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타리오 2026 문구페어 ② 각자의 세계가 만나는 곳, 네이버 라운지

네이버는 올해 인벤타리오에서 ‘각자의 세계가 만나는 곳’이라고 이름 붙인 라운지를 선보였다.

인벤타리오 2026 문구페어 ② 각자의 세계가 만나는 곳, 네이버 라운지


인벤타리오의 두 전시 공간을 잇는 브리지에 네이버 라운지가 자리했다. 네이버는 그 자리에 ‘각자의 세계가 만나는 곳’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록으로 각자가 만들어온 세계가 서로를 발견하고 연결되며 더 넓은 세계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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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타리오 네이버 라운지 전경.

비주얼 파트너로 PaTI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이하 PaTI)이, 공간 구성에는 주최사 포인트오브뷰와 아틀리에 에크리튜가 함께한 이 라운지는 전시존, 스페셜로고 포토부스, 미디어 월, 하울존, 가챠존, 굿즈존을 순환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공간에서 네이버가 브랜드 컬러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 문구페어의 공식 후원사로 단독 라운지를 운영하면서도 인벤타리오의 무드 안으로 스며드는 쪽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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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I가 비주얼 파트너로 함께했다.

후원사가 행사에서 존재감을 설계하는 방식은 늘 까다롭다. 지나치게 전면에 나서면 행사 고유의 맥락을 가리고, 너무 물러서면 함께한 이유가 사라진다. 네이버가 찾은 답은 브랜드를 가리는 대신 브랜드가 해온 일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20여 년간 사람들의 기록을 매개해 온 플랫폼의 역사는 문구라는 물건의 속성, 손에 쥐고 쓰고 모으고 남기는 행위와 생각보다 가까운 자리에 있었다. 네이버는 그 접점을 IT 기업의 언어가 아닌 종이와 질문, 기록의 언어로 번역해 내놓았다. 그 원칙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전시존이었다. 이곳에는 네이버 스페셜로고 작가들의 원화와 작업 도구, 인기 웹툰의 베스트 댓글, 오랫동안 회자된 지식iN의 문답을 배치했다. 네이버가 운영해 온 서비스 목록을 나열하는 대신, 그 위에 사람들이 남긴 것들의 집합으로 공간을 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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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존 곳곳에 놓인 종이. 관람객들이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라 영감의 단초 삼기 위해 가져갔다.

전시존 한쪽이 네이버 위에 쌓인 기록을 펼쳐 보인다면, 다른 한쪽은 그 기록이 어떻게 시작되고 순환하는지를 보여준다. ‘다이어리 한 페이지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등 네이버 블로그가 사용자에게 건넨 질문을 전시장 안으로 끌고 온 것은 기록의 출발점을 강조하려는 시도였다. 그 질문을 엽서로, 지식iN의 문답을 실제 UI 디자인 그대로 지류로 만들어 관람객이 가져가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물질적인 기록을 손에 쥘 수 있는 형태로 되돌리는 것, 디지털 서비스의 언어가 종이 위에서 다른 질감을 얻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 이 지류를 관통하는 기획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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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존 전경.

하울존은 그 기록이 타인에게 닿는 구조로 구현했다. 스캐너, 볼록거울, 라이트 박스, 서랍 등 집기를 갖춘 이 공간은 인벤타리오에서 구매한 문구류를 다양한 방식으로 촬영하고 네이버지도나 클립에 리뷰로 남기도록 설계했다. 포인트오브뷰와 함께 제작한 이 공간은 문구 행사의 특성 중 하나인 구매 인증샷 문화에서 착안했다. 관람객이 라운지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리뷰로 남기면 가챠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게 했고, 남긴 리뷰를 전시장 안 디스플레이에 실시간으로 공유해 나의 기록이 다음 관람객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굿즈존은 라운지의 숨은 포인트였다. 그동안 네이버 사옥 1784 내부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네이버 굿즈를 이번 행사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네이버 내 인기 제품 외에도 인벤타리오를 위해 특별 제작한 날개 모자 키링, 책갈피 등 네이버의 다양한 굿즈를 함께 마련했다. 라운지 옆 플라츠홀1에 별도로 조성한 네이버웹툰 휴게 공간에서는 응원하는 웹툰 작가에게 메시지를 남기면 실제로 전달되도록 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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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이벤트에 참여하는 관람객의 모습.

라운지 공간에서 네이버가 일관되게 견지한 것은 브랜드의 농도에 대한 판단이었다. 이곳에서 기술적 기능은 경험을 돕는 조력자에 머물렀다. 공간의 전면에는 질문에 답하고, 기록을 남기고, 리뷰를 공유하는 행위가 놓였다. 네이버가 20여 년간 디지털 공간 안에서 축적해 온 것들은 물성을 입고 다시 등장했다. 대부분의 브랜드 공간이 자신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인다면, 네이버 라운지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남기게 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였다. 문구페어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네이버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크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될 자리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는 좋은 문구가 사랑받는 방식과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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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애린, 연서인, 이상은, 이은표, 백하나
전시 공간을 잇는 브리지에 라운지를 배치했다. 공간 구성 단계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 요소는 무엇이었나?

가장 먼저 떠올린 단어는 ‘연결’이었다. 라운지가 자리한 곳은 두 전시 공간 사이를 잇는 통로 같은 자리다. 양쪽 어디로도 기울지 않으면서, 행사의 동선과 네이버의 이야기가 한 번쯤 포개지는 지점이 되기를 바랐다. ‘각자의 세계가 만나는 곳’이라는 슬로건은 사람들이 네이버 안에서 저마다의 콘텐츠로 자기 세계를 키우고, 또 서로의 이야기와 마주치는 풍경을 떠올리며 지은 문구다. 지친 관람객이 잠시 쉬면서도 각자가 구매한 것을 기록하고, 관람객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관람객이 ‘보는 사람’이 아닌 ‘기록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 이번 라운지의 핵심이었던 것 같다. 전시 서사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한 지점은 무엇이었나?

