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 한화의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의 도시 경험을 조율하는 거장의 시선

퐁피두센터 한화가 오는 6월 4일 개관한다. 건축은 프랑스의 거장 장미셸 빌모트가 맡았다. 63빌딩 기단부의 수평 유리 파사드는 새로운 예술 허브를 상징하며, 빛과 재료, 동선을 통해 도시와 예술, 사람의 경험을 조율하려는 그의 디자인 철학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퐁피두센터 한화의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

루브르 박물관, 대영박물관, 레익스 뮤지엄 등을 거쳐 이제 그의 시선은 서울 한강 변에 머문다. 프랑스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에게 퐁피두센터 한화는 빛과 재료, 동선과 비례를 통해 도시와 예술이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는지 탐구하는 또 하나의 실험에 가깝다. 63빌딩 기단부를 가로지르는 수평의 유리 파사드는 새롭게 탄생한 도시의 새로운 예술 허브를 자축한다. 디자인이 예술과 사람, 도시의 경험을 조율하는 단초가 되어야 한다는 이 거장의 디자인 철학은 퐁피두센터 한화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60528003130 20260528 003130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1948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했으며 1975년 파리에 건축 사무실을 설립했다. 1982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 엘리제궁 개축 프로젝트에 참여해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파리 루브르 박물관, 런던 대영박물관, 네덜란스 레익스 뮤지엄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나아트센터, 서울 옥션하우스, 인사아트센터,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등으로 한국과도 남다른 인연을 이어왔다. 지난 5월 정식 개관하는 퐁피두센터 한화는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wilmotte.com

뮤지엄 디자인의 표준을 세우다

20260528050343 20260528 050343
루브르 박물관의 가장 최신 프로젝트인 ‘5대륙 갤러리’. 2025년에 완성한 이곳은 25년 전 장미셸 빌모트 자신이 설계한 파비용 데 세시옹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과 케 브랑리 자크 시라크 박물관이 협업해 완성한 이 공간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권의 유산 130여 점을 한자리에 배치하며 세계 미술사의 교차와 공명을 탐색한다. 자료 제공 빌모트 & 아소시에
당신은 전통적인 건축 교육과정이 아닌 디자인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독특한 배경이 오늘날 당신의 건축에 어떤 차이를 만들었나요?

저는 벨기에 투르네의 생뤼크(Saint-Luc)와 카몽도 학교(Ecole Camondo)에서 인테리어 건축과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이 교육과정이 디테일, 재료 그리고 빛에 대한 특별한 감각을 길러주었죠. 가구 디자인은 건축을 위한 아이디어의 실험실과도 같습니다. 이러한 디테일에 대한 관심이 제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여전히 깊이 반영되어 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불과 2년 만에 사무소를 개소했습니다. 프랑스의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이렇게 빠르게 독립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입니다.

저는 새로운 일을 구축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1975년에 설립한 설계 사무소 ‘거버너(Governor)’는 오늘날 빌모트 & 아소시에(Wilmotte & Associés)로 발전했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빌모트 & 인더스트리(Wilmotte & Industries)’와 디지털 랩 ‘5 라보 디지털(5 Labo Digital)’도 운영하고 있죠. 커리어 초기에 좋은 프로젝트를 만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1983년 엘리제궁의 프라이빗 아파트 프로젝트를 맡은 게 중요한 도약의 계기가 되었어요.

루브르 박물관 역시 당신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젝트입니다.

