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요리가 한 곳에, 제주 플랜트 바 ‘용기’ ②

"요식물업은 정직하고 부지런해야 해요"

제주도에는 100평에 이르는 공간 안에서 식물도 가꾸고, 요리도 하는 이들이 있다.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 출신 복창민, 아트 디렉터로 활동한 조미은 두 명의 디렉터가 시작한 플랜트 크리에이티브 팀 파도식물이 서울 효창동과 한남동을 거쳐 현재는 제주 탑동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용기'는 바로 이들이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공간이다.

식물과 요리가 한 곳에, 제주 플랜트 바 ‘용기’ ②

▼기사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식물과 요리가 한 곳에, 제주 플랜트 바 ‘용기’ ①


제주도와 요식물업

플랜트 바 ‘용기’의 로고 디자인 (사진 제공. 용기, 파도식물)

식물을 다루는 일과 음식을 다루는 일, 그리고 사람을 맞이하는 일 모두 비슷하면서도 다를 것 같아요. 스스로를 ‘요식물업’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시던데. 요식물업을 위해 필요한 자세와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화훼농장에 이런 글귀가 있어요. ‘꽃을 하는 사람은 정직합니다.’ 식물을 다루고, 요리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누구보다 자신을 속이면 안 되는 일이죠. 많은 일이 그렇겠지만 요식물업은 정직하고 부지런해야 해요. 맛과 플레이팅의 실력이 부족하다면 정진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발해나가면 되지만, 업을 대하는 자세는 고치기 힘들어요.

‘용기’의 로고 디자인에도 요식물업이 반영되어 있는 듯한 느낌인데요. 가장 먼저 식물을 연상시키는 연녹색의 바탕색과 플레이트가 떠오르는 네모 상자,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화살표 모양의 한글 폰트가 인상적이에요.

100평에 이르는 용기의 큰 공간을 다목적으로 꾸려 가고 싶었던 만큼 단순한 음식점 간판 형태는 피하고 싶었어요. ‘용기’가 맞이할 미래의 변화까지도 안고 갈 수 있는 로고를 디자인하고 싶었습니다. 공간의 크기가 느껴지는 여백과 용기에 담고 싶은 의미 등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지만, ‘용기’라는 한글 디자인의 어려움을 잘 해결할 수 있는 형태로 풀어냈습니다.

한편 용기는 제주도 탑동에 위치하는데요. 탑동만의 매력이 있다면요?

공항이랑 가까워서 여행 일정 첫날 혹은 마지막 날 오시기 편한 위치에요. 제주스러움을 온전히 느끼고, 마지막 날 용기에 오셔서 즐기시다 공항으로 가시면 마지막 순간까지 알찬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요즘에는 붉게 노을 지는 하늘이 참 아름다워요. 용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바로 앞 탑동 해안 도로에서 잠시 바다와 노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요.


맛있게 ‘용기’를 즐기는 법

용기 멤버 각자 정해진 역할이 다르지만 메뉴와 식사 경험에 대한 고민은 함께 나누는 걸로 알고 있어요. 서로 입맛이 달라서 고생하는 점은 없나요

요리는 모두에게 평생의 숙제 아닐까 싶어요. 하루 두 끼, 평생을 반복해야 하는 일인데 정성 없는 음식은 먹는 순간 알겠더라고요. 다행히 멤버들은 편식 없이 모든 음식을 잘 먹어요. 다 같이 잘 먹고, 음식 고민도 함께 하고, 비슷한 입맛을 지닌 만큼 피드백도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에요.

플랜트 바 ‘용기’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메뉴가 있다면요? 메뉴와 어울리는 페어링 옵션도 궁금해요.

용기는 내추럴 와인을 주로 해서 사실 어떤 메뉴라도 페어링 하기 좋아요. 좋아하는 식재료가 들어있는 메뉴를 추천드리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같은 식재료라도 용기만의 취향으로 풀어서 요리하기 때문이죠. 예컨대 고급 어종인 달고기를 활용한 ‘달고기 치즈그라탕’ 도 저희 식대로 풀어보고 싶은 메뉴였어요. 그라탕에는 보통 베샤멜 소스를 많이 사용하는데 조금 가볍게 만들고 싶어 고민했어요. ‘생선이 들어간 담백한 그라탕은 어떨까?’ 싶었죠. 로즈메리 향을 입힌 감자와 우유 베이스 소스가 아래에 깔리고, 노릇하게 구운 제주산 달고기와 그 위에 치즈를 수북하게 올린 뒤, 새콤한 맛을 더한 양파를 토핑 해 오븐에 구웠어요. 차갑게 칠링 된 산도 있는 와인이라면 뭐든 좋죠. 입안이 개운해져요. 맛이 상상이 될까요?(웃음)

용기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내추럴 와인들. 사진 속 와인의 이름은 ‘프레미스Premices’. (사진 제공. 용기, 파도식물)

제철 재료를 활용한 메뉴와 주류도 흥미로워요. 본격적으로 여름을 맞이한 만큼 여름철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와 주류가 기대되는데, 최근 어떤 재료에 관심을 두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매년 이맘 즈음에 매실과 함께 했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매실 시즌이 왔네요. 매실과 위스키 또는 매실과 안동소주로 담금주를 담고 맛있게 익길 기다려요. 더운 여름날 매실 하이볼로 마시면 정말 좋죠. 여름과 어울리는 우메보시도 직접 만들어요. 일본식 매실 절임인데 매실을 씻어 꼭지를 하나씩 따고 소금에 한 달 정도 절인 뒤 뜨거운 여름 햇볕에 골고루 말려 완성돼요. 메뉴의 주인공까지는 아니지만 히든으로 사용하거나 용기 식구들의 스텝밀에도 자주 등장하는 재료입니다.

매해 여름이면 매실로 담금주를 담거나 일본식 매실 절임을 선보인다. (사진 제공. 용기, 파도식물)

그렇다면 계절별로 ‘용기’를 즐기는 방법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겠네요. 식물도, 음식도, 사람도 모두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요.

맞아요. 음식 재료는 매번 제주 오일장에서 장을 보는데요. 2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찾고 있어요. 변화하는 계절감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어 일부러 찾기도 해요. 확실히 마트랑은 달라요. 친해진 할머님들 덕분에 좋은 재료도 구할 수 있고, 때론 멋진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거든요. 계절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이 용기를 찾아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죠.

Information​

용기

공간 디자인 | 파도식물, 용기

로고 디자인 | 파도식물, 용기

​위치 | 제주 제주시 탑동로2길 7 1층

운영 시간 | 목-월, 13:00-23:00

정기 휴무 | 매주 화요일, 수요일

인스타그램| @padosikmul.yon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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