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제이슨 아티엔자: 비스타 워커힐 서울의 스카이야드를 물들이다

제이슨 아티엔자 스튜디오 아티엔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계적인 아티스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인 제이슨 아티엔자(Jayson Atienza). 글로벌 광고 대행사 BBDO에서 커리어를 쌓은 뒤, 나이키, 룰루레몬, ESPN, NBA 등과 협업하며 생동감 넘치는 비주얼 언어로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왔다. 이번 비스타 워커힐 서울 프로젝트에서는 자연과 도시의 에너지를 담아내며 그의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상 속 예술을 향한 그의 시선을 통해, 예술이 어떻게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Creator+] 제이슨 아티엔자: 비스타 워커힐 서울의 스카이야드를 물들이다

editor’s note

봄기운이 완연한 서울, 비스타 워커힐 서울의 스카이야드(SKYARD)가 형형색색의 작품과 함께 새 단장을 마쳤습니다. 스카이야드를 탈바꿈한 주인공은 바로 제이슨 아티엔자(Jayson Atienza)인데요. 뉴욕의 광고회사 BBDO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상하이를 거쳐, 현재는 라스베이거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스튜디오 아티엔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동시에 아티스트로서 나이키, 디젤, 룰루레몬, 하이네켄, ESPN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장해 가고 있는데요. 특히 신발, 자동차, 가구, 조각, 놀이터 같은 일상의 오브제를 새로운 캔버스로 삼아, 개성 넘치는 색과 선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죠.

‘일상 속 예술’을 주제로 한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작가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데요. 스카이야드의 나무 데크를 그의 시그니처 패턴으로 래핑했고, 페인팅 월에서는 라이브 드로잉이 펼쳐지는 등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이 외에도 그의 작품 스타일을 반영한 굿즈는 물론, VIP 론칭 파티와 아트 피크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특별한 재미도 선사했습니다. 제이슨 아티엔자의 작품에 담긴 메시지부터 이번 프로젝트의 비하인드, 그리고 창작자로서 갖춰야 할 자세까지,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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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 호텔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인 제이슨 아티엔자(Jayson Atienza)

PLUS 1. 비스타 워커힐 서울 x 제이슨 아티엔자

비스타 워커힐 서울과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이게 됐어요. 그간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일해온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몇 해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초에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박람회 〈CES〉 행사에서 SK네트웍스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던 중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의 협업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죠. 

앞서 뉴욕 ACE 호텔에서 객실마다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을 설치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고, 상하이 Edition 호텔에서는 VIP 고객을 위한 VR 헤드셋을 직접 페인팅해 제작한 경험도 있는데요. 이처럼 호텔이나 다양한 공간을 대상으로 작업한 경험 덕분에 이번 프로젝트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된 건 시너지(Synergy) 때문이에요. 저는 억지로 합을 맞추는 프로젝트보다는 자연스럽게 잘 맞는 에너지에서 나오는 힘을 믿거든요. 브랜드든 사람이든, 서로 잘 맞는 시너지가 있을 때 결과물도 훨씬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바로 그런 경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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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타 워커힐 서울의 스카이야드(SKYARD) 내 설치한 작품의 모습. 볼드한 색상과 유기적인 형태는 주변 자연 환경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서울에서 작품을 소개하는 건 처음이라고요. 그만큼 서울에 대한 첫인상도 남달랐을 듯싶어요.

맞아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작년에 처음 서울을 방문했어요. 아내와 함께 일주일 정도 머물렀는데요. 공간을 직접 경험하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리서치 트립이었죠. 단순히 장소를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를 느끼고, 먹을거리를 즐기면서 서울이 가진 분위기와 에너지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웃음)

저는 항상 작업할 때 이런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사진이나 영상만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각들이 있거든요. 마치 콘서트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야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듯이요. 그런 점에서 워커힐 비스타 서울의 스카이야드(SKYARD)에서 둘러본 나무, 산, 강 등의 주변 자연 풍경과 그 에너지가 작업에 큰 영감을 줬습니다. 특히 도시 한가운데에서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정말 인상 깊었죠.

