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함께한 문구인의 축제, 인벤타리오 2026 문구페어
지난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코엑스 더플라츠홀 1·2에서 열린 제2회 인벤타리오에 약 4만 명이 다녀가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이번 행사는 포인트오브뷰가 주최하고 네이버가 타이틀 스폰서로, PaTI(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가 비주얼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두성종이와 클립펜이 후원했다.

행사 규모와 참가 브랜드 수가 두 배로 늘어난 점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지점은 행사 곳곳에 녹아든 감도 높은 디자인이었다. 예컨대 PaTI는 모양자를 모티프로 전체 그래픽 시스템과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설계했고, 두성종이는 웰컴 키트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에 참여하며 종이가 지닌 감각적 가능성을 곳곳에 녹여냈다.


행사장 연출도 돋보였다. 더플라츠홀2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출입 거래가 이뤄지던 사무 공간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그 안에서 흑심, 까렌다쉬, 카키모리 등의 브랜드가 각자의 공간을 하나의 쇼룸처럼 꾸몄고, 관람객은 전시장을 거닐며 브랜드의 세계를 경험했다. 이는 일반적인 박람회보다는 작은 골목을 거닐며 가게를 둘러보는 듯한 풍경에 가까웠다.
인벤타리오의 시그너처 프로젝트 ‘리마스터드(Remastered)’도 눈길을 끌었다. 제조사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올해는 티티경인이 포인트오브뷰와 협업해 은빛 기차 연필깎이 ‘하이샤파’와 사무용 연필깎이 ‘티티오피스’를, 오이뮤와 함께 크레파스 ‘티티파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그 밖에 양지사는 포인트오브뷰와 함께 PD수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바이하츠와 지구화학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을 만났다.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켰던 문구 브랜드가 오늘의 감각을 입고 새롭게 등장한 셈이다.

관람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문구를 조합하고 완성하는 체험형 콘텐츠 역시 증가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트래블러스 노트는 인벤타리오에 참가해 관람객이 20여 종의 종이 가운데 원하는 것을 골라 한정 커버와 결합해 자신만의 리필 노트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종이 견본을 넘겨 보며 어떤 조합이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또 페이퍼테일러와 삼원페이퍼는 종이 뷔페를 선보였고, 지구화학은 색연필 뷔페를, 이와코는 도시락통을 원하는 지우개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지우개 뷔페를 열었다. 한국파이롯트는 배럴과 캡의 색상을 조합하고 펜촉을 골라 자신만의 만년필을 완성하는 ‘카쿠노 초이스’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스탬프를 쌓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레이어스 투게더’, 행사장 곳곳을 돌며 도장을 찍는 패스포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됐다.


볼거리와 체험이 크게 늘어나면서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효율적인 동선과 필수 방문 부스를 정리한 일종의 ‘공략법’이 공유되기도 했다. 어느 부스를 먼저 방문해야 하는지, 어떤 체험이 오전에 마감되는지, 어디에서 줄이 가장 긴지 등을 정리한 후기와 영상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문구페어를 공략해야 하는 시대. 인벤타리오는 올해 한층 커진 규모와 함께 문구 문화가 더 이상 물건을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취향을 발견하고 직접 만들고 경험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주최 포인트오브뷰
타이틀 스폰서 네이버
비주얼 파트너 PaTI
후원 두성종이, 클립펜
웹사이트 홈페이지
Interview
김재원 포인트오브뷰 대표
최소현 네이버 크리에이티브 & 익스피어리언스 부문장

인벤타리오가 2회를 맞이했다. 1회와 비교해 더 염두에 둔 부분이 있다면?
김재원 1회 때 불편했던 부분을 개선하고자 했다. 발권 지연, 부족한 휴게 공간 등 운영상 아쉬웠던 점을 하나씩 손봤다. 방향 면에서는 레거시 브랜드를 더 많이 초대하는 데 집중했다. 각 브랜드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스토리를 입혀 협업 제품도 만드는 등, 부스 하나하나가 브랜드의 세계를 보여 주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1회에 참가했던 브랜드들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2회에는 훨씬 더 멋지게 준비해 왔다는 점이다. 인벤타리오가 자리를 만들면 브랜드가 그에 응답해 더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고, 그렇게 서로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관람객들도 즐길 만한 콘텐츠가 많았다고 이야기해 주어 기뻤다.
네이버가 이번 행사의 타이틀 스폰서로 함께하게 됐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최소현 네이버는 흔히 기술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으로 인식되지만, 블로그와 카페, 지식iN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창작자와 함께 성장해 온 플랫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창작하는 이들의 삶과 태도, 감각을 조명하는 인벤타리오가 네이버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포인트오브뷰가 100개가 넘는 브랜드를 직접 큐레이션하며, 어떤 도구를 쓰는가를 넘어 무엇을 생각하고 만들고 축적해 가는지를 보여 준다는 점 역시 네이버가 오랫동안 바라봐 온 창작 생태계의 가치와 닿아 있다. 이번 스폰서십은 그 철학을 창작자 가까이에서, 물성이 느껴지는 방식으로 보일 기회라고 생각했다.
김재원 이 세계를 함께 넓혀 갈 파트너가 필요했다. 우리가 손에 쥐는 도구로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면, 네이버 역시 그 세계를 더 넓게 확장하게 하는 또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라는 세계를 만드는 도구들’이라는 관점에 공감하며 함께하게 됐다. 작은 도구 하나가 누군가의 세계를 만드는 시작점이 되고, 그 세계가 더 많은 사람과 만나며 확장되는 것. 결국 창작자들의 세계가 연결되고 넓어지는 과정을 함께 응원한다는 점에서 네이버와 뜻이 맞았다.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문구페어와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최소현 기술이 창작물의 평균값을 올릴수록 인간 고유의 감각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 ‘감각 자본’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AI가 많은 역할을 하는 시대지만 무엇을 남기고 덜어낼지, 무엇을 가치 있다고 판단할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다. 기술과 공존하면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아야 하는 지금, 문구페어와 함께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와 창작의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네이버의 마음이기도 하다.

