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적 재사용 ①] 도시의 창조 동력이 된 산업 유산, 배터시 발전소 2기 재개발 프로젝트

월간 〈디자인〉 Vol.567 | Special Feature

과거 런던의 주요 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던 화력발전소는 오늘날 도시의 새로운 창조 동력이 됐다.

[적응적 재사용 ①] 도시의 창조 동력이 된 산업 유산, 배터시 발전소 2기 재개발 프로젝트

런던 템스강 변, 한때 도시 전력의 5분의 1을 공급하던 발전소가 우뚝 서 있다. 배터시 발전소(Battersea Power Station)는 1930년대 자일스 길버트 스콧(Giles Gilbert Scott)이 설계한 화력발전소로, 국회의사당과 버킹엄궁을 비롯한 런던 주요 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던 도시의 핵심 인프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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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배터시 발전소의 제어실.

하지만 1983년 가동을 중단한 뒤 30년 넘게 빈 공간으로 방치됐다. 이 산업 유산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은 2012년 말레이시아 투자자 컨소시엄이 16억 파운드에 매입하며 재개발에 돌입하면서부터다. 뉴욕의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Rafael Vinoly)가 제안한 마스터플랜 아래 약 1680㎡ 규모에 달하는 부지가 탈바꿈해 갔다. 이 프로젝트는 7단계에 걸쳐 현재도 진행 중이며, 3기 개발 사업에는 포스터+파트너스, 게리 파트너스 등 기라성 같은 건축사 사무소가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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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시 발전소의 주요 섹션.

윌킨슨에어(WilkinsonEyre)가 주도한 2기 재개발은 발전소 건물의 복원과 전환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설계의 출발점은 발전소가 지닌 기념비적 스케일과 공간적 장엄성을 없애지 않는 것이었다. 4개의 굴뚝과 거대한 벽돌 입면, 터빈 홀은 원설계를 그대로 간직한 채 건물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남았다. 윌킨슨에어는 그 위에 전층 높이의 보이드 2개를 북측과 남측 출입구 뒤에 삽입하고, 건물 중심에는 거대한 아트리움을 조성했다. 보이드와 아트리움은 새로운 오피스 층마다 자연광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발전소 내부 어디에서나 굴뚝을 시각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풍부한 역사적 요소를 간직한 터빈 홀은 3개 층 규모의 리테일 갤러리아로 바뀌었다. 기존 구조와 마감재는 최대한 보존한 채 레스토랑과 상점, 이벤트 공간을 채워 넣었고, 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지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 대중에 전면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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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킨슨에어는 런던의 상징적 산업 유산인 배터시 발전소의 복원·재생을 총괄하며, 보존과 현대적 활용이 결합된 도시 재생 사례를 구현했다. 자료 제공 High Level Photography

발전소 제어실이었던 두 곳도 함께 복원했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인테리어를 간직한 컨트롤 룸 A는 특별 행사 공간으로, 컨트롤 룸 B는 하루 종일 운영하는 바로 전환됐다. 방문객은 이곳에서 당시의 계기판과 제어장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보일러 하우스(boiler house) 상부에는 6개 층 규모의 오피스가 들어섰다. 개방형 평면과 산업적 미감을 유지한 이 공간의 가장 큰 임차인은 애플로, 6개 층에 걸쳐 4600㎡가 넘는 공간을 사용한다. 발전소는 영화관과 멤버십 클럽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함께 수용하며 런던의 여가·문화 목적지로서 기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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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원형 보존·복원한 제어실. 이벤트와 전시, 연회가 가능한 문화 공간으로 재생했다. 자료 제공 Battersea Power 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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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하우스 스퀘어 내 주거 커뮤니티 정원. 사진 John Sturrock

주거 공간은 발전소 양측의 스위치 하우스 웨스트(Switch House West)와 스위치 하우스 이스트(Switch House East), 그리고 보일러 하우스 상부 옥상 정원을 둘러싼 스카이 빌라(Sky Villa)로 구성된다. 스위치 하우스의 주거 공간은 지상부 조경 광장을 통해 진입할 수 있고, 옥상의 빌라는 워시 타워(wash tower) 구조의 프레임 사이에 설치한 유리 엘리베이터로 접근할 수 있다. 이곳에 도착하면 상징적인 굴뚝이 모습을 드러낸다. 각 주거 공간은 건물 내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평면과 규모로 구성됐으며, 2021년 5월 첫 입주자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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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한 터빈 홀을 시민에게 개방함으로써, 산업 유산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상업·문화·여가 기능을 수용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생했다. 사진 John Sturrock

북서쪽 굴뚝에는 ‘리프트 109(Lift 109)’라는 유리 엘리베이터 체험 시설을 설치했다. 최대 30명까지 탑승 가능한 엘리베이터는 지상 109m 높이까지 올라가며 런던 도시 전망을 360도로 제공한다. 이 체험은 터빈 홀 A에 마련한 발전소 역사 전시로 마무리된다. 2022년 10월에는 보행자 중심 도로인 일렉트릭 대로(Electric Boulevard)와 함께 발전소를 일반 대중에 개방했고, 현재 이 수변 지구에는 150개 이상의 상점과 바, 레스토랑, 오피스, 이벤트 공간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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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 룸 B 내부 풍경. 사진 Johnny Stephens

터너 & 타운센드(Turner & Townsend)는 10년 이상 이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며 조달과 리스크 관리, 단계별 개발 자문을 맡았다.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프로젝트의 중요한 축이었다. 프로젝트 주주들은 배터시 기술 및 고용 아카데미를 설립해 지역 구직자를 개발 사업의 일자리와 연결했고, 발전소 및 일렉트릭 대로 개장과 더불어 25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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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시 발전소와 일렉트릭 거리 오프닝 행사. 사진 찰리 라운드 터너Charlie Round Turner

배터시 발전소의 적응적 재사용 전략은 전력을 만들어 도시 전역으로 흘려보내던 단일한 역할을 다른 종류의 흐름으로 대체하는 데 있었다. 발전을 목적으로 설계한 굴뚝과 터빈 홀, 제어실의 거대한 규모와 산업적 디테일은 주거와 업무, 상업, 여가가 동시에 작동하는 도심의 골격이 됐다. 이는 도시에 에너지를 공급하던 인프라에서 사람과 자본, 일자리가 모여드는 인프라로 옮겨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산업 유산이 도시 재생의 규모와 속도 자체를 결정하는 핵심 사례로 읽힌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7호 (2026.07)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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