비스타 워커힐 서울 스카이야드(SKYARD) 공간 곳곳을 본인만의 작품 스타일로 꾸미셨잖아요. 특히 데크 위에 한 폭의 풍경화처럼 소개한 작품은 볼드한 컬러 조합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마침,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는 시기라 더욱 눈길이 가더군요.

작년에도 딱 이맘때쯤 서울을 방문했었는데요. 마침, 벚꽃이 만개할 시기였어요. 벚꽃은 짧게 피었다가 금방 지기 때문에 그 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죠. 이후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제 스튜디오로 돌아가 작품을 준비하면서, 서울에서 봤던 풍경이 작품 구성이나 색상 선택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특히 벚꽃의 생동감 넘치는 핑크 컬러는 워커힐 비스타 공간의 활기찬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느꼈어요. 자연의 생명력과 도시의 활기, 이 두 가지 요소가 작품의 디자인 방향을 잡는 데 큰 영감을 줬습니다.

한편, 작품을 선보이는 시기도 완벽했다고 생각해요. 저희 팀에서도 이번 시즌이 작품을 선보이기에 가장 이상적인 타이밍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작업을 준비하면서 그 이야기에 공감했어요. 벚꽃이 활짝 피면서 공간 전체가 생동감 있게 살아나고, 날씨도 따뜻하고, 비도 적어서 작품의 분위기와 감각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였죠. 마치 작년에 느꼈던 영감을, 다시 이 공간에서 이어가는 느낌이었달까요? 계절의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작품이 숨을 쉬는 순간이라는 점에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새롭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고객들도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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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아티엔자가 비스타 워커힐 서울과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작품

작품 제목이 ‘Elevate Your Vibration’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겠네요.

스카이야드에서 도시와 강, 자연을 내려다보면서 정말 제 에너지가 끌어올려지는 걸 느꼈거든요. 저는 모든 사람이 살아가면서 중간중간 잠시 멈추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믿어요. 계속 나아가기만 하면 금방 지치거든요. 많은 분이 이곳을 찾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숨을 돌리고, 새로운 힘을 얻는 거죠. 이번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며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실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물론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한편, 작품이 자리한 위치가 야외 공간이라는 점도 주목할 점인데요. 야외라는 환경이 작품을 선보이는 데 영향을 준 점은 없는지도 궁금했어요. 시간대마다 햇빛이 다르게 들잖아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야외 공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어요. 저는 사람들이 작품을 보면서 그 안에 몰입하고, 에너지를 느끼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연결되기를 바랐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햇빛이 시간대마다 다르게 들어오는 것이 오히려 작품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그때그때 달라지는 빛과 공간의 분위기 속에서, 관람하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어떤 감정이든 간에, 제 작업이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주제는 ‘일상생활 속의 예술’인데요. 다양한 머천다이즈(MD) 콜라보레이션도 눈길을 끌더군요. 어떤 디자인 메시지를 담고자 했는지도 궁금해요.

머천다이즈 콜라보레이션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 중 하나인데요. 사람들에게 단순히 공간에서만 작품을 경험하는 걸 넘어,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예술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터치 포인트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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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타 워커힐 서울과 함께 개발한 콜라보레이션 굿즈. 일상 생활 속에서도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랐다.

예를 들면, 요가 매트는 스카이야드의 요가 데크에서 고객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작품을 경험할 수 있고, 비가 오는 날에도 예술적인 감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우산도 제작했어요. 머그잔은 일상에서 커피를 즐기며 작품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매개가 되었고요. 피크닉 가방은 담요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 자연 속에서도 예술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작업이 억지스럽지 않게, 워커힐 호텔과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너지를 바탕으로 탄생했다는 점이에요. 앞서 짧게 이야기했지만, 저는 언제나 협업에서 브랜드의 정체성과 진정성을 존중하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더 큰 에너지가 나온다고 믿습니다. 스카이야드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머천다이즈들도 비스타 워커힐 서울의 고객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경험하며 생활의 작은 순간들까지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PLUS 2. 필리핀에서 온 소년, 시각 예술에 매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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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제이슨 아티엔자(Jayson Atienza)의 모습

필리핀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뉴저지 저지 시티(Jersey City)로 이민을 왔다고 들었어요. 유년 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하더군요. 특히 지난 인터뷰를 보면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유독 깊어 보이던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도 궁금하고요.

