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민속박물관이 공예 투어에 진심인 이유?
오감으로 체험하는 공예 투어
국내 최초의 사립 민속 박물관인 온양민속박물관이 아산공예창작지원센터와 기획한 공예 투어 프로그램이 인기다. 특히 박물관에서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콘셉트 아래 봄과 가을을 만끽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오감을 만족하는 공예 투어, 뮤지엄테라피를 소개한다.
지난해 가을부터 온양민속박물관과 아산공예창작지원센터가 기획한 공예 투어 프로그램 ‘뮤지엄테라피’가 인기다. 박물관에서 경험하는 치유와 휴식의 시간이라는 콘셉트를 지닌 뮤지엄테라피는 떠나기 좋은 계절 봄과 가을에 각각 열린다.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서울에서 출발해 아산에 자리한 온양민속박물관을 둘러보고 아산공예창작지원센터에서 마련한 공예 워크숍을 체험하는 ‘올데이뮤지엄’, 그리고 코레일과 함께 진행하는 ‘기차여행’은 외암민속마을과 건재고택을 둘러본 뒤 온양민속박물관으로 향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뮤지엄테라피, 오감을 만족시키다
뮤지엄테라피가 흥미로운 건 단순히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건축, 전시, 공예 체험, 음식, 차, 명상, 요가, 향, 민화 그리기 등 각기 다른 주제로 진행되는 워크숍을 통해 다채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뮤지엄테라피를 치유와 휴식의 시간이라고 부르는만큼 바쁜 일상 속에서는 쉽게 시도해 보지 못하는 체험들로 눈길을 끈다.
뮤지엄테라피에서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건 바로 건축이다. 국내 최초의 사립 민속 박물관인 온양민속박물관은 국내 1세대 건축가이자 ‘예술의 전당’을 설계한 건축가로도 알려진 김석철 건축가의 작품이다. 벽돌을 사용한 외관이 독특한데 이는 공주 송산리에 있는 무령왕릉 내부에서 영감을 얻어 반영했다. 아울러 정문에서 박물관 본관 건물 입구에 이르는 길은 태극 문양으로 휘어져 있으며, 시야에서 건물이 서서히 드러날 수 있도록 시퀀스를 연출했다. 건축물 및 공간 설계에 반영된 한국적 요소는 박물관의 성격과도 맞닿아 있다. 이곳 박물관에서는 한국인의 일상 속에서 보존해야 할 생활용품을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장식이나 유물은 찾아볼 수 없다. 그릇, 수저, 모자, 신발 등 일 의식주에 필요했던 과거의 물건은 세 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상설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최근 10월 중 진행 된 뮤지엄테라피에서는 박물관 부지 내 자리한 구정아트센터에서 색다른 기획 전시도 볼 수 있다. 개관 46주년을 맞이해 기획된 전시 <사랑冊방>의 일환인 <반.반.반: 너르고 바른 반>이 바로 그것이다. 구오듀오, 제로랩, 비포머티브, 송봉규, 양정모, 이완, 임정주 등 현대 작가 및 디자이너 36명(팀)이 지난 8월 열린 워크숍 ‘마당’에서 현대의 재료를 사용해 재해석한 반(盤)을 소개하는 자리다. 여기서 말하는 ‘반’은 소반, 모반, 과반, 탁반, 두리반 등 사랑방에서 볼 수 있는 전통 가구를 말한다.
전시 연출도 흥미롭다. 관객이 보는 정면으로는 온양민속박물관이 소장한 반을 올려뒀다. 시대, 지역, 사용 목적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과 소재로 만들어진 전통의 반을 보는 재미가 있다. 뒤편으로는 참여 작가와 디자이너가 인상 깊게 본 반을 선택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기물이 놓여 있다. 창작자가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전통 반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직접 비교하며 파악할 수 있다.
전시와 함께 구정아트센터의 건축도 둘러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이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가 설계한 국내 최초의 건물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이타미 준은 구정아트센터가 자리한 땅, 아산을 주목했다. 충무공 이순신이 나고 자란 곳인만큼 그의 얼이 깃들 수 있도록 거북선을 건물로 형상화했고, 충청도의 ‘ㅁ’자형 가옥 구조를 바탕으로 내부 공간을 디자인했다.
변화하는 관객의 니즈를 겨냥하다
구정아트센터 전시장을 나서면 바로 앞에 아산공예창작센터와 카페 온양이 자리한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카페 온양에 들러 박물관 텃밭에서 기르고 가꾼 식재료로 만든 음식과 음료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카페 정면에는 박물관의 야외 공연장이 자리한다. 투어 프로그램 참여시 점심 식사가 제공되는데 야외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점도 뮤지엄테라피만의 매력이다.
아산공예창작센터에서는 손으로 직접 공예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선비들의 문자향이 담긴 시전지(詩箋紙)를 한지에 스탬프 찍어 만드는 것부터 나무와 풀의 소재 및 특성을 살펴보며 고드랫돌을 이용한 고드래 놀이터, 야외정각에서 발효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차회, 수제종이 조각을 태모시에 꿰어 맑은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풍경 만들기 체험까지 취향에 따라 참여가 가능하다.
온양민속박물관이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건 관람이 아니라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관객의 바뀐 니즈와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시각 뿐만 아니라 청각, 미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을 동원해 온전히 자신만의 경험으로 만들고자 하는 트랜드와도 맞닿아 있다. 그런 점에서 공예 투어 ‘뮤지엄테라피’는 니즈와 트랜드를 정확하게 겨냥한다. 내년 봄과 가을에 다시 열릴 뮤지엄테라피가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