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이상진의 A to Z: 뉴욕 타임스 스퀘어 ‘디지털 폭포’부터 ‘아르떼뮤지엄 뉴욕’까지

이상진 디스트릭트 부사장·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디스트릭트(d’strict)는 웹 에이전시로 시작한 1.0 시기, 뉴미디어 프로젝트를 확장한 2.0 시기, 그리고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구축한 3.0 시기까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기술을 실험의 도구로 삼고, 디자인을 본질로 다루며 ‘퀀텀 점프’를 이뤄낸 수많은 전환점이 지금의 디스트릭트를 만들었다. 그 여정의 흔적을 A부터 Z까지의 키워드로 되짚어본다.

[Creator+] 이상진의 A to Z: 뉴욕 타임스 스퀘어 ‘디지털 폭포’부터 ‘아르떼뮤지엄 뉴욕’까지

‘디자인을 엄격하게(design strict).’ 디스트릭트(d’strict)는 이름처럼 디자인의 본질을 치열하게 탐구해 온 글로벌 디지털 디자인 & 아트 컴퍼니입니다. 2004년 웹 에이전시로 출발해 ‘라이브파크’와 ‘플레이 케이팝’을 거쳐, 오늘날 몰입형 미디어아트 브랜드 ‘아르떼뮤지엄(ARTE MUSEUM)’으로 세계 곳곳에 창의적 경험을 확장하고 있죠. 2020년 제주부터 2025년 뉴욕까지, 국내외 9개의 아르떼뮤지엄은 ‘영원한 자연(Eternal Nature)’이라는 주제를 각 도시의 감성과 맥락에 맞게 확장한 결과인데요. 기술을 수단으로, 디자인을 본질로 다뤄온 디스트릭트. 이들의 지난 여정을 A부터 Z까지의 키워드로 다시 읽어봅니다.

프로젝트 A to Z

a’Strict
A

에이스트릭트(a’Strict)는 디스트릭트의 아티스트 유닛이자 실험적 크리에이티브 팀이다. 미디어아트의 상업적 한계를 벗어나 ‘예술로서의 디지털’을 탐구하기 위해 2020년 결성되었다. 같은 해 코엑스 K-POP 스퀘어 대형 전광판에서 선보인 ‘WAVE’는 도심 속 전광판을 파도의 움직임으로 채우며 새로운 형태의 공공미술로 주목받았다. 이어 2020년 8월 13일부터 9월 27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Starry Beach〉에서는 빛과 파도의 리듬을 공간 전체로 확장해 관객에게 감각적 위로를 전했다.

이듬해에는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Whale #2’와 ‘Waterfall-NYC’를 연이어 공개했다. 특히 100미터가 넘는 전광판을 거대한 폭포로 변모시킨 ‘Waterfall-NYC’는 팬데믹 시대, 도시 한가운데서 자연의 숭고함을 구현한 디지털 공공미술로 평가받았다. 아쉽게도 현재 에이스트릭트는 별도로 운영되지 않는다.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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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뮤지엄 부산은 지난 2024년 7월, 영도 바다를 배경으로 문을 연 국내 네 번째 아르떼뮤지엄이다. 제주, 강릉, 여수에 이어 다시 바다로 돌아온 공간의 주제는 ‘순환(CIRCLE)’으로 ‘CIRCLE’, ‘TORNADO’, ‘SEED’, ‘ICE’ 등 신작 16점을 포함해 총 19점의 작품을 소개했다. 바람과 물, 빛이 교차하는 부산의 자연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하며, 관객을 거대한 순환의 리듬 속으로 끌어들인다. 영도 지역 기업 제일그룹과 협력해, 선박수리 공장을 개조한 부지에 공간을 완성한 점도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전시관인 가든(GARDEN) 존에서는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과의 협업 작품인 ‘ARTE MUSEUM X MUSÉE D’ORSAY’과 부산의 매력을 ‘다이내믹, ‘버라이어티’, ‘드림’ 세 가지 키워드 아래 풀어낸 ‘STARRY BUSAN’, 두 작품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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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은석 디스트릭트 대표는 ‘디지털 디자인의 선구자’이자, 이상진 부사장에게 가장 큰 영향을 남긴 스승이다. 그는 인터넷이 막 태동하던 2000년대 초반,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기술을 누구보다 먼저 실험하며 업계의 흐름을 바꿔놓은 인물이었다. 자유로운 옷차림과 뛰어난 언변으로 늘 주목받았지만, 실제로는 이를 위해 철저히 자신을 단련하는 리더였다고.

“대표님의 뛰어난 감각과 언변이 타고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엄청난 노력파시더라고요. 매일 새 단어를 외우고, GQ 잡지를 읽으면서 스타일도 공부하셨죠. 그 주에 배운 단어나 표현이 있다면 꼭 써봐야 직성이 풀리고, 말 한마디도 그냥 던지지 않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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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공동 창업주인 고(故) 최은석 대표가 남긴 완벽주의 성향은 디스트릭트만의 DNA로 남았다.

