특히 고슴도치가 등에 과일을 꽂아 나르는 모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식을 위해 음식을 배달하는 사랑스러운 일꾼’의 설화로 통용되거든요. 우리 서비스와 절묘하게 맞닿아 있으면서도 한국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억지스럽지 않은 원천 소스가 되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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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재 김득신(兢齋 金得臣)의 자위부과도(刺蝟負瓜圖). 국림민속박물관 소장.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동물을 모티프로 삼은 데는 ‘배달이친구들’을 운영하며 얻은 반면교사도 작용했다고 들었습니다.

안수형 ‘배달이친구들’은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조형미를 지녔지만, 서비스의 인지도에 비해 캐릭터 자체로서 대중적인 팬덤이나 2차 창작을 이끌어내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조형적으로도 칼로 깎아낸 듯 남성적이고 다소 무거운 느낌이 강했죠. 그래서 이번에는 직관적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호감을 주되, 지나치게 세세한 설정을 미리 채워 넣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고슴도치와 학, 두 동물을 한 쌍으로 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수형 처음엔 고슴도치 단독안도 고민했습니다. 다만 다소 평범해 보이거나 캐릭터로서 파급력이 약할 수 있겠더라고요. 시너지를 낼 페어가 필요했습니다. 땅에 붙어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고슴도치’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학’을 짝지었죠. 둥글고 납작한 고슴도치와 길쭉하고 우아한 학이라는 조형 대비도 흥미로웠고요.

“도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드는 ‘수상한 매력’이에요.
전부 설명하기보다 속을 넉넉히 비워두어, 사람들이 ‘쟤네 정체가 뭐지?’라며

빈칸을 상상하고 채워 나가는 것이 도치학의 진짜 매력이죠.”

안수형 배달의민족 디자인실 실장

둘은 어떤 관계인가요?

안수형 수평적인 파트너이자 친구입니다. 도치는 우직하게 제 몫을 해내는 배달 일꾼이고, 학은 지팡이를 짚고 도술을 부리며 변화를 만드는 도사 같은 속성을 지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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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캐릭터 디자인 디벨롭 과정 모습. 고슴도치와 학이 아닌 ‘눈사람과 해’ 후보군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제공 배달의민족
함께 경합했던 다른 후보군도 있었나요?

안수형/이정화 사실 최종 투표 직전까지 내부에서 큰 지지를 받은 건 ‘눈사람과 해’였습니다. 당시 미션인 ‘세상 모든 것이 식지 않도록’에서 착안해, 녹지 않는 눈사람과 열정을 뿜어내는 해를 조합한 안이었죠. 물론 매력적인 안이었지만, 고객 관점에서 미션의 맥락을 한 번 더 거쳐 이해해야 하는 설명의 단계가 있었습니다. 브랜드 슬로건이나 미션이 바뀌었을 때도 온전히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느냐라는 질문 앞에서도,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도치학’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PLUS 3. 수상한 매력을 담아낸 도치학 디자인

캐릭터 원형을 규정하는 방식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고요.

이정화 처음에는 코카콜라의 북극곰처럼 원형 없이 ‘고슴도치와 학’이라는 상징만으로 배민을 떠올리게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퀄리티를 유지하고 브랜드를 안착시키려면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 형태는 반드시 필요하더라고요. 다만 하나의 형태로 묶어두기보다, 비례나 가시 개수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변형되는 ‘가변적 캐릭터’의 태도를 취했습니다. 실루엣은 열어두되, 점 같은 눈코입 표정에서 오는 인상으로 도치학임을 알아볼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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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새 캐릭터 ‘도치학’의 형태 베리에이션을 위한 가이드라인. 자료 제공 배달의민족
질감과 물성에서도 차이가 느껴집니다.

안수형 배달이친구들이 목각이나 점토를 칼로 쳐낸 듯한 질감이었다면, 도치학은 부드러운 물성을 지향합니다. 도자기나 양초 표면처럼 손길이 머문 듯한 온기를 이어가고자 했습니다. 화면에 2D 일러스트로 얹힐 때도 이 부드러운 느낌이 유지되도록 신경 썼고요.

“’배달이친구들’을 디자인할 때도 손으로 직접 제작하는 걸 지향했어요.
도치학의 형태는 한결 단순해졌을지라도, 사람의 손맛을 지키려는
크래프트십(craftship) 태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정화 배달의민족 영혼불어넣기TF

배달의민족 브랜드를 상징하는 민트 컬러도 달라졌더군요.

안수형 민트 컬러 값도 다시 정의했습니다. 기존 민트가 노란 기가 도는 차분한 톤이었다면, ‘뉴 민트’는 채도를 높이고 파란 톤을 더해 선명하고 밝아졌습니다. 디지털 디바이스 환경에서 확실한 포인트 컬러로서 청량감과 즉시성을 주도록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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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학 캐릭터의 질감 변형 가이드라인. 도치학 캐릭터에는 채도가 높아진 ‘뉴 민트’ 컬러와 양초 표면과 같은 질감을 적용했다. 자료 제공 배달의민족
새로 도입된 전용 서체, UI 그래픽과 도치학 캐릭터는 어떻게 호흡을 맞췄나요?