부모님이 먼저 미국으로 건너가셨고, 두 살까지는 할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이후 부모님이 계신 미국 뉴저지의 저지시티로 이민을 오게 됐죠.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아버지가 제 삶에 큰 영향을 주셨는데요. 청각 및 언어 장애가 있으셨거든요. 자연스럽게 아버지와는 그림을 통해서 소통하기 시작했죠. 집 안에 작은 칠판이 있었는데, 그 위에 그림을 그려가며 대화를 나눴어요. 아버지는 저에게 첫 번째 미술 선생님이자, 인생에서 처음으로 협업했던 파트너였던 셈이죠. 아버지와 그림을 통해 대화를 나눈 경험이 오늘날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작업과 지금의 저를 만든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가치관 또는 예술적 영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말 많죠. 단순히 예술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아버지로부터 많이 배웠다고 생각해요. 비록 장애가 있으셨지만, 손으로 하는 일에는 정말 능숙하셨어요. 미국에 오셔서는 공장에서 용접하는 일을 하셨는데, 어릴 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손의 감각을 소중히 여기게 됐거든요. 지금도 작업할 때 손의 움직임이나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또한,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가족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가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라는 책임감도 느끼게 됐고요. 지금은 아들과 딸이 있는데요. 저는 아이들이 어려움 없이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하길 바라거든요. 조부모님 때만 하더라도 일본의 침략으로 산꼭대기로 피신하는 등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시절을 겪었잖아요. 그런 희생 덕분에 저희 세대가 이만큼 올 수 있었고, 이제는 저도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길을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죠. 그리고 이러한 헌신, 책임감, 끈기 등이 제 창작 활동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생각해요. 

한편, 예술가라는 직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어요? 대게 부모님 세대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원하잖아요. 

대학 진학을 앞둔 시기였죠. 어느 대학을 진학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제가 어떤 영역에 열정을 갖고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도 고민이 많았어요. 필리핀의 여느 가정처럼 가족들은 의사나 변호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기대하고 있었죠. 부모님 세대에는 그게 성공의 길이라고 생각하셨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의학이나 법학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당시 학교 미술 선생님께서 예술 대학교와 일반 대학교에 반반 지원해 보자고 조언해 주셨고,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chool of Visual Arts, 이하 SVA)에 합격하게 됐죠. 물론, 가족들은 예술을 하면 먹고 살 수 있겠냐며 걱정했죠. 흔히 ‘예술가는 가난하다’라는 클리셰가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주변의 이야기에 크게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제 안에는 확신이 있었어요.

SVA에서는 순수 예술이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과 광고를 전공했어요. 디자인과 광고의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낀 걸까요?

어릴 적부터 그래피티, 브레이크 댄스, 스니커즈 등 스트리트 컬처를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시각적인 것에 매력을 느껴왔어요. 친구들과 벽에 낙서하고, 운동화에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죠. 그런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저를 시각 예술로 이끌었던 것 같아요. 특히, TV에서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 NFL 선수인 보 잭슨(Vincent Edward ‘Bo’ Jackson)이 등장하는 나이키(Nike) 광고를 볼 때마다 “이런 멋진 광고를 만드는 걸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구나”하고 크게 고무되곤 했죠. 이런 걸 생각하면 단순히 순수미술만 하기보다는, 그로부터 파생되는 더 많은 가능성을 탐색해 보고 싶었습니다. SVA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광고를 함께 전공한 것도 시각 예술과 커뮤니케이션을 연결할 수 있다는 분야라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었죠.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상 깊은 게, 어릴 적부터 스스로 길을 찾고자 하는 독립적인 태도는 물론이고 자신감도 남달랐던 것 같아요.

