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2025 SDF 프리뷰

‘길 찾기(Wayfinding)’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 24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1월, 서울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디자인 축제가 열린다. 바로 11월 12일(수)부터 11월 16일(일)까지 코엑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최대 디자인 문화 콘텐츠 전시인 ‘2025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다. 올해로 벌써 24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는 ‘길 찾기(Wayfinding)’를 주제로,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디자이너와 관람객이 새로운 시선으로 창의적인 해답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로 꾸며진다.

디자인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2025 SDF 프리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1월, 서울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디자인 축제가 열린다. 바로 11월 12일(수)부터 11월 16일(일)까지 코엑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최대 디자인 문화 콘텐츠 전시인 ‘2025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다. 올해로 벌써 24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는 ‘길 찾기(Wayfinding)’를 주제로,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디자이너와 관람객이 새로운 시선으로 창의적인 해답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로 꾸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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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전경 사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새로운 디자이너들의 개성 넘치는 작업을 만나볼 수 있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부터 월간 〈디자인〉이 선정한 20팀의 특별전 ‘디자인 스페셜리스트’, 특별 기획전 ‘그래픽 유니버스 2025’, 글로벌 연사들이 참여하는 국제 컨퍼런스, 그리고 코엑스를 벗어나 도시 곳곳에서 전시를 이어가는 ‘서울 디자인 스팟’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수많은 볼거리가 준비된 만큼, 관심 있는 섹션을 미리 살펴두면 더 알차고 효율적인 관람이 될 것. 함께 올해의 아트디렉터부터 특별전, 기획전, 디자인 세미나, 장외 프로그램까지 순서대로 짚어보며, 눈여겨볼 포인트들을 미리 체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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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디자인페스티벌 기획전 ‘그래픽유니버스 2025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포스터〉’ 전시전경 사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올해의 아트디렉터 ‘레벨나인(Rebel9)’

올해 SDF의 아트디렉터는 레벨나인(Rebel9)이 맡았다. 레벨나인은 기획자, 디자이너, 아카이브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이름 그대로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리서치 기반의 시각화 작업과 분야 간 융합적 접근을 주요 방식으로 삼으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 아디다스 등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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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나인의 창립자 김선혁(오른쪽)과 김정욱(왼쪽) 사진출처 월간<디자인> 사진 한도희(스튜디오 얼리스프링)

올해 2025 SDF 아트디렉터를 맡으며 문화 아카이브와 데이터 기반 시각화, 공간 연출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시 방향을 이끌 예정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변화’를 설명하기보다,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태도를 바라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수천 개의 섬을 항해하며 각자만의 길 찾기 방식을 익혔던 폴리네시아 항해자들처럼,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감각으로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전시장 곳곳에서 경험하도록 연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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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나인이 맡아 진행한 〈Google for Korea 2024〉구글 코리아 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미디어 병풍’에서 축하 메시지를 수집해 전시했다. 누각 형태의 파사드는 경복궁 근정전의 지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클라이언트 구글 코리아 사진 최요한

특별전

-‘디자인 스페셜리스트’,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이번 2025 SDF의 특별전은 두 섹션 ‘디자인 스페셜리스트’와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이 준비되었다. ‘디자인 스페셜리스트’는 월간 〈디자인〉이 선정한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 중인 20팀의 디자인 스튜디오, 에이전시를 소개한다. 단행본 프로젝트로 진행되어온 〈디자인 스페셜리스트〉를 전시 형태로 확장한 섹션으로 포트폴리오 전시와 설치형 전시, 자체 브랜드 프로모션 및 판매 등 각 팀의 개성과 작업 방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단순히 ‘잘 만든 결과물’을 나열하는 전시가 아닌, 현재 한국 디자인 씬의 흐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스튜디오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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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디자인>에서 단행본 프로젝트로 진행되어온 〈디자인 스페셜리스트〉를 이번에는 전시형태로 확장했다.