한편, 이상진 부사장은 팀원들에게는 언제나 날카로웠지만, 동시에 진심 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대표님은 욕도 잘하고 칭찬도 잘했어요. 그런데 그게 다 진심이라는 걸 다들 알았죠. 디자인이 별로면 가차 없었고, 괜찮으면 망설임 없이 ‘야, 너 천재 아니야?’라고 하셨죠.”

그의 완벽주의는 지금도 디스트릭트의 기준이 되고 있다. 프로젝트마다 “왜 이게 좋아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물으며, 감각과 논리가 모두 납득될 때까지 밀어붙이던 엄격한(strict) 태도는 디스트릭트만의 DNA로 남았다. 이상진 부사장은 요즘도 가끔 최은석 대표가 곁에 있는 듯한 순간을 느낀다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때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대표님이라면, 이건 다시 하자고 하셨을 거야.’ 그런 기준이 아직도 제 안에 살아 있어요.”

DUB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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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뮤지엄 두바이는 중국 청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지난 2024년 2월 19일에 개관한 해외 세 번째 상설 전시관이다. 두바이몰 2층, 약 900평 규모의 공간은 사막의 도시 한가운데에서 ‘영원한 자연(Eternal Nature)’를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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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뮤지엄 두바이

주요 전시 작품으로는 두바이의 빛과 도시 경관을 재해석한 ‘GARDEN: LIGHT OF DUBAI’와 사막의 동물과 식생을 디지털 페인팅으로 표현한 참여형 작품 ‘LIVE CANVAS: DESERT’가 눈길을 끈다. 공간 전체를 프랑스 향수학교 GIP(Grasse Institute of Perfumery)의 수석 조향사 마리안 누아로키 사바티에(Marianne Nawrocki Sabatier)가 개발한 향으로 완성한 점도 특징이다.

Eternal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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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는 아르떼뮤지엄에서 선보일 작품의 대주제를 ‘자연(Nature)’으로 설정했다. 이들이 ‘자연(Nature)’을 택한 건 단순한 미학적 선택이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 결론이다. 초창기 프로젝트인 ‘라이브 파크’(2012)와 ‘플레이 케이팝’(2015)은 새로운 기술과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실험이었지만, 그 한계를 일찍 깨닫게 했다. 소재는 흥미로웠지만, 그것이 닿을 수 있는 관객층은 한정적이었다. 그 고민 끝에 떠오른 해답이 바로 ‘자연’이었다. 국가나 세대, 문화가 달라도 누구나 본능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주제이자, 감정의 원형을 품은 가장 보편적인 언어였기 때문이다.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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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설 전시관으로 운영한 아르떼M 홍콩. 현재는 운영을 종료했다.

아르떼M 홍콩은 지난 2022년 10월, K11 ATELIER King’s Road 2층에 문을 연 해외 비상설 전시관이다. 850㎡ 규모의 스페셜 전시관으로, ‘영원한 자연(Eternal Nature)’을 주제로 한 대표작들을 큐레이팅해 선보였다. 전시는 꽃의 생명력, 초대형 파도, 해변, 열대 우림 등 자연의 이미지를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4개 존, 6개 작품으로 구성되며, 시각·청각·후각이 어우러진 완전한 몰입 경험을 제공했다. 아쉽게도 계약이 만료되어 지난 2024년 12월에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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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초대형 전광판에 선보인 디스트릭트의 미디어아트 작품

디스트릭트는 2025년 여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초대형 전광판을 통해 대표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였다. 6월 4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된 전시에서는 총 해상도 30,900×4,200픽셀의 스크린에 대표 작품 ‘WAVE’, ‘LIGHT OF TIME’, ’JUNGLE: TROPIC’ 등 디스트릭트의 대표 작품들이 공개됐다. 여행객들에게 비행을 기다리는 순간, 파도와 빛, 정글이 만들어내는 감각적 장면 속에서 잠시 머무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했다.

한편, 지난 2024년에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엘리베이터 타워에서 신작 ‘LIVE IN SPACE’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중력 공간 속에서 귀여운 동물들이 유영하는 장면을 아나몰픽 기법으로 구현해 공항의 활기찬 분위기와 어우러진 유쾌한 볼거리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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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뮤지엄에서는 관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전달하기 위한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아르떼뮤지엄 강릉의 GARDEN 존에서 2023년 5월 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선보인 ‘ARTE MUSEUM x 조선회화’가 대표적이다. ‘500년 전 조선 화가들과 함께 작품을 만든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전시는 조선시대의 회화를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몰입형 미디어아트다. 산수화와 풍속화 속 자연과 인물들이 빛과 입자로 살아 움직이며, 관객은 화면을 ‘바라보는’ 대신 그 안을 ‘거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K-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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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디스트릭트는 제주 중문관광단지 내 4,000㎡ 규모의 공간에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K-POP 테마 디지털 파크 ‘PLAY K-POP’을 구축했다. 홀로그램 공연,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실감 미디어 기술을 결합해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형 어트랙션을 선보였다. 빅뱅, 싸이 등 대표 K-POP 아티스트들의 IP를 활용해 공연·전시·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체험관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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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관광단지에 2015년 문을 연 디스트릭트의 ‘PLAY K-POP’. 비록 흥행 성적은 아쉬웠지만, 당시의 기획 및 운영 경험이 아르떼뮤지엄 성공에 있어 주춧돌이 되었다.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 시기의 운영 경험은 이후 아르떼뮤지엄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대중문화 중심의 콘텐츠가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과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통찰이 바로 이때 얻어진 교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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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일산 킨텍스에 선보인 디스트릭트의 ‘라이브 파크(LIVE PARK)’. 오늘날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몰입형 미디어 전시를 선보이는 아르떼뮤지엄의 시초가 된 프로젝트다.

