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AI 사이, 경계를 허무는 플랫폼들
디자이너, 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 AI 시대가 시작된 이후 직업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그런데 지금 허물어지고 있는 것은 직업의 경계만이 아니다. 디자인 플랫폼과 AI 플랫폼 역시 서로의 영역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AI 디자인 플랫폼의 신흥 강자, 클로드 디자인
화제의 중심에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디자인’이 있다. 지난 4월에 공개한 이 도구는 ‘클로드와 협업하며 디자인, 프로토타입, 슬라이드, 원페이지 문서 등 완성도 높은 비주얼 작업물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기능으로 소개했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손쉽게 시안 수준의 비주얼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디자이너가 초기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텍스트 프롬프트와 함께 코드베이스, 이미지, 문서 등을 업로드하면 첫 번째 시안이 생성되고, 이후 인라인 코멘트 박스를 통해 수정 요청을 남길 수 있다. 색상이나 폰트 크기 같은 세부 조정을 위한 슬라이더도 자동 생성되며, 사용자는 결과물 위에 직접 수정 작업을 할 수도 있다. 더 큰 조직에서는 회사의 코드베이스와 디자인 파일을 업로드해 브랜드에 맞는 디자인 시스템을 자동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색상, 타이포그래피, UI 컴포넌트 등을 분석해 브랜드 스타일에 맞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연결에서 해답을 찾은, 캔바
한편 디자인 플랫폼 캔바는 ‘캔바 AI 2.0’을 발표하며 ‘AI 도구를 갖춘 디자인 플랫폼’에서 ‘디자인 도구를 갖춘 AI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AI 플랫폼인 클로드가 클로드 디자인으로 디자인 영역에 침투했다면 캔바는 정반대로 AI 영역으로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캔바는 기존 디자인 기능에 더해 프롬프트만으로 디자인 결과물을 생성하는 기능을 강화했다. 구글 드라이브, 지메일, 슬랙, 줌, 노션 등을 연결할 수 있으며, 이메일이나 스프레드시트 속 데이터까지 반영해 더 맥락 있는 결과물을 생성한다. AI 편집 기능 역시 강화됐다. 예전에는 전체 결과물을 한 번에 생성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개별 슬라이드를 AI 프롬프트로 수정할 수 있다. 브랜드 템플릿 기능도 개선됐다. 브랜드의 프로젝트를 가이드라인 없이 시작했더라도 AI가 디자인을 브랜드 스타일에 맞게 자동 변환해 준다. 캔바 측은 한 인터뷰에서 “캔바가 처음 등장했을 때 가장 큰 혁신은 픽셀 편집에서 오브젝트 편집으로의 전환이었다. 이제는 콘셉트 편집의 단계로 이동하려 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전환의 서막, 파이어플라이 AI 어시스턴트
어도비 역시 ‘파이어플라이 AI 어시스턴트’를 통해 새로운 전환을 예고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수많은 메뉴와 패널, 팝업 구조를 익혀야 했다면, 이제는 텍스트로 입력하는 것만으로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복잡한 인터페이스 자체를 채팅 기반 인터페이스로 바꾸려는 시도다. 특히 주목할 만한 기능은 ‘프리시전 플로precision flow’다. 기존처럼 픽셀 단위로 마스크를 그리는 대신, AI가 이미지 속 객체 자체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커피 사진이 있다면 AI는 단순한 픽셀 덩어리가 아니라 컵은 컵, 원두는 원두, 액체는 커피로 이해한다. 그 결과 사용자는 ‘커피 원두의 양’이나 ‘튀는 액체 효과’ 같은 슬라이더를 통해 이미지를 보다 직관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 어도비는 여기에 더해, 특정 오디언스에 맞춰 웹사이트와 SNS 콘텐츠를 자동 생성하는 실험 기능 ‘애셋 앰플리파이Asset Amplify’도 공개했다. 브랜드 자료와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Z세대, 밀레니얼 세대 등 타깃별로 각기 다른 디자인과 카피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