루브르 박물관과의 인연은 1987년 프랑스 남부 님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 de Nîmes)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 첫 번째 박물관 프로젝트였죠. 이를 계기로 1993년 건축가 이오 밍 페이와 함께 루브르 박물관 내 리슐리외(Richelieu)관의 인테리어와 전시 디자인을 맡게 됐어요. 이 작업의 성공이 다시 2000년 로앙(Rohan)관과 파비용 데 세시옹(Pavillon des Sessions), 그리고 ‘5대륙 갤러리(Galerie des Cinq Continents)’ 프로젝트로 이어졌고요. 루브르 박물관의 과제는 실로 막중했습니다. 역사적인 기념물 내부에 동시대적 환경을 구축하는 동시에 작품을 온전히 드러내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극도의 절제였습니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재료, 빛에 대한 세심한 조율에 주안점을 뒀죠. 작품과 조화를 이루도록 단색을 활용했고요. 예를 들어 ‘스키피오 태피스트리(The Story of Scipio Tapestries)’1의 전시 공간에는 붉은색을, ‘막시밀리안의 사냥’ 연작2 전시 공간에는 녹색을 적용한 식입니다. 원시미술관에서는 매우 얇은 금속 구조와 무반사 유리로 제작한 진열장을 사용해 전시 오브제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죠.

  1. 로마 장군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전쟁과 업적을 주제로 한 대형 태피스트리. ↩︎
  2. 플랑드르 화가인 베르나르 반 오를레이가 신성 로마 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1세의 수렵 장면을 표현한 태피스트리. ↩︎
20260528051511 05 RijksmuseumAlessandra Chemollo
레익스 뮤지엄 전시 공간 디자인. 벽과 천장의 색채를 하나의 톤으로 통일하고, 소재 사용도 극도로 절제했다. 사진 Alessandra Chemollo
또 다른 작품인 네덜란드의 레익스 뮤지엄 디자인은 장장 13년에 걸쳐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2013년에 완료한 레익스 뮤지엄 프로젝트는 컬렉션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관람객의 시선을 전시 작품에 집중시키기 위해 미니멀한 전시 디자인을 구현했습니다. 진열장부터 가구 디자인까지 모두 특별 제작했죠. 우리는 중세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연대기적 동선을 구상했습니다.

앞선 두 프로젝트 외에도 당신의 포트폴리오에는 유독 뮤지엄, 갤러리 등 예술 공간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일련의 공간을 디자인할 때 고수하는 철학 내지 노하우가 있나요?

앞선 이야기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는 박물관 자체가 예술 작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엄은 공간 자체가 드러나기보다 컬렉션이 돋보이는 배경이 되어야 하죠. 이 기본 원칙은 프로젝트에서 여러 방향으로 구현됩니다. 무엇보다 빛에 대한 작업이 결정적으로 중요하죠. 작품에 맞춰 자연광 또는 인공 조명을 선택하고, 빛의 온도 역시 세심하게 조율합니다. 종종 간과되지만 음향도 관람 경험을 증폭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요. 또 작품의 배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핵심은 동선입니다. 각 프로젝트는 명확한 기능적 논리를 바탕으로 공간적 내레이션 안에 구성된 일련의 사건들로 이루어집니다. 재료와의 관계 역시 빼놓을 수 없죠. 재료는 언제나 본질적입니다. 공간에 깊이와 생동감을 부여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오히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군요.(웃음) 당신은 오브제 수집과 아트 컬렉팅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런 평소의 취향과 습관이 실제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물론입니다. 예술은 제 삶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저는 아트 페어가 열릴 때마다 질주하듯 현장을 찾아갑니다. 예술과의 만남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얻죠. 컬렉팅을 통해 재료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또 작품마다 어울리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하게 됐죠. 실제로 작품을 집 안에 두고 살다 보면, 벽의 색이나 주변 조명의 질에 따라 작품이 더욱 빛나기도 하고, 반대로 그 가치가 약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제 작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개인 공간뿐이 아닙니다. 1990년대 초부터 사무소에 ‘재료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왔습니다. 재료를 탐색하는 미지의 동굴 같은 곳이죠.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포함한 이곳에서 팀원들은 끊임없이 영감을 얻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과 맺은 특별한 인연

20260528051936 20260528 051936
평창동 가나 아트센터. 부지의 경사로와 전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사진 박영채
정확히 10년 전 한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가나아트센터 설계 당시 이호재 회장의 영향으로 한국 현대미술도 컬렉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그 수가 상당하겠군요. 특별히 좋아하는 한국 작가나 작품이 있나요?