이번 인벤타리오에서 특히 주목하길 바란 부분은?
김재원 레거시 국내 제조사들과의 오리지널 협업을 가장 먼저 꼽고 싶다. 양지사, 바이하츠, 지구화학처럼 오랜 시간 도구를 만들어온 브랜드는 분명한 제조력이 있지만, 오늘날 문구 시장의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단순히 초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아카이브를 살피고, 스토리와 제품, 부스 공간까지 직접 기획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이 ‘리마스터드’ 프로젝트다. 티티경인이 수십 년간 쌓아온 제조력에 인벤타리오의 기획과 디자인을 더해 익숙한 문구를 오늘의 일상으로 다시 제안했다. 양지사 PD수첩 협업 역시 같은 맥락이다. 행사 곳곳의 디테일에도 공을 들였다. 두성종이와 함께 만든 웰컴 키트와 각종 지류, 룸 형태의 공간 구조를 활용한 부스 구성, 스탬프 투어 등 관람객이 직접 손을 움직이며 참여할 수 있는 장치까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도구를 쓰는 즐거움 자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최소현 이번 인벤타리오에서 네이버는 참여하는 모두가 다시 쓰고, 만들고 싶다는 창작 감각을 발견하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 네이버 라운지에서는 ‘각자의 세계가 만나는 곳’을 주제로, 관람객들의 기록과 표현이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했다. 또 티켓 예매부터 AR 내비게이션, 페이스사인을 통한 발권과 결제에 이르기까지 행사 전반에 네이버의 기술을 녹여내 사용자가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좋은 기술은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경험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문객들이 오랜만에 무언가를 직접 쓰고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 자신만의 취향과 일상의 호흡을 다시 떠올리는 계기를 얻어 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문구페어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오늘날 문구 문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느꼈나?
최소현 문구 문화가 훨씬 입체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았다. 과거에는 좋은 펜, 좋은 노트 같은 도구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면, 지금은 그 도구를 쓰는 사람의 삶과 취향, 작업 방식까지 함께 이야기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문구가 기록의 도구를 넘어 취향과 태도를 드러내는 매개체, 라이프스타일의 언어가 된 것이다. 최근 네이버 블로그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나를 돌아보는 기록’을 주제로 전 국민 기록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손으로 쓰든 온라인에 남기든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 자체는 디지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지금의 문구 문화는 단순한 복고나 향수가 아니라, 자신의 감각과 집중력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김재원 문구가 더 이상 ‘쓰기 위한 물건’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사람들은 도구를 통해 기록을 나누고, 이것이 취향으로 연결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간다. 어떤 도구를 고르고 어떻게 쓰는지가 곧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일이 된 것이다. 지금의 문구 문화는 물건 자체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함께 나누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벤타리오를 마친 소회를 들려 달라.
최소현 행사를 준비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람들이 무언가를 기록하고만드는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표현 방식은 다르더라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모두 닮아 있었다. 인벤타리오가 문구를 사고파는 자리를 넘어, 서로의 취향과 작업 방식을 발견하는 장이 되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뜻깊었다.
김재원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이 찾아주어 감사한 마음이 컸다. 무엇보다 참여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성껏 준비해 주었고, 관람객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긴 점이 인상 깊었다. 반면 대기와 혼잡 등 운영상의 부족함이 있었던 것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더 나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계속 보완해 나갈 생각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좋은 기획과 큐레이션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레거시 브랜드에 기획과 디자인이 더해졌을 때 예상보다 큰 반응이 나온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인벤타리오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우리 문구 산업에 작게나마 활력을 더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