이정화 앞서 폰트 개발을 먼저 진행했는데요. 당시 단단하고 심플한 볼드 서체와 어우러지도록 음식 위의 ‘고명’처럼 가볍게 곁들이는 간결한 그래픽 스타일을 미리 마련해 두었습니다. 도치학 역시 억지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기보다, 이미 폰트와 조화를 이루고 있던 그 미니멀한 그래픽 언어를 그대로 이어받았죠. 덕분에 캐릭터가 서체나 UI 환경 안에서 겉돌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조형 언어로 어우러질 수 있었습니다.

한편 디자인 과정에서 시도했다가 아쉽게 덜어내야 했던 내용이 있다면요?

안수형 처음엔 학에게 도포를 입히거나 갓을 씌워 도사의 성격을 더 드러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요소를 더할수록 프로덕트 적용 시 확장성이 떨어지더군요. 결국 옷과 모자는 벗겨내고 지팡이 하나만 쥐여주었습니다. 지팡이만으로도 도사 같은 속성과 묘한 수상함을 지키면서, 어디에나 녹아들 수 있는 단순함을 얻었습니다.

이정화 고슴도치 가시. 초기 스케치에서는 가시를 실제 털 질감처럼 자잘하게 묘사하기도 했는데, 모바일 화면에 얹어보니 벌레 같거나 징그럽다는 피드백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복잡한 선을 지우고 면으로 뚝뚝 떨어지는 단순하고 뾰족한 삼각형 형태로 정리해 직관적인 실루엣을 완성했습니다.

PLUS 4. 물음표를 호기심으로 바꾸는 마중물

사내 구성원들에게 도치학이라는 낯선 존재를 알리는 과정이 꽤 중요한 과제였겠어요.

이정화 구성원들에게 이 낯선 캐릭터를 안착시키기 위해 일종의 ‘마중물’ 프로젝트를 펼쳤던 것도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 어느 날 사내 오피스 라운지에 흙을 채우고 실제 유물처럼 빚은 도치학 조각을 묻어둔 뒤 ‘발굴 현장’처럼 꾸며놓았거든요. “배민이 새 캐릭터를 만들었다”가 아니라 “원래 우리 곁에 살던 오랜 존재를 발굴해 냈다”라는 엉뚱하고 수상한 내러티브를 던진 거죠. 구성원들이 지나가며 “이 수상한 애들은 도대체 뭐냐”라고 묻기 시작했는데, 호기심 어린 질문 자체가 이미 애정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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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캐릭터 ‘도치학’을 활용한 아트피스도 선보였다. 자료 제공 배달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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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도치학 캐릭터 안착을 위한 ‘단서뿌리기’ 모습. 자료 제공 배달의민족
사내에 공식적으로 소개할 당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었나요?

안수형 사내 리더들에게 공식적으로 소개하던 자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한 팀장님이 팀원들에게 다른 부연 없이 “얘들 이름이 도치학인데, ‘도치-학, 도치학, 도착’ 이라서 그렇대”라고 전하자, 팀 전체에서 박수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긴 설명 없이도 이름 하나로 브랜딩 의도가 단번에 이해되었다는 뜻이라 디렉터로서 무척 안도했습니다.

안팎의 시선 차이나 미처 예상치 못했던 신선한 반응이 있었을까요?

안수형 재미있게도 사내에서는 동글동글한 도치를 좋아하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는데, 외부에 공개된 뒤 반응을 살펴보면 신선 같고 길쭉한 학을 더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매력을 느끼는 지점이 사뭇 다른 걸 보며, 상반된 두 동물이 짝을 이뤘을 때 생기는 시너지를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이정화 초기에는 낯설어하던 분들도 모바일 환경에서 이 작은 그래픽 단서들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면서 조금씩 애정을 붙여가고 계세요. 앱 안에서 너무 요란하게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고 조용히 제 역할을 하도록 둔 점이 주효했죠. 정답 같은 가이드를 주입하기보다 사용자가 일상에서 편안하게 발견하고 경험하도록 만든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Information

배달의민족 신규 캐릭터 ‘도치학’ 디자인

기획 및 디자인 총괄 한명수 (우아한형제들 CCO)
캐릭터 디자인 안수형, 이정화, 전수빈, 이효림, 손영규, 최애지, 한상국, 서연우, 정지운
서체 디자인 안수형, 최애지, 전수빈, 한상국, 조문경, 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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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배달의민족에 도치와 학이 도착한 이유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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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Project+] 배달의민족에 도치와 학이 도착한 이유는? 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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