맞아요. 15살 때부터 대형 쇼핑몰 매장에 있는 시나몬롤 브랜드 가게인 ‘시나본(Cinnabon)’에서 일하기 시작했죠. 원하는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했거든요. 그런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독립심을 키워준 셈이죠. 돌이켜보면 단순한 용돈벌이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SVA에 진학해서는 물감이나 붓 같은 재료를 사기 위해서 대형 오피스 전문 매장인 ‘스테이플스(Staples)’에서 일하기도 했죠. 이러한 경험들이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 나서는 원동력이 되었는데요.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학교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어요. 가장 뛰어난 그래픽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선정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덕분에 학비를 충당할 수 있었고, 그 혜택으로 <롤링 스톤(Rolling Stone)> 매거진이나 <콘테 나스트(Condé Nast)>와 같은 매체에서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 책이나 수업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었어요. 덕분에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SVA 재학 시절, 학교에 커다랗게 걸려 있던 포스터가 아직도 기억나요. “Good is the enemy of great.”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 단순히 ‘좋은’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였죠. 그냥 괜찮은 정도로는 부족하다고요. 평범함(mediocrity)은 저에게 선택지가 아니었어요. 항상 최고를 꿈꾸고, 그만큼 노력해야만 한다는 걸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새겼습니다.”

PLUS 3. 제이슨 아티엔자의 터닝 포인트

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BBDO’에서 일하기 시작했죠. 새로운 인생의 막이 열린 셈인데,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도 궁금하더군요.

세계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중 한 곳이 바로 BBDO였어요. BBDO가 무슨 약자인지 혹시 아세요? 원래는 창립자의 이름을 딴 거지만, 우리는 농담처럼 이렇게 부르기도 했어요. “Bring it Back, Do it Over”. 한마디로, “좋은 것으로는 부족하다, 최고가 될 때까지 다시 가져와서 다시 해라”라는 정신이었죠. 실제로 그런 문화가 아주 강한 곳이었고요. 광고 캠페인을 완성도 있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개선하고 또 개선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이를 통해 저 역시 ‘좋음’이 아니라 ‘위대함’을 추구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습니다. 

BBDO 특유의 업을 대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와 일한 경험이 현재에도 도움이 많이 됐겠어요.

약 10년을 BBDO에서 일하면서 Pepsi, HBO, FedEx, GE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큰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죠. 지금도 그 경험들이 제 작업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요. 클라이언트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설계하고,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실제로 실행하기까지의 과정은 브랜드 광고 캠페인에서 숱하게 경험했던 것과 다르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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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라스베이거스를 중심으로 스튜디오 아티엔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아티스트로도 활동 중인 제이슨 아티엔자

오늘날 아티스트 ‘제이슨 아티엔자(Jayson Atienz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걸로 미루어봐서는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못내 아쉬운 점도 있었지 않았을까 싶어요.

초창기 2년 동안은 정말 광고 일에만 몰두했어요. 당시의 가장 큰 목표가 광고 어워드 수상이었거든요. 상을 받으면 더 멋지고 큰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경제적인 보상도 뒤따르니까 어쩌면 당연했죠. 밤낮 없이 파트너와 함께 일했고, 좋은 결과물로 성취감도 가질 수 있었죠.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허전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광고라는 일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거죠. 클라이언트 브랜드를 위한 작업은 물론 보람 있는 일이지만, “내 이름으로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와 같은 질문이 마음속에 자리하게 됐죠. 결국, 그 고민이 깊어지면서 제 안에 쌓여 있던 창작 본능이 다시 꿈틀거렸고, 다음 단계로 이끌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BBDO에서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 일화도 있다면서요?