1998년에 완공한 가나아트센터 프로젝트는 한국 현대미술 세계로 들어가는 결정적인 관문이 되었습니다. 이호재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전까지 잘 몰랐던 뛰어난 한국 예술계의 가치를 깨달았죠. 2018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공간 디자인과 2019년 서울옥션 강남센터, 올해 퐁피두센터 한화 등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국을 자주 방문했는데, 이에 따라 자연스레 컬렉션도 확장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예술가를 모두 언급하자면 하루가 모자를 듯하군요.(웃음) 몇 명만 꼽자면 이우환, 이배, 오수환, 배병우, 박서보 그리고 백남준을 들 수 있습니다.

20260528052854 20260528 052854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동안 공식 연계 부대 전시로 빌모트 기업 재단(Fondation d’Entreprise Wilmotte)에서 진행한 〈La maison de la Lune Brûlée〉.
‘달집 태우기’를 주제로 한 이배 작가의 개인전이었다. 사진 Alessandra Chemollo
10년 전 한국에서 ‘토털 디자인’을 주제로 강연도 했습니다. 인테리어, 건축, 도시 설계까지 아우르는 당신의 커리어를 잘 설명해 주는 타이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같은 확장은 전략보다 지적인 필연성에 가까웠다고 말하고 싶군요. 저는 지나치게 협소한 전문화를 거부해왔습니다. 아주 작은 오브제부터 도시 마스터플랜 구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제에 관심이 있습니다. 2012년에 당선된 국제 공모전 ‘그랑 모스크바(Grand Moscou)’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26만 헥타르 규모의 도시를 재구상하는 작업이었는데, 저는 이 프로젝트 수행 당시 문손잡이 디자인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이처럼 끊임없이 스케일을 넘나드는 작업 방식은 제 자신을 깨어 있게 만들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게 해줍니다. 오늘날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경계를 넘나드는 모 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건강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깊이 있는 전문성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분야를 넘나드는 호기심이 없다면, 기술적으로는 완벽할지라도 영혼 없는 오브제나 건축물을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20260528053158 20260528 053158
장미셸 빌모트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인천국제공항 탄생 이후 17년 만에 이뤄진 첫 대규모 확장 프로젝트였다. 사진 Pascal Tournaire
20260528053502 04 Champs Elysees
샹젤리제 프로젝트. 도시 디자인은 빌모트 & 인더스트리의 핵심 전문 분야 중 하나다. 자료 제공 빌모트 & 아소시에
사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훌륭히 완수하느냐죠. 당신의 경우 어땠나요? 이를테면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샹젤리제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완성도를 끌어올렸는지 궁금합니다.

샹젤리제 프로젝트의 경우 1994년 자크 시라크의 시장 재직 당시 파리 시청의 의뢰로 거리 가구 디자인을 맡은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도시계획가 베르나르 위에가 총괄한 재정비 사업의 일환이었죠. 제 역할은 조명 기구, 신호등, 벤치 등을 디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총 588개의 거리 가구 요소를 재정비하고 새롭게 설계했습니다. 무엇보다 샹젤리제의 명성과 그 역사적·상징적 무게가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거리 가구는 유행을 타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절제된 디자인이어야 했습니다. 순수한 선의 형태를 유지하되 복합 섬유, 마이크로 블라스트 처리한 스테인리스 스틸, 주철, 티크 목재 같은 현대적 재료로 구현했습니다. 조명 기구는 밤이면 기둥이 보이지 않도록 어두운색으로 처리했고요. 제 작업 방식은 언제나 일관됩니다. 장소의 정체성을 깊이 탐구하고 이해한 뒤 그것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새로운 분야의 작업에 임할 때 완성도 있는 결과를 만드는 비결이죠.