업계의 베테랑이 모여있는 바로 옆 섹션에서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개성 넘치는 작업물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다.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월간 〈디자인〉과 SDF가 선정한 23년간 약 1,000여 명의 루키를 배출해온 디자이너 육성 플랫폼이다. 역량 있는 신인들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업계 멘토들과의 만남, 브랜딩 지원, 전시 경험 등을 제공하며 차세대 디자이너의 성장 무대를 만들어 왔다. 올해는 스튜디오 서정화의 서정화 디자이너, 모스그래픽 석윤이 대표, BKID의 송봉규 디렉터, 월간 〈디자인〉 최명환 편집장이 멘토단으로 활동하며 영 디자이너들의 교류, 피드백, 성장 방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선정된 40팀의 신인들 중 2팀에게는 베스트 영 디자이너의 영예가 주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앞서 진행된 신진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를 살펴보며 베스트 영 디자이너를 예측해 보는 것도 또 다른 하나의 재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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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영 디자이너 최예진(오른쪽), 이인경(왼쪽)의 작업물

기획전

-‘누가 만들었을까 X 무제움’, ‘그래픽유니버스 2025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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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기획전 중 첫 번째 전시 〈누가 만들었을까? x MUZEUM〉은 가구를 단순한 오브제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누가,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기획 전시다. 보통 우리는 수많은 오브제들 가운데 ‘무엇을 샀는가’에 주로 주목하지만, 하나의 가구와 의자에는 이를 만든 이의 시선과 철학, 그리고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는 제작의 ‘과정’과 ‘태도’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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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누가 만들었을까? x MUZEUM〉에 참여하는 작가 고우정 사진 출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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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누가 만들었을까? x MUZEUM〉에 참여하는 작가 Amira 사진 출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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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누가 만들었을까? x MUZEUM〉에 참여하는 작가 양유완 사진 출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홈페이지

고우정, Amira, 양유완, 황다영, 윤여동, 금재이, 안문수 일곱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관람자에게 사고의 출발점이자 새로운 영감을 제안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각기 다른 창작의 태도와 재료의 해석은 한 공간 안에서 서로의 언어를 주고받으며, 사물이 지닌 의미를 확장한다. 이는 무제움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아름다운 사물’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두 번째는 ‘그래픽 유니버스 2025’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포스터〉다. 올해 새롭게 기획한 이 포스터 전시는 디자이너(디자인 스튜디오)의 정체성인 이름으로부터 출발했다. ㄱ부터 ㅎ까지 14개의 자음이 들어간 참가팀이 끝말잇기를 하듯 디자인 신의 동료들을 추천하며, 릴레이 형식으로 포스터를 제작했다. 이번 전시는 로호타입과 서울대학교 그래픽 디자인 교수 크리스 하마모토가 공동 기획했다. 그래픽 디자인 듀오 홍은주·김형재를 시작으로, ‘일상의 실천’ 권준호까지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지며 완성된다. 이렇게 모은 2025년 포스터 42점은 올 한 해 대한민국의 면면을 반영한 그래픽으로, 지금 이 시대 디자이너들의 시선을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다.

리뉴얼된 전시 카테고리

올해 전시는 총 다섯 가지의 리뉴얼된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기존의 ‘프로덕트 디자인’, ‘ESG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등 기능 중심의 분류에서 벗어나, 현재 디자인 산업의 변화와 미래적 확장성을 반영한 체계로 재정립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디자인 씬에서 주목하는 가치와 흐름을 보다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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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아틀리에(New Atelier)’ 카테고리로 참여하는 ‘한국타이어X모델솔루션’의 AI 스마트 고글 사진 출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홈페이지

먼저 ‘뉴 아틀리에(New Atelier)’는 기술과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작 방식을 실험하는 영역이다. 한국타이어 X 모델솔루션, 한성자동차 드림그림 등이 참여해 미래 지향적인 프로토타이핑과 제작 문화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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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크래프트 무브먼트’ 카테고리로 참여하는 ‘더 퍼블리셔’ 사진 출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홈페이지

‘디자인&크래프트 무브먼트’는 오브제, 가구, 패브릭 등 공예적 감수성이 살아 있는 창작 활동에 주목한다. 킨제네라, 더 퍼블리셔, 피오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참여해 손의 감각과 재료의 결을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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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유니버스’ 카테고리로 참여하는 ‘콜라비’의 작업 사진 출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홈페이지

‘브랜드 유니버스’는 브랜드의 철학과 제품, 콘텐츠를 하나의 서사로 연결해 보여주는 카테고리다. 콜라비, 더 테이스트 청양, 팔도카라멜 등이 참여해 브랜드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포스터 컬처’는 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 타이포그래피 등 시각 언어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창작자를 조명한다. 디자인 미닝, 누타입, 술술레시피 등은 출판물, 굿즈, 디지털 아트를 통해 동시대 그래픽 감각의 확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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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엔진’ 카테고리로 참여하는 ‘와콤’의 태블릿 사진 출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디자인 엔진’은 디자이너의 창작, 유통, 성장을 돕는 플랫폼과 기관이 모이는 영역이다. 와콤과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참여해 창작 생태계의 기반을 구성하는 디자인의 역할을 소개한다.