맞아요. 터닝 포인터였죠. (웃음) 광고 캠페인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멋진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음 한구석에는 늘 허전함이 있었어요. 어릴 적부터 늘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림을 더 이상 그리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복도를 지나가는데 항상 열려 있던 사무실 책상 위로 수북이 쌓인 그림들이 눈에 띄었어요. 늘 궁금했는데 마침 그날 그 방에 사람이 있더라고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렌 맥캐런(Glenn McCarron)이었죠. 원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는데 생계를 위해 광고계로 오셨다고 하더군요. 책상 위 그림들은 지난 10년간 다시 취미로 그가 그리기 시작한 작업이었고요. 저에게 한 말이 잊혀지지 않아요.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건, 그림 그리기를 20년간 멈췄던 거야. 네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림 그리기를 절대 포기하지 마” 그 말을 듣고 다음 날 바로 SVA 평생교육 과정에 등록해 매주 토요일마다 8시간씩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창작 근육을 되찾으면서 저만의 스타일도 조금씩 발전하기 시작했죠.

결국, 이러한 창작에 대한 갈증이 퇴사와 상하이행으로까지 이어진 걸까요? 언어도, 문화도 다른 곳에서의 삶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2014년 초, 글로벌 에이전시 Wieden+Kennedy 상하이 오피스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Nike China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하게 됐죠. 단순한 이직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일상적인 일조차 버거웠죠. 심지어 상하이에 정착한 첫 1년 반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어요. 하지만 누군가 그러더군요. 중국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문화의 일부가 되라.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문화를 존중하고 받아들여라.”라고 말이죠. 그때부터 시야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상하이에서 커리어를 쌓으면서 가장 큰 교훈이 있었다면요?

‘유연함’이죠. 글로벌 광고 경험이 있다고 해도 모든 것이 통용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기존의 방식은 잊고, 그곳만의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해야만 진짜 통할 수 있음을 깨달았어요. 현지 문화, 사람들,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몸소 배웠습니다. 현지에서 신뢰가 쌓이면 소개가 소개를 낳고, 기회가 열리더군요. 그런 점에서 상하이는 저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해 준 도시였어요.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에너지, 역동성,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의 환대는 저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었는데요.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 믿음과 함께 끊임없이 도전했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웠죠.

“농구 팬으로서 즐겨 인용하는 말이 있는데요. 마이클 조던이 하루에 천 번씩 슛을 연습했다는 이야기처럼, 실패를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걸 상하이에서 실감했어요. 상하이에서의 경험은 아티스트로서의 저를 한 단계 성장시켜 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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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아티엔자와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인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한편, 본격적으로 ‘제이슨 아티엔자’라는 이름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했어요. 시기적으로는 상하이에서의 결심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상하이에서 와이든+캐네디(Wieden+Kennedy)를 거친 후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여러 광고 에이전시와 협업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당시 ‘J. Walter Thompson China’의 크리에이티브 총괄이었던 노먼 탄(Norman Tan)과 연결될 기회가 있었죠. 제 작업을 보더니 “넌 전업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조금은 놀랐지만, 그의 확신에 저도 큰 용기를 얻었어요.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전적인 자세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죠.

상하이에서 작은 그룹 전시부터 참여하면서 조금씩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고, 그러던 중 나이키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상하이에 첫 번째 ‘Nike Kicks Lounge’를 준비하고 있는데, 제 작업을 보고 “당신의 스타일이 이 공간과 잘 어울릴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원래도 나이키 팬이었고, Wieden+Kennedy 시절 광고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를 다뤄본 경험도 있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광고가 아니라 아티스트로서 나이키와 직접 협업하는 기회였으니 정말 꿈 같은 순간이었죠. 이 프로젝트 이후로 제 작업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나이키 협업을 계기로 다양한 브랜드로부터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저만의 예술 세계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PLUS 4. 선과 색으로 완성하는 세계

