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키아프 2024를 앞둔 이들을 위한 아트 전시 6
가을의 시작을 위한 아트 캘린더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을 선두로 한 아트 위크 기간 놓치지 말 전시를 소개한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예술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오는 ‘키아프&프리즈’ 아트페어 주간을 앞두고 서울은 분주하다. 더욱이 국내 비엔날레를 대표하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도 함께 맞물려 전례 없는 아트 위크를 앞둔 지금,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행사를 위한 아트 가이드를 준비했다. 기업 및 브랜드 아트스페이스, 글로벌 아트 갤러리, 아트 및 디자인 페어 행사 세 가지로 구분해 소개한다. 앞서 디자인플러스에서 소개한 <2024년 하반기에 봐야 할 10개의 전시> 도 함께 참고해 나만의 아트 투어 일정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겠다.
KAPPAO: 틈, Me Time
2024년 8월 16일 – 9월 29일
한아트스페이스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459 지하 1층)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이 올해 4월 개관한 한솥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9월 29일까지 갑빠오 작가의 전시 <틈, Me Time>이 열리고 있다. 평범한 일상 속 다채로운 감정과 서사를 그려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바쁜 일상 속 우리를 숨 쉬게 하는 ‘틈’을 조명했다. 회화, 도자, 설치, 드로잉 등 약 7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는 독특한 활동명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데, 이는 본명인 ‘고명신’에서 성인 ‘고(KO)’를 이태리어 발음에서 유래한다. 도예를 전공하고, 이탈리아 브레라 국립미술대학교에서 장식 미술을 공부한 작가는 회화, 사진, 공예, 조각 등 장르를 아우르는 작업을 소개해 왔다.
특히 강렬한 색채와 독특하면서도 유쾌한 형상에서 보이는 표현주의적 성격 때문인지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면 누군가의 사적 공간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는다. 갑빠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만이 지닌 사소한 ‘틈’을 발견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돌이켜 보기를 제안한다. 전시를 둘러보며 지극히 사적이고, 자유로운 여유와 즐거움을 발견했다면 이는 작가 및 전시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했다고 볼 수 있을 터. 숨 가쁜 아트 주간을 소화하며 잠시간의 여유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안규철의 질문들 – 지평선이 없는 풍경
2024년 8월 23일 – 2025년 1월 3일
스페이스 이수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84 1층)
이수그룹의 문화 예술공간 스페이스 이수에서는 8월 23일부터 오는 2025년 1월 3일까지 안규철 작가의 개인전 <안규철의 질문들 – 지평선이 없는 풍경>을 개최 중이다. 지난 40년간 미술에 품어온 질문을 담은 안규철 작가의 신작을 소개하는 전시다. 설치, 조각, 회화. 텍스트 등으로 구성된 신작은 사회와 미술에서 지속되어 온 고정된 사고와 관습에 관해 질문한다.
예술가는 남이 가르쳐 주지 않는 일들의 방법을 찾는 데 자신의 삶을 탕진하는 사람이다. ‘어떻게’가 중요하고 ‘왜’는 질문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하지 않는 질문을 하는, 실패와 헛수고의 전문가이다
안규철, 작가 노트에서 발췌
이번 개인전의 부제 ‘지평선이 없는 풍경’은 실패와 공회전을 거듭하는 우리 시대의 풍경을 표현했다.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찾아 헤매는 우리 자신과 지평선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의 풍경을 ‘나선형의 벽’, ‘점 습작’, ‘선 습작’, ‘예술로 가는 길’, ‘외국어로 된 열두 개의 잠언’, ’24개의 도발’, ‘세 개의 수평선’, ‘일곱 개의 상자’ 등 여덟 점의 신작을 통해 재구성해 눈길을 끈다. 전시를 통해 작가가 건네는 질문 목록을 살펴보며 거대 담론이 아닌 삶 속의 작은 이야기에 주목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함경아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
2024년 8월 30일 – 11월 3일
국제갤러리 K1, K3, 한옥
국제갤러리에서는 함경아 작가의 전시를 선보인다. 오는 8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리는 <유령 그리고 지도>는 국제갤러리 K1와 K3, 그리고 한옥에서 열린다. 작가는 자신이 바라보고 경험한 오늘날 사회를 세 개의 악장으로 꾸렸다. 여기서 말하는 ‘유령’은 함경아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사회를 작동시키는 모든 지시들과 욕망을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지난 2015년 국제갤러리에서의 <유령 발자국>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 전시는 당시의 발자국들이 그려내는 세상의 지도를 선보이는 자리인 셈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섬유 미술을 주제로 한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함경아 작가의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건 바로 ‘자수 프로젝트’다. 이는 작가의 작품 세계의 핵심이기도 하다. 특히 2008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유령 그리고 지도 / 시01WBL01V1T'(2024)가 대표적이다. 작품은 전쟁과 노동 등 사회정치적 함의를 품고 있는데 그 내용뿐만 아니라 작품 제작 과정에도 맞닿아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화려한 색채, 높은 수준의 완성도 그 이면에는 노동과 통제 불가능한 사건들이 응축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작품 그 이면에 담긴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살펴보기를 권한다.