2012년, 디스트릭트는 일산 킨텍스에 약 3,300평 규모의 세계 최초 실내형 4D 아트파크 ‘라이브 파크(LIVE PARK)’를 선보였다. 3D 입체영상, 홀로그램, 증강현실(AR), 인터랙티브 미디어, 키넥트 조형물, 설치 아트 등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낸 대규모 융복합 실감형 전시 프로젝트였다. 관람객은 자신의 얼굴 특징을 반영한 아바타 ‘노이(NOI)’를 통해 공연과 게임, 스토리 속 주인공으로 직접 참여하며 ‘디지털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체험형 미디어 전시를 경험할 수 있었다. 라이브 파크(LIVE PARK)는 이후 PLAY K-POP, ARTE MUSEUM으로 이어지는 디스트릭트 몰입형 콘텐츠의 출발점이자, 디지털 기술로 감정과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에 대한 초기 실험이자 고(故) 최은석 대표의 선구안이 반영된 결과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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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MUSEUM X MUSÉE D’ORSAY>는 2024년 7월, 아르떼뮤지엄 부산 개관을 시작으로 여수와 강릉에서도 선보인 오르세미술관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다. 오르세미술관의 역사적 공간과 약 120점 이상의 주요 소장품을 고해상도의 디지털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했다. 특히 모네와 고흐의 작품은 AI 기반 실시간 엔진 ‘언리얼’을 활용해 6.5m 높이의 대형 공간에 펼쳐 보였는데 섬세한 붓 터치와질감을 생생하게 되살려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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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는 기업 및 브랜드 커머셜 작업에도 적극적이다. 포스코의 브랜드 뮤지엄 Park1538과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디스트릭트는 뮤지엄 내 첫 번째 전시 공간인 높이 11미터의 360도 서클 영상관에 몰입형 미디어아트 ‘철의 문명’을 제작했다. ‘물, 불, 바람, 흙이 피워낸 문명의 꽃, 철’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리얼타임 인터랙션 기술을 결합해 자연의 원소가 인간의 상상력과 만나 문명을 이루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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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브랜드 뮤지엄 ‘PARK1538’과의 협업 작품

초현실적인 그래픽과 사운드, 스토리텔링을 통해 유한한 자원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포스코의 비전을 감각적으로 풀어냈으며, IT 기술과 예술을 아우르는 융복합 연출로 디스트릭트 특유의 ‘감각의 디자인’을 보여준다. 자이언트스텝과의 컨소시엄으로 완성된 이 프로젝트는 ‘A.N.D. 어워드 2021’ 디지털콘텐츠 부문 그랑프리(Grand Prix)를 수상하며, 브랜드 공간 경험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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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문화역서울284에서 선보인 전시 〈re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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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UND전시 전경

전시 〈reSOUND는 디스트릭트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전시다. 지난 2024년 6월 21일부터 8월 25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렸다. 전시는 디스트릭트가 지난 20년간 탐구해 온 ‘감각의 언어’를 하나의 경험으로 엮은 프로젝트로, 시각과 청각, 공간이 교차하는 여덟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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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UND전시 전경

중앙홀의 ‘OCEAN’을 시작으로, 모놈(MONOM)의 4DSOUND, 야콥 쿠즈크 스틴센(Jakob Kudsk Steensen)의 가상 세계, 필립스튜디오(Filip Studios)의 인터랙티브 설치, 쏘쏘(SOSO)의 멀티센서리 작품, 미니유×인영혜의 협업 작업 등도 함께 소개했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런던 아우터넷에서 선보였던 작품 ‘FLOW’(2024)를 극장형 버전으로 재구성해, 물과 빛, 음악이 교차하는 몰입의 피날레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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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UND New York〉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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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록펠러센터 HERO에서 오는 2026년 10월 31일까지 소개 중인 전시 〈reSOUND New York〉

아울러 10월 1일부터 2026년 10월 31일까지 뉴욕 록펠러센터 HERO에서 〈reSOUND New York 〉전시도 선보이고 있다.

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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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K-POP 스퀘어의 초대형 LED 스크린에 선보인 작품 ‘WAVE’는 오늘날 디스트릭트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대표적인 퍼블릭 미디어아트 작업이다. 시각적 착시(Anamorphic Illusion) 기법을 활용해 실제 파도의 물리적 움직임을 완벽히 구현했다. 2021년 iF 디자인 어워드 금상을 비롯해 세계 주요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글로벌 주목을 받았고, SNS와 해외 언론을 통해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확산됐다. 무엇보다 같은 해 문을 연 ‘아르떼뮤지엄’의 인지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며, 디스트릭트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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