20260528053729 20260528 053728
그랑 팔레 에페메르(Grand Palais Éphémère.) 그랑 팔레 리노베이션 기간 동안 주요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조성한 임시 건축물이다. 건물의 프레임과 구조체에는 목재를 사용하고,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부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사 기간을 단축했다. 자료 제공 빌모트 & 아소시에
20260528053930 20260528 053930
장미셸 빌모트가 디자인한 록스톤 컬렉션. 그는 건축뿐 아니라 가구, 조명, 텍스타일도 디자인한다. 사진 Edouard Brane
20260528053958 20260528 053958
1986년 프랑스 문화부의 의뢰로 팔레 루아얄을 위해 디자인한 가든 체어. 벌 와이어(burl wire) 기법을 활용해 제작했다. 자료 제공 빌모트 & 아소시에

서울의 새로운 아트 플랫폼, 퐁피두센터 한화

20260528054142 KakaoTalk 20260526 095739920
6월 4일 공식 개관하는 퐁피두센터 한화. 아쿠아리움이 있던 63빌딩 별관을 전면 리모델링해, 각각 500평 규모의 메인 전시실 2개를 갖춘 4층 규모의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전통 기와의 곡선을 연상시키는 반투명 이중 유리로 마감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개관전으로〈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이 6월 4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린다. 사진 이우경 기자
오는 6월 문을 여는 퐁피두센터 한화의 건축가로 낙점되었을 때 곧바로 납득했습니다. 한국과 오랫동안 맺어온 각별한 인연 때문이죠.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별히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퐁피두센터 한화는 두 가지 열정, 즉 예술과 한국을 하나로 잇는 작업이었습니다. 부지는 한강 변, 63빌딩 기단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부지 전체 150m 폭 4개 층으로 펼쳐진 대규모 공간입니다. 회의, 전시, 결혼식, 비즈니스 행사 및 상업 시설로 사용하던 공간이 빛과 예술, 건축이 도시와 대화하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죠.

특히 유리 파사드가 인상적입니다.

파사드는 이번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가장 핵심적인 건축적 특징입니다. 의도적으로 63빌딩의 수직성과 대비시켰죠. 여의도 일대와 한강을 수평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특히 후면 조명이 더해지면 이 파사드는 한강에서도 바라다보이는 수평의 빛, 즉 도시 속 새로운 문화적 표식으로 드러납니다. 기술적으로 설명하자면 곡면의 반투명 접합 유리 대형 모듈로 구성한 이중 외피 구조입니다. 각 모듈은 한 개 층 전체 높이를 감싸는 규모로 제작했으며, 2층과 3층 일부에는 투명한 유리 구간을 배치해 사무 공간과 공용 동선에 자연광이 유입되도록 했습니다.

20260528054431 KakaoTalk 20260526 095739920 01
사진 이우경 기자
내부 디자인도 궁금합니다.

내부 디자인은 파사드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이어갑니다. 회색 석회암과 밝은 테라조가 공간의 구조를 잡아주고, 반투명 곡면 유리가 동선을 따라 이어지며 공간에 흐름을 부여합니다. 빛에 대한 세심한 설계와 바닥의 연속성은 공간 전체의 일체감을 더욱 강화합니다. 지층의 메인홀(로비)은 커다란 채광 공간을 중심으로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이 강렬한 건축적 요소는 자연광을 실내 깊숙이 끌어들이며, 1층에서 접근 가능한 정원을 향한 시야를 열어줍니다. 1층에서 미술관은 정원과 맞닿아 만남과 사색의 공간으로 확장됩니다. 오디토리엄, 다목적실, 그리고 파사드를 따라 길게 매달린 대형 타원형 네온 조명 시리즈가 돋보이는 복층 높이의 카페테리아 역시 교육 프로그램 및 다양한 활동에 최적화되어 있죠. 건물 중심부에서는 건축적·예술적 경험이 한층 더 몰입감 있게 펼쳐집니다. 2층과 3층은 전시 공간입니다. 서쪽에는 퐁피두센터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기획전이 열리는 1400m² 규모의 전시장을 배치하고, 동쪽에는 동시대 미술을 조명하는 1650m² 규모의 공간을 두 개 층에 걸쳐 조성했습니다. 이 두 전시 공간은 중앙의 커다란 보이드를 통해 서로 연결되며, 새로운 시각적 전망을 만들어내고, 작품 간의 대화를 촉진합니다. 마지막으로 4층에는 전용 테라스를 갖춘 레스토랑이 자리해 탁 트인 서울 도심의 전망을 제공합니다.

