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영감을 받은 공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비소코의 별이 빛나는 밤 공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중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비소코에 '별이 빛나는 밤 공원'이 조성되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름 그대로 빈 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공원이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영감을 받은 공원

빈센트 반 고흐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비극적인 죽음 이후에는 서양 미술사에 있어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조명받는 인물이다. 강렬한 색채와 역동적인 붓 터치가 가득한 그의 작품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에너지를 담고 있으며, 예술가는 물론이고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작가의 예술적 열망과 정신적 고뇌가 담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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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사진 출처 britannica.com/biography/Vincent-van-Gogh

반 고흐는 10년 남짓한 예술 활동 기간 동안 약 2천 점 이상(900여 점의 그림들과 1,100여 점의 습작들)의 작품을 남기며 예술에 몰두했지만, 그를 진정으로 이해한 이는 동생이자 후원자였던 테오가 전부였다. 팔리지 않는 그림을 그렸던 화가는 늘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였으며, 그와 함께 정신적인 불안정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절대로 붓을 놓지 않았던 그는 생레미의 정신 요양원에 머물면서 마주한 밤하늘을 바탕으로 고독과 열정이 응축된 걸작,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1889)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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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1889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별과 달이 소용돌이치는 밤하늘, 한 번 자르면 다시는 뿌리가 나지 않기에 죽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이프러스 나무, 푸른 빛으로 물든 고요한 마을의 풍경을 거친 붓질로 담은 그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환상의 나라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조용한 시골의 풍경을 담은 그린 그림이지만,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역동적인 밤 하늘의 모습에서 화가가 느꼈던 끝없는 고독과 불안을 엿볼 수 있다. 평생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켰기에 이 작품은 예술, 디자인,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제공하는 중요한 문화적 유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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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lego.com

오늘날 반 고흐의 작품은 예술·디자인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그 영향을 느낄 수 있다. 가방, 티셔츠, 머그잔 등 일상용품부터 식음료 제품,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반 고흐만의 예술적 특징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며 작품의 영향력이 더욱 확장되는 모습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작품에 영감을 받은 공원까지 조성되면서, 명작의 영향력은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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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공원 사진 출처 facebook.com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a i Hercegovina)의 중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비소코(Visoko)에 ‘별이 빛나는 밤 공원(Starry Night Retreat)’이 조성되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이 공원은 보스니아 사업가 할림 주키치(Halim Zukic)가 반 고흐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조성한 것이다.

약 20년 전, 주키치는 고향인 이 도시 외곽에 땅을 구입했었다. 매입할 당시만 해도 땅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만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네덜란드 화가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공원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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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림 주키치 사진 출처 smithsonianmag.com

2018년, 우연히 언덕에 서서 경치를 감상하던 사업가는 건초 초원에 새겨진 트랙터 자국이 반 고흐의 그림에 있는 소용돌이 모양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는 땅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재현하기로 결심한다.

자그마치 10헥타르(약 30,250평) 규모의 땅에 평면의 그림을 3차원으로 재현하는 것은 누구나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들어가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해내고야 말았다. 6년에 걸친 노력 끝에 공원은 네덜란드 인상파 화가에 대한 헌사가 담긴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건설 장비가 우리의 붓이 되었고, 식물이 우리의 색이 되었습니다.”

_ 할림 주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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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facebook.com

주키치는 자신이 기존에 소유하고 있는 땅의 크기가 그림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서는 다소 부족하다 여겼다. 그래서 땅을 더 매입했고, 이어 20~30명의 정원사와 함께 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이 작업을 위한 예술적인 감성을 충전하기 위해 화가가 머물며 작업을 했던 것으로 유명한 생레미와 아를을 포함하여 프랑스의 여러 장소를 여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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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facebook.com

이렇게 물심양면으로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공원의 모습은 반 고흐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곡선들로 가득해졌다. 그 어느 곳도 직선이 사용되지 않은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능한 한 그림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모양과 비율을 고수하려고 노력했고, 노력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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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facebook.com

“이곳은 반 고흐의 걸작에서 영감을 받아 예술과 자연이 만나는 곳입니다.”

_ 할림 주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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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facebook.com

그와 그의 팀이 공원에 작품의 소용돌이치는 요소를 재현하기 위해 들인 노력은 어마어마하다. 여섯 가지 다른 색조의 라벤더와 더불어 세이지, 에키네시아, 쑥, 카모마일과 같은 다채로운 식물들을 곡선 형태의 산책로와 개울을 따라 심어 소용돌이치는 듯한 구도를 완성했다. 또한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개울을 호수로 전환하여 반 고흐의 그림을 자연 속에서 재현하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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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facebook.com

현재 공원을 항공 뷰로 보면 일부 색상이 흐릿하게 드러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그림처럼 파란색과 노란색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주키치에 따르면, 앞으로 이 공원에는 자본보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무와 식물이 자라면서 더욱 아름다워지며 그림과 유사하게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원의 예술적 가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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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facebook.com

주키치는 20년간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살아온 결과가 이 공원이라고 설명하며, 별이 빛나는 밤을 세상에서 가장 크게 표현한 것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한 그가 공원을 만들면서 느꼈던 예술적 감성을 방문객들도 함께 느끼기를 바라고 있다. 그와 더불어 그는 자신의 공원이 단순히 반 고흐를 기념하는 곳에 머무르지 않고, 보스니아의 문화유산을 알리고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 고흐의 걸작이 녹아든 자연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은 확실히 흔치 않은 경험이다. 덕분에 내년 5월로 개장될 것으로 예정된 공원은 이미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공원 개장이 완료되면 동유럽의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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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facebook.com

이처럼 반 고흐의 예술은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고 우리에게 영감을 선사한다. 그의 작품은 고통 속에서도 열정을 잃지 않고 예술을 펼쳐 보인 이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며, 예술이 지닌 위대한 힘을 증명하고 있다. 사업가가 반 고흐의 작품을 자연으로 표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였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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