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을 복원한 찻집, 다관
중국 윈난성 쿤밍 중심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난창 거리에 1920년대 옛 주택을 찻집 겸 식당으로 리노베이션한 ‘다관’이 문을 열었다. 중국 전통 양식인 사합원의 구성을 유지하면서 절제된 미니멀리즘을 더해 현대적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중국 윈난성 쿤밍 중심가에는 활기로 가득한 난창 거리가 있다. 이 거리에는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운진云锦 야시장의 전통과 명말청초明末清初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920년대에 지은 옛 주택을 복원한 다관Daguan도 바로 이곳에 있다. 리노베이션을 담당한 오로라 디자인은 옛것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원칙하에 설계를 진행했다. 중국 전통 가옥 양식인 사합원의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미니멀리즘을 더해 찻집과 식당으로 새롭게 복원했다.

카페 입구에는 수수한 간판을 설치해 공간의 존재를 암시했다. 짙은 목재로 마감한 복도에 들어서면 기분 좋은 그늘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복도를 지나 마주하는 마당은 햇살이 가득한 밝은 공간으로, 발아래 놓인 벽돌과 석재 타일은 기존 건물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중정은 사방으로 열린 구조로, 묵직한 나무 문이 방문객을 환영하는 환대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길상 문양이 새겨진 황동 자물쇠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은 디테일로 고안했다. 마당 곳곳에 야외 좌석을 배치해 누구든 편히 앉아 자연과 호흡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게 했다.


중정 남측에는 짙은 검은색 바를 배치했다. 단정하고 절제된 디자인은 오래된 목재 기둥과 조화를 이루며 은은한 조명 아래 시간의 깊이를 더한다. 유광 도자기 타일은 빛을 반사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다림의 시간에도 바텐더와 손님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오래된 나무 플랭크를 두었다. 좌석은 바 주변으로 둘러싸여 있어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원활한 동선을 동시에 확보한다. 북측 거리와 맞닿은 면에는 작은 벤치를 마련해 지나가는 이들도 잠시 머무르며 쉬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주요 소재인 나무와 유리 블록은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


나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오르면 동서로 길게 뻗은 공간이 펼쳐지고, 창가 좌석은 처마 아래 조용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바람이 창문 틈을 스치고 오래된 창틀이 삐걱거리며 시간의 흐름을 드러낸다. 창가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층마다 높이가 달라지는 처마는 모서리에서 만나는데, 처마 위로 가볍게 떨어지는 빗방울은 공간에 서늘함을 더한다. 2층 공간 중심에 처마를 두어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했다.


부드러운 패브릭 좌석과 거친 콘크리트 벽은 서로 대비되지만 시각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은은한 조명은 하얀 벽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디자이너는 절제된 디자인 언어로 오래된 건축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공간 속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을 심어두었다. 다양한 재료의 질감 변화는 감각적 즐거움과 예기치 못한 만남을 유도한다. 단순한 색채 구성은 일상의 기쁨과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