브랜드가 매료되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비비드한 컬러가 아닐까 싶어요. 독자적인 작업 스타일은 어떻게 완성됐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만의 스타일을 찾기까지도 실험의 연속이었어요. 대학 시절부터 워터컬러, 잉크, 콜라주, 스프레이 페인트, 에나멜, 테이프 등 정말 다양한 재료들을 가지고 시도해 봤거든요. 손으로 직접 만지고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걸 즐기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감의 질감이나 선의 느낌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저만의 작품 스타일을 찾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어느 날 과제로 워터컬러 작업을 가져갔는데, 검은색으로 두껍게 아웃라인을을 그려 마무리한 작품이었어요. 교수님 책상에 작품을 올려두자, 교수님이 무려 45초 동안 말없이 바라보시더라고요. 순간 긴장했죠. 그런데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이거야. 여기 뭔가 있어. 계속 이렇게 해봐.” 그 말을 듣고 정말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굵직한 선과 비비드한 색감이 저의 시그니처가 되었고요. 많은 브랜드가 저를 주목하게 된 것도 말씀처럼 바로 이런 점에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찾으면서, 제 목소리를 지키되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게 제가 지향하는 스타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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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나이키 차이나 본사 리테일 테스트 랩을 위한 핸드 페인팅 벽화 작업

말씀하신 검은색의 두꺼운 아웃라인(outline)은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걸까요?

어릴 적 다녔던 가톨릭 학교에서 본 스테인드글라스가 무의식적으로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매일 성당에 가서 수업을 들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유리창을 바라보곤 했거든요. 스테인드글라스 특유의 두꺼운 검은 선들과 화려한 색감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당시에는 단순히 아름답다고만 느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이미지들이 제 작업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생각합니다.

SVA 시절에도 파블로 피카소와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업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부분도 있어요. 피카소의 자유로운 표현 방식과 몬드리안의 구조적이고 단순한 선들, 강렬한 색채들이 저를 매료시켰죠. 특히 몬드리안처럼 검은 아웃라인이 색을 구분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제 작업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결과물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도 궁금해요. 처음부터 전체적인 구상을 해두고 시작하는 건가요? 아니면 작업을 이어가면서 즉흥적으로 완성해 가는 걸까요?

저는 작업할 때 항상 공간과 그 에너지를 먼저 느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공간을 실제로 방문해서 어떤 분위기인지, 어떤 감정이 드는지 몸으로 체감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 감각을 바탕으로 스케치하기 시작하고,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방향성을 함께 고민합니다. 보통 3~5가지 정도의 다른 시안을 만들어서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하는데요. 같은 아이디어라도 해석과 디자인에 따라 여러 버전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방향성을 준비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결국 작품은 계획과 즉흥성이 어우러져 탄생하는 것 같아요. 초기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세우지만,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영감들을 반영하면서 더 풍부한 결과물이 나오죠. 특히 상업적인 프로젝트에서는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맞게 조율하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질적인 메시지나 스타일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은 제가 VSA에서 배웠던 디자인 프로세스나 BBDO 같은 글로벌 에이전시에서 일하면서 익힌 방식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결과이기도 해요. 다양한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의 작업 방식으로 자리 잡은 셈이죠.

흥미롭네요. 아티스트로서의 독창성과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이 결합한 것 같네요. 혹시 특별히 좋아하는 컬러도 있을까요?

언제나 생동감 있는 컬러를 좋아해요. 특히 빨간색과 주황색 계열은 저에게 강하게 다가오는 색이에요. 또 푸른색 계열, 블루와 틸(Teal) 컬러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하지만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검정색이에요. 강렬한 블랙 라인은 각각의 컬러를 분리하면서도, 동시에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있거든요. 작품을 자세히 보면 굉장히 유기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데, 블랙 라인을 통해 형태를 부여하고 컬러 간 경계를 만듭니다. 단순히 색만 놓았을 때도 좋지만, 블랙 라인이 더해지면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보면 늘 짜릿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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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편집 및 제작 스튜디오 어퍼컷(Uppercut)을 위한 핸드 페인팅 벽화 작품의 디테일 모습. 애틀랜타와 뉴욕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요소를 담았다. 볼드한 아웃라인과 밝은 색상의 조화로움이 눈길을 끈다.

그런 점에서 작업에서 컬러가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컬러는 정말 놀라운 존재예요. 각각의 컬러가 고유한 성격과 감정을 품고 있잖아요. 저에게 색은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와 같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컬러를 통해 어떤 감정이나 분위기, 에너지를 전달하려고 하죠. 일상에서도 컬러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업에서도 과감하고 선명한 컬러들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에요. 그런 강렬함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길 바라면서 선택하는 색들이죠. 제가 느끼는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고, 그걸 통해 보는 사람들도 같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면 정말 기쁩니다.

