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조각품을 디자인하는 즐거움, 아우디 AG 박슬아 외장 디자이너

아우디 최초의 여성 외장 디자이너인 박슬아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아우디의 콘셉트카 ‘아우디 어반스피어 콘셉트(이하 어반스피어)’의 국내 공개에 맞춰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한 그를 만났다.

달리는 조각품을 디자인하는 즐거움, 아우디 AG 박슬아 외장 디자이너
For the interior of the Audi urbansphere concept, the furniture manufacturer Poliform virtually shows its design idea.

글로벌 브랜드에 한국인 디자이너가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우디 최초의 여성 외장 디자이너인 박슬아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아우디의 콘셉트카 ‘아우디 어반스피어 콘셉트(이하 어반스피어)’의 국내 공개에 맞춰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한 그를 만났다.

어릴 적부터 자동차를 좋아한 것이 지금의 커리어로 이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모터쇼도 가고, 관심사가 같았던 오빠와 이야기를 나누며 흥미를 키워갔다. 특히 나는 자동차의 조형적인 면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기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자동차 디자이너는 내 스케치를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외장 디자인은 내게 움직이는 예술품 혹은 조각을 만드는 일처럼 느껴졌다. 실제 디자인 프로세스 중에도 클레이 모델을 직접 깎아서 원하는 조형을 만드는 과정이 있지 않나. 산업 디자인의 영역이지만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 외장 디자인을 선택하게 됐다. 폭스바겐에서 인턴십을 거친 뒤 2012년 아우디에 입사해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어반스피어 외장 디자인의 특징이 궁금하다.

‘메가시티에서 달리는 프리미엄 스페이스’를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전형적인 밴 특유의 박시한 디자인은 피하고 싶었고, 아우디만의 모던 럭셔리를 외장 디자인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불필요한 라인을 최대한 줄이고 큰 볼륨 자체로 위압감을 주고 싶었다. 디자인 과정에서 잠재 고객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작업했다. 인사이드 아웃 디자인으로 진행하면서 넓은 내부 공간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따라 외장 디자인을 잡아나가야 했다. 어떻게 디자인을 구성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아우디만의 다이내믹한 감성이 더 부각되길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했다. 그것에 부응해 어두운 컬러에 팔라듐 소재의 캐릭터 라인을 그어 시선을 분산시켰다.

Detail
콘셉트카 디자인이 자동차업계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브랜드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빌리티를 함축해서 제시하는 것이 콘셉트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현재 트렌드만을 보여주는 멋있는 차가 아니다. 앞으로 변화할 외장·내장 디자인과 배터리, 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를 콘셉트카 안에 담아내 방향성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막연한 상상이 아닌 진지한 고민과 연구, 실험을 거쳐 만들어진다. 완성된 콘셉트카가 양산차에 고스란히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뒤 협의를 통해 콘셉트카의 아이디어를 양산차 디자인에도반영한다. 미래의 모빌리티 브랜드를 엿볼 수 있는 통로라고 봐도 좋다.

앞으로 외장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전동화로 인해 엔진이 차지하던 공간이 상당 부분 필요 없어져 외장 디자인의 자유도가 커졌다. 또 전기차는 배터리 팩이 바닥으로 자리하다 보니 그에 맞추려면 전체적인 디자인 레이아웃이 바뀔 수밖에 없다. 이번 어반스피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앞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실내 공간이 넓어질 것이며, 조만간 자동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새로운 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내장 디자인과 외장 디자인이 서로 영향을 주며 변화하기 때문에 외장 디자이너라도 내장 디자인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은 필수다.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조언한다면?

스케치는 여전히 매우 중요한 의사소통의 도구다. 그러니 스케치를 열심히,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내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책임감이다. 학교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만 그리다 보니 기업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기업 디자이너가 되면 스케치를 실제 완성품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모인다. 이처럼 디자인 과정에는 엄청난 규모의 팀워크가 수반되기 때문에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한다. 또 자신만의 캐릭터와 개성을 살린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제각기 다른 재주와 개성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것이 글로벌 기업이다. 뚜렷한 나만의 색깔과 감성을 개발하고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반영해야 한다.

글 박종우 기자 인물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자료 제공 아우디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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