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에 펼쳐진 콤파니의 디자인 여정
전 세계 장인을 찾아 떠난 디자인 탐정
핀란드 디자인 스튜디오 콤파니의 20년을 조망하는 전시가 회현동 피크닉에서 열리고 있다. 9개국 장인들과 협업해온 '시크릿 프로젝트'의 전모를 펼쳐보는 자리. 한국 장인들과의 신작도 처음 공개된다.

핀란드 헬싱키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콤파니(COMPANY)는 완성된 결과보다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안에 얽힌 관계를 집중한다. 열흘간 기차를 타고 장인을 찾아가 모눈종이에 수채화를 그려 건네고, 그들의 속도에 맞춰 기다린다. 러시아의 작은 마을부터 멕시코의 공방까지, 세계를 여행하며 각지의 장인들과 협업해온 콤파니의 20년을 조망하는 전시 〈COMPANY World Affair — 온 세상 만들기의 비밀을 찾아서〉가 피크닉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인 아무 송(Aamu Song)과 핀란드인 요한 올린(Johan Olin)이 2000년에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 콤파니. 아르텍, 마리메꼬, 에르메스 등과 협업하며 핀란드 디자인계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해 왔다. 전시는 2007년부터 이어온 콤파니 ‘시크릿 프로젝트’의 전모를 한자리에 펼쳐 보인다.

사물에서 사람으로 향하는 디자인

콤파니의 작업은 물건이 아닌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마치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처럼 물건을 단서 삼아 만든 이를 추적한다. 아무 송이 떠나자고 말하면, 요한은 가방을 싸고 함께 길을 나선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디자인 산업의 중심지가 아닌 공예가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고유의 제작 방식이 남아 있는 작은 마을들. 창작의 아이디어는 현장에서의 소통을 통해 구체화된다.

시크릿 프로젝트가 지금의 형태를 갖춘 것은 러시아 작업부터다. 기차를 타고 열흘을 달려야 닿는 마을이었다. 아무 송은 현지 문방구에서 산 물감으로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장인 앞에서 바로 아이디어를 스케치했다. 이후 언어의 장벽을 마주할 때마다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 이어졌다. 손으로 그린 드로잉은 일방적인 작업 지시서가 아니다. 전통을 존중하며 함께 작업하고자 하는 정중한 제안이다.

개인의 이야기가 깃드는 사물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약 270개의 마트료시카는 러시아 공방의 분업 방식을 보여준다. 나무를 깎는 사람과 색을 입히는 사람이 나뉘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한다. 한 사람이 전 과정을 맡으면 만드는 이의 개성이 지나치게 드러나 사용자의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콤파니는 이 구조 안에서 전통적인 형태를 벗어난 다양한 형상을 이끌어냈다. 긴 곡선형 테이블 위에 놓인 오브제들은 만드는 이의 노동과 쓰는 이의 경험을 연결한다. 핀란드 전통 펠트 신발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얹은 ‘댄스 슈즈’를 비롯해 파키스탄의 목조각, 멕시코의 ‘생명의 나무’까지. 사물에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다정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장인들과 협업한 신작 세 점이 처음 공개된다. 경북 영천에서 3대째 가업을 잇는 장인과 함께 만든 목탁은 실제로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설치된다. 15년 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계기로 이어진 인연은 핀란드의 나무 모자 틀과 한국의 대나무 엮기 기술을 결합한 작업으로 이어졌다. 부채 장인과 협업한 ‘쥘부채’는 한여름 밤 어머니가 부쳐주던 손부채의 기억 위에 기후 위기라는 동시대적 메시지를 더한다.
삶으로 이어지는 사물의 여정


3층 시장 공간에서는 물건들이 유리 진열장 없이 놓여 있다. 각국의 길거리 상인을 형상화한 조각들이 작품을 떠받치고, 작가가 직접 그린 벽화가 공간을 감싼다. 콤파니에게 시장은 만든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만나는 지점이다. 그 순환의 세계를 전시 공간으로 옮겨왔다. 듀오의 작업은 헬싱키의 비밀 가게 ‘살라카우파(Salakauppa)’를 통해 판매된다. 제작된 물건이 시장으로, 다시 누군가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전시의 마지막 4층 옥상에는 ‘휴먼 버드’가 놓여 있다. 소임을 다한 뒤 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존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디자인이 생산과 소비에 머물지 않고 삶의 흐름 속에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는 이곳에서 마무리되지만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전시를 보며 머물던 수많은 생각과 마음이 저마다의 새가 되어 관람객의 일상으로 이어지길. 듀오는 바란다.

효율과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 전시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 뒤의 손길과 그 속에 담긴 시간을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 무엇을 만들지보다 누구와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적인 연결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다면, 콤파니가 찾은 다정한 세계를 마주하길 바란다. 전시는 9월 6일까지 이어진다.

〈COMPANY World Affair — 온 세상 만들기의 비밀을 찾아서〉
기간 2026년 4월 3일 – 9월 6일
운영 시간 화 – 일요일(월요일 휴관), 10:00 – 18:00
주소 피크닉 piknic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기획 목목문화재단, (주)글린트
웹사이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