20260528084757 20260528 084757
미술관 로비 자료 제공 퐁피두센터 한화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있나요?

재료의 순수함과 절제된 표현입니다. 이는 내부 공간을 사색과 교류에 적합한 탁월한 전시 환경으로 만들어주죠. 또한 제 작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엄격한 대칭 구성과 비례감도 살펴보길 권합니다. 이를 모든 디테일에 반영함으로써 공간에 안정감과 미묘한 긴장감을 함께 부여했습니다.

20260528084023 20260528 084022
20260528084049 20260528 084049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이 열리고 있는 퐁피두센터 한화 제1 전시실. 장미셸 빌모트의 절제된 공간에 페르낭 레제의 1920년 작품 ‘예인선의 다리’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디자인을 더했다. 자료 제공 퐁피두센터 한화
20260528084238 20260528 084238
퐁피두센터 한화 제2전시실. 이번 전시는 큐비즘의 궤적을 소개한 8개의 섹션과 모더니즘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은 한국 회화를 조망하는 특별 섹션으로 이뤄졌다. 향후 제2전시실은 동시대 한국 작가를 글로벌한 맥락에서 조명하는 다학제적 플랫폼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자료 제공 퐁피두센터 한화
20260528084350 20260528 084350
제2전시실 3층에선 모임별(사진), 안그라픽스 등이 작업한 커미션 프로젝트도 만날 수 있다. 자료 제공 퐁피두센터 한화
퐁피두센터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예술 공간이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느 정도 현지화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다른 문화권에서 작업할 때, 맥락을 읽는 당신의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언제나 관찰입니다. 저는 여행을 할 때 제 자신을 장소 고유의 분위기와 감각에 깊이 스며들게 합니다. 3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한국과 관계를 이어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의 문화, 빛, 재료와 사용 방식 등을 깊이 관찰하며 친밀감을 축적했죠. 제가 추구하는 것은 ‘공명’입니다. 퐁피두센터 한화의 경우 그것이 곡면 유리 패널을 통해 구현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패널들은 빛과 투명성의 공간을 만들어내며, 한강과 대화를 나누듯 연결됩니다. 이는 한국적 공간 감수성에 깊이 뿌리내린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장소의 본질은 문화와 역사로부터 비롯됩니다.

당신이 설계한 공간을 둘러볼 때마다 매우 ‘촉각적’이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당신이 다루는 예술 공간 중 상당수가 시각 문화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특히 더 흥미롭죠. 이에 대한 당신의 관점도 궁금합니다.

재료는 형태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저는 언제나 마감, 시공 디테일, 그리고 재료의 질감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예술 공간에서는 이러한 차원이 더욱 본질적입니다. 작품은 시각적 존재이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공간은 모든 감각을 자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건축 자체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건물은 사람이 직접 경험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공간은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라는 사실을 우리는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20260528084851 20260528 084851
퐁피두센터 한화의 중앙홀 엘리베이터. 이곳을 중심으로 두 전시실이 나뉜다. 자료 제공 퐁피두센터 한화
20260528085532 20260528 085532
퐁피두센터 한화의 오디토리움. 자료 제공 퐁피두센터 한화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6호(2026.06)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