<가브리엘 오로즈코> 개인전
2024년 9월 4일 – 12월 14일
화이트 큐브 서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6)
화이트 큐브 서울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멕시코 현대미술의 거장 ‘가브리엘 오로즈코(Gabriel Orozco)’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오는 9월 4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도쿄, 멕시코시티, 파리를 중심으로 생활하며 주변 환경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제작한 회화와 드로잉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작가는 1990년대 초부터 자연을 구성하는 기하학적 형상을 관찰하며, 작업 당시 머무는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토착 소재를 통해 작품을 제작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1과 2022년에 걸쳐 작업한 700여 점의 연작 시리즈 ‘Diarios des Plantas(식물 도감)’의 연장선인 작품을 선보인다. 본래 33권의 노트에 작업한 연작 시리즈는 멕시코 아카풀코와 일본 도쿄에서 발견한 현지 동식물을 수록한 시각적 백과사전과도 같은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캔버스와 두방지 위에 그린 작품에서는 일본과 중국 전통 회화에서 나타난 원을 활용한 기법을 재해석한 흔적도 엿보이며, 종이 위 나뭇잎 프린트에 구아슈와 흑연을 사용한 점도 돋보인다. 한편 같은 날 개최하는 프리즈 서울에서 화이트 큐브 서울 부스에서도 작가의 두 작품 ‘Plant Journal 3(식물 일기 3)'(2022), ‘Plant Journal 4(식물 일기 4)'(2021)도 공개하니 놓치지 말자.
더프리뷰 성수 with 신한카드
2024년 8월 31일 – 9월 3일
에스팩토리 D동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 15길 11)
<더프리뷰 성수>는 초보 컬렉터를 타깃으로 한 신생 아트페어로 프리즈&키아프 서울이 본격적으로 아트 위크를 알리기 전 가장 먼저 포문을 연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행사는 아트 위크 기간에 맞추어 행사 일정을 변경했다. 올해는 신규 갤러리 12곳을 포함해 총 39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디스위켄드룸, 옵스큐라, 오브제후드, 어컴퍼니, 지갤러리, OKNP, 도잉아트, 에디트 프로젝트, 갤러리 소소 등 기성 미술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는 갤러리뿐만 아니라 신생 독립 공간도 참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WWNN, 샤워, 상히읗, 피에스 센터, 포켓 테일즈, 파이프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한편 이번 <더프리뷰 성수>는 부스 전시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광주비엔날레가 홍보관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판소리, 모두의 우림>이라는 제목을 내 건 광주비엔날레의 예고편 격인 <판소리로부터 배우다>라는 비디오 에세이를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참가 갤러리를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선정한 8인의 작가 작업을 조명한 특별전 ‘스포트라이트’와 <더프리뷰 성수>의 간판 프로그램이 된 ‘퍼포먼스’도 한국무용, 판소리 등 전통을 기반으로 한 퍼포머들이 중심을 이루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아트 위크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에 앞서 <더프리뷰 성수>에서 신생 공간 및 작가들을 먼저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서세옥 x LG 올레드: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
2024년 9월 4일 – 9월 7일
코엑스 D홀 C23-24 부스 옆 LG OLED Lounge(프리즈 서울 내)
프리즈 서울의 헤드라인 파트너 ‘LG OLED’가 선보이는 전시도 눈길을 끈다. <서세옥 x LG OLED: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는 미술가 서도호, 건축가 서을호,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 고(故) 서세옥 화백의 작품을 재해석한 전시다. 3부자가 협력한 유례없는 전시일 뿐만 아니라 최근 서도호 작가는 아트선재센터에서 21년 만에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LG OLED와의 특별전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 차남 서을호 건축가
이번 특별전은 LG전자가 지속해 오고 있는 의 일환이다. 한국 수묵 추상의 창시자인 서세옥 화백의 작품을 장남 서도호 작가가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했고, 이를 차남 서을호 건축가가 디자인하고 연출한 공간에서 선보인다. 서도호 작가는 아버지의 작품 세계가 투명 OLED TV인 ‘LG OLED T’의 특성을 최초로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와 설치 작품을 선보이며, 서을호 건축가는 모든 작품을 아우르는 전시 공간을 연출했다. 아버지의 작품 세계가 두 아들의 시각으로 재해석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한편 프리즈 서울 내 자리한 LG OLED 전시장에는 서세옥 화백의 원작 7점도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LG OLED 사이니지로 구성된 대형 미디어 월을 통해 그의 육성과 작업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무극(無極)>도 상영된다. 동양화부터 현대미술, 건축까지 각자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가는 3부자의 협업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