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 잇는 세계, 산돌 사이시옷 2026 리뷰
올해로 4회를 맞은 산돌 사이시옷 콘퍼런스의 주제는 'Type for All'.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문자가 수행하는 역할을 조명했다.

문자가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모두를 연결할 수 있을까? 지난 10월 16일부터 17일까지 DDP에서 열린 글로벌 타입 디자인 콘퍼런스 ‘산돌 사이시옷 2026’이 던진 질문이다. 올해로 4회를 맞은 행사의 주제는 ‘Type for All(모두를 위한 문자)’. 누구나 문자를 편리하게 읽고 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문자가 수행하는 역할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국내외 디자이너와 전문가 15명이 연사로 참여했는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예년보다 확대된 해외 전문가들의 참여다.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들의 발표를 통해 세계 각국의 타입 디자인 산업과 창작 환경은 물론, 문자 디자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 연사들의 발표도 다채로웠다. 유지원 글문화연구소 소장은 타이포그래피와 과학의 접점을, 한명수 우아한형제들 CCO는 브랜드에서 폰트가 수행하는 역할을 조명했다. 김현진 POT 대표와 신소현 오이뮤 대표는 각자의 작업 과정과 디자인 철학을 들려주었다.

강연 후에는 연사와 청중이 자유롭게 질문과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도 마련됐다. 모든 강연에 한국어와 영어를 양방향으로 지원하는 AI 동시통역 자막을 제공한 점도 주목할 만했다. 언어의 장벽을 낮추는 기술을 활용해 서로 다른 문화권의 참가자들이 지식과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누구나 문자를 편리하게 읽고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올해의 주제를 행사 운영 방식에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


강연장 밖에서도 문자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사이시옷 인사이트존’에서는 강연에서 얻은 생각과 영감을 기록하고, ‘라이브러리존’에서는 국내외 폰트 파운드리의 스페시먼 북과 디자인 자료를 살펴볼 수 있었다. ‘커스텀북존’에서는 다양한 폰트와 연사들의 이야기를 활용해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체험이 진행됐다.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가자들이 직접 문자를 다루며 타이포그래피의 매력을 발견하도록 한 구성이다.


콘퍼런스의 여운은 10월 18일 열린 연계 워크숍 ‘사이시옷 트립’으로 이어졌다. 강연장에서 나눈 문자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거리로 확장해, 서울 도심 곳곳에 숨어 있는 글자를 관찰하고 자신만의 작품으로 재해석하는 시간이었다. 성수동에서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도연과 함께 거리의 개성 있는 간판 글자를 수집하고, 그중 하나를 골라 디지털 레터링 스케치로 옮겼다. 서촌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바리의 안내에 따라 글자가 어우러진 동네 풍경을 관찰한 뒤 이를 각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채색 드로잉을 완성했다.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의 글자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관찰과 기록을 창작으로 연결하는 경험이었다. 두 코스에서 완성한 작품은 추후 전시로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문자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일상으로 확장하고 익숙한 도시 풍경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됐다.
올해 산돌 사이시옷은 타입 디자인을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의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계 각국의 문자 디자인을 둘러싼 논의부터 도시의 간판을 관찰하는 작은 실천까지, 프로그램의 형식은 달랐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문자와 사람이 있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기술과 일상을 잇는 매개로서 타이포그래피의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산돌 사이시옷 2026
기간 2026년 10월 16~17일
장소 DDP 디자인랩 3층
주최 산돌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
주관 산돌
웹사이트 sandollcloud.com/saisi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