현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스튜디오 아티엔자를 운영하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인상적인 게, 매 순간 중요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놓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를 위한 본인만의 비결 또는 마인드셋이 있다면요?

저만의 비결이 있다면 바로 ‘사람들과의 연결’이라고 생각해요. 늘 긍정적인 에너지와 좋은 바이브를 유지하면서 주변에 영감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중요하게 여깁니다. 제가 어떤 에너지를 내보내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저와 함께하고 싶어 하게 되고, 그렇게 좋은 기회들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 같아요. 이번 비스타 워커힐 서울과의 협업도 마찬가지였어요. 좋은 에너지 속에서 서로가 잘 맞는다는 걸 느꼈고, 그렇게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멋진 협업이 이뤄졌습니다. 결국 기회라는 건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 기회를 만들고 끌어당기는 건 본인의 태도와 에너지라고 믿어요.

PLUS LIST

제이슨 아티엔자에게 영감을 주는 도시 3

  • 뉴욕, 미국

제이슨 아티엔자의 창작 세계를 이야기할 때 뉴욕은 빼놓을 수 없는 도시다. 어릴 때 저지시티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도시이자, “나를 만든 도시”라고 표현할 만큼 그의 정체성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뉴욕의 눈 부신 불빛과 에너지, 활기찬 분위기에 매료되었고, 그 경험들이 그의 예술적 감각과 태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뉴욕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단순한 영감을 넘어 삶의 태도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수많은 실패와 도전 속에서 배우는 법을 익혔고, “뉴욕에서 통하면 어디서든 통한다”는 말을 몸소 실감했다고. 경쟁이 치열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서 성장하며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과 유연함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뉴욕은 언제나 저에게 끝없는 자극을 주는 도시입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뉴욕은 그의 크리에이티브 DNA 그 자체다.

  • 상하이, 중국

제이슨 아티엔자에게 상하이는 가족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도시이자, 크리에이티브 커리어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곳이다.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인 Wieden+Kennedy Shanghai에서 일하며 새로운 시장과 문화에 대한 감각을 키웠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몸소 체험하게 했던 것도 상하이 시절의 기억 중 하나다. 도시의 다채로운 풍경과 동서양이 교차하는 에너지가 그의 창작에도 큰 영감을 주었다.

  • 바탕가스, 필리핀

필리핀 바탕가스는 제이슨 아티엔자의 뿌리가 있는 곳이다. 바탕가스에서 태어나 두 살 무렵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고향인 필리핀은 여전히 그의 작업과 삶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가까운 친척들이 모여 사는 마닐라와 바탕가스를 방문할 때마다 그는 가족과 문화를 다시 연결하며, 고향의 자연과 풍경, 사람들로부터 창작의 에너지를 얻는다. 상하이에 머물던 시절에도 비행기로 세 시간 거리라는 접근성 덕분에 필리핀을 자주 오갔다고.

TIPPING POINT

필리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제이슨 아티엔자(Jayson Atienza). 이국적인 배경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의 창작 세계를 가꾸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여기에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이 더해지며, 그는 더 넓은 무대로 시야를 확장했다. 전 세계 브랜드 캠페인을 기획하고, 수많은 팀과 협업하며 키운 감각들은 아티스트로서 자신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하며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자신만의 확고한 시선과 에너지를 믿고 밀어붙이는 태도 덕분이다. 그는 언제나 좋은 에너지가 좋은 사람과 기회를 불러온다고 믿으며, 작업 역시 그 믿음의 연장선에서 이어진다. 일상의 색, 사람들과의 연결, 새로운 장소에서 얻는 영감까지도 모두 그의 비전통적인 캔버스 안으로 스며든다. 제이슨 아티엔자의 세계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한정된 프레임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과 공간, 그리고 브랜드와의 협업 속에서 더 넓은 세계를 그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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