네이버와 창작자의 관계를 어떤 어조로 이야기할 것인가가 핵심적인 고민이었다. 네이버가 창작 생태계에 기여해 온 흐름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일방적으로 말하는 구조는 피하고 싶었다. ‘우리가 해왔다’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온 것’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방식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결국 창작자의 목소리와 결과물을 전면에 두고, 네이버는 그 옆에 조용히 서 있는 구조로 정리했다. 관람객이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새삼 네이버가 발견되게 하는 것, 그게 이 공간이 의도한 흐름이었다. 들어올 때 관람객이었던 사람이 어느새, ‘나도 무언가를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안고 나가기를 바랐다.

기획 단계에서 끝까지 유지하고자 했던 원칙과 현실적 제약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아이디어가 있었나?

가장 오래 매달린 건 네이버의 존재감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인가, 그 적정선을 정하는 일이었다. 너무 나서면 인벤타리오가 쌓아온 고유한 공기를 흐릴 것 같고, 지나치게 물러서면 함께한 의미가 옅어지고. 눈에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기억에 남는, 그 사이의 한 점을 찾는 데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 접은 아이디어도 많았다. 페이스사인 아이콘을 응용한 DIY 도장, 네이버 내부 문구인들의 문구 리스트, 페이스사인 패스트트랙에서 착안해 빠르게 채워지는 요술 팔찌까지. 하나씩 더하다 보니 오히려 처음에 염두에 뒀던 테마와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더하기보다 덜어내기가 훨씬 어려웠다. 끝까지 유지했던 원칙은 네이버가 행사 안으로 스며드는 쪽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브랜드 컬러인 초록색조차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대신, 관람객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네이버 라운지 안에서 우리 이야기를 제대로 펼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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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라운지를 방문한 관람객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전시장 곳곳에 스탬프, 인쇄물, 엽서 등 다양한 지류 기념품을 배치했다.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종이와 수집의 즐거움을 어떻게 해석했나?

종이와 수집은 문구 문화의 핵심이자 디지털 기록의 원형이기도 하다. 블로그에 글을 한 편씩 올리는 일과 마음에 드는 엽서를 모으는 일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본다. 나를 남기고, 모으는 즐거움. 그래서 지류 기념품을 통해 디지털 기록을 다시 손에 쥘 수 있는 형태로 되돌려 주고자 했다. 두성종이의 협찬으로 마련한 지류를 쓰임에 맞게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도 중요했다.

하울존과 가챠 이벤트는 리뷰 문화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온 구조라 흥미롭다. 이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경험은 무엇이었나?

리뷰는 네이버에서 가장 일상적인 창작이다. 네이버지도에 남기는 후기 한 줄이 모두 누군가의 선택을 돕는 기록이다. 하울존에서 남긴 리뷰가 공간의 디스플레이에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그것을 또 다른 사람이 보며 도움을 받는 순환. 내 경험이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이 누군가에게 쓸모가 되는 흐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가챠는 그 행위에 우연한 설렘의 보상을 더하는 장치다. 후기도 결국 하나의 기록이자 창작이니, 그 창작에 대한 보답이라는 결을 지키고 싶었다. 경품을 인벤타리오를 찾는 관람객이 갖고 싶어 할 만한 것들로 구성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실무진이 가장 애정을 갖는 공간이나 장치가 있다면?

가챠존의 작은 장치다. 가챠 머신에 사람이 직접 서서 오프라인으로 선물을 건넨다. 디지털 회사가 이렇게까지 아날로그해도 되나 싶은 장면을 연출했다고 자평한다. 하울존도 이야기하고 싶다. 스캐너부터 볼록거울, 서랍, 라이트 박스까지, 관람객마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더하고 덜어내기를 반복하며 준비한 공간이다. 라운지에 놓인 테이블과 벤치가 인벤타리오의 키 비주얼을 활용해 제작한 것이라는 점도 관람객들이 눈여겨봤으면 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문구의 매력이 있다면?

문구는 ‘시작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머릿속에서만 떠다니던 생각을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형태로 꺼내놓는 자리, 한 사람의 세계가 시작되는 지점이 바로 문구다. 사람들이 왜 문구에 그토록 열광하는지를 이번에 준비하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종이 한 장, 도장 하나에까지 정성을 다하는 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디테일을 끝까지 매만지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문구는 기능보다 관계에 가까운 물건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특정 노트나 펜에 애착을 갖는 건 단순히 사용성 때문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쌓인 시간과 그 안에 담긴 자신만의 이야기 때문이다. 문구가 기억을 함께 보관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총괄 최소현(부문장), 심준용(리더)
기획·운영 네이버 브랜드 전략팀(이상은, 이은표)
브랜드 경험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3팀 (연서인, 이애린, 백하나)
전시존 네이버 브랜드 내러티브팀(원지수, 정영선, 김슬, 김희준, 박세린, 박태영)
스페셜로고 포토부스 네이버 스페셜로고팀(신현경, 강민지, 김웅지, 김지은, 노수리, 정영우), NTS 개발(강은호)
굿즈존 네이버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4팀(윤석원, 김다영, 윤채원), 네이버 기업 경험팀 (조나영, 김민지, 조수빈)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7호 (2026.07)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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