컨퍼런스와 세미나

-‘디자인코리아 x 서울디자인페스티벌 국제 컨퍼런스’, ‘SHARE X INSIGHT 2’

페스티벌의 첫째 날에는 월간 〈디자인〉과 교육 플랫폼 ‘쉐어엑스’가 함께 진행하는 ‘쉐어엑스 인사이트 아웃(‘SHARE X INSIGHT OUT )’이 두 번째 시리즈로 돌아온다. 이번 주제는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시대의 디자인’. 제조 기반은 분산되고, 제품의 정의는 점점 모호해지며, 디자이너는 더 이상 단일 산업 안에 머물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산업 디자인은 지금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 놓여 있으며, 디자이너는 새로운 언어와 태도를 다시 찾아야 하는 지점에 서 있다.이번 콘퍼런스에는 변화의 한가운데서 각자의 자리와 방식을 구축해 온 산업 디자이너 5팀이 참여한다. 이들은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얻은 관점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지금, 산업 디자인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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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E X INSIGHT OUT 2’에 참여하는 다섯 팀의 디자이너들.
윗줄 왼쪽부터 이화찬, 맹유민, 김지윤, 문석진 / 아랫줄 왼쪽부터 송봉규, 정수헌, 박리치 사진 이기태

디자인코리아와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함께 기획한 글로벌 디자인 세미나도 페스티벌의 둘째 날 개최된다. 올해의 주제는 ‘생존과 진화(Survival & Evolution). 이번 컨퍼런스는 총 두 개의 세션으로 나눠져 있다. 오전의 세션 1에서는 AI와 디지털 플랫폼 등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연사들이 ‘진화’의 관점에서 디자인이 이끄는 혁신의 방향을 다룬다. 이 세션에는 Figma Product의 부사장 쇼 쿠와모토, Canva의 크리에이티브 리드 김해원, BMW DesignWorks의 인터랙션 디자인 디렉터 줄리아 레이스가 참여한다.

오후의 세션 2에서는 오랜 시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생존’의 전략과 태도를 공유한다. LIXIL 그룹의 디자인 책임자 안투안 베세르, OMA 아시아 지역 총괄 크리스 반 두인, 레어로우 대표 양윤선, Vitra 글로벌 세일즈 총괄 로만 에어하르트가 연사로 나선다. 다양한 글로벌 연사들과 함께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디자이너가 어떻게 자신의 경력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을지, 각자의 자리에서 축적된 경험과 시선을 통해 함께 탐구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2025 서울디자인스팟(SEOUL DESIGN SPOT)

전시장에서 나가도 페스티벌은 끝나지 않는다. 바로 2025 SDF 장외 전시의 일환으로 ‘서울 디자인 스팟’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 2002년부터 이어져 온 이 장외 전시가 올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서울디자인위크와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함께 협력해 디자이너들이 직접 추천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장소들을 기반으로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는 장소들을 소개한다. 쉽게 말해 서울 곳곳에 숨겨진 영감이 넘치는 스팟들을 하나의 페스티벌의 연장선에 있는 전시장으로 만든 것. 관람객은 지도와 루트를 따라 서울 곳곳을 걸으며, 전시장에서 본 디자인 언어가 어떻게 현실의 공간과 경험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올해는 위치 기반 팝업 공간 탐색 플랫폼 ‘heyPOP’과 함께 ‘스탬프 투어’도 준비되어 있다. 2025 서울 디자인 스팟 중 다섯 곳 이상을 방문해 QR코드를 인증하면 특별한 선물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전시장 밖으로 한 걸음 나가, 도시 곳곳에 숨겨진 디자인의 순간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다. 지도에 방대하게 펼쳐진 서울 속 디자인 스팟을 천천히 걸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영감을 수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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