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그리는 새로운 영화 문법, 구글과 A24의 파트너십
구글과 손잡은 영화사, A24
구글 딥마인드와 혁신적 영화사 A24의 파트너십은 논란 속에서도 AI를 창작 보조 도구로 정립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협업은 기술과 아티스트가 상생하며 영화 제작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알파고와 제미나이를 선보이며 세계 AI 기술을 선도해 온 AI 연구기관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최근 독립 영화 스튜디오 A24와 업계 최초의 연구 중심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구글은 A24에 투자하며 AI 시대 영화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구글 딥마인드의 혁신 기술이 영화 제작의 창작 과정에 직접 접목될 예정이다.
저희는 아티스트에게 힘을 실어주는 도구를 개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티스트와 직접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A24와 같은 영화 제작자 및 업계 리더들과 협력함으로써, 우리는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창의적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스토리텔링을 지원하는 새로운 AI 기능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립자 겸 CEO

이를 바탕으로 A24와 소속 영화 제작자들은 자신들의 창작 비전을 더욱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스토리텔링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제작 도구와 기술을 함께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세계적인 AI 연구기관과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인정받는 영화 스튜디오의 협업은 AI와 영화 산업 모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계에서 일고 있는 변화
최근 몇 년간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 세계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사람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AI의 등장으로 창작자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이러한 우려는 기술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고, 일부 창작 커뮤니티는 AI로 제작된 작품의 등록과 활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2023년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에서 배우와 작가들이 동반 파업을 진행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이었다. 이어 2024년에는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아트 영화 흥행을 이끈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가 배우들의 발음을 보정하기 위해 음성 복제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AI에 대한 시선은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고 관련된 논란들은 점차 잦아들고 있다. 이제 AI는 창작을 대체한다기 보다 창작을 보조하는 도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 나아가 영화 제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글과 A24의 이번 파트너십은 AI를 바라보는 영화계의 관점이 분명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세계적인 테크 기업들의 전략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신기술에 대한 현장의 우려와 반발을 반영해 창작자 중심의 혁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구글과 A24의 파트너십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구글 딥마인드는 AI 기술과 인프라를, A24는 작업 프로세스를 공유하며 영화 제작과 배급을 위한 새로운 AI 도구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별히 구글이 A24를 선택한 이유는 이들이 기존의 제작 방식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영화계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 온 스튜디오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화 문법을 만들어 온 A24가 혁신적인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어떤 방식으로 창작의 지평을 넓혀갈지, 그리고 이 협업이 영화 산업의 다음 세대를 어떻게 그려낼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영화계를 바꾸고 있는 신흥 강자, A24
요즘 화제가 되는 영화를 보다 보면 자주 마주하게 되는 로고가 있다. 바로 A24다. 독립영화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A24는 이제 주류 영화 시장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스튜디오는 기존 영화사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인 감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창작자에게 최종 편집권을 보장하는 제작 방식을 고수해 오고 있다. 덕분에 이들이 제작·배급한 작품들은 실험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영화들로 채워져 있다. A24가 영화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스튜디오’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공포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유전(Hereditary)〉,〈미드소마(Midsommar)〉와 더불어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모두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던 〈미나리〉 등을 제작했다. 또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비롯하여 〈백룸(Backrooms)〉과 〈마티 슈프림(Marty Supreme)〉 등을 배급하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영화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제목을 들어봤을 작품들이 대부분 A24를 거쳐 탄생했다.


A24의 차별점은 영화 제작에만 머물지 않는다. 마케팅 방식 역시 기존 영화사와는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작품마다 별도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으며, 멤버십 서비스 ‘AAA24’와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충성도 높은 팬층을 구축하고 있다. 멤버십 가입자는 A24가 발간하는 잡지를 받아볼 수 있으며, 한정판 굿즈와 전용 상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혜택도 제공받는다. 영화를 하나의 콘텐츠를 넘어 문화와 경험으로 소비하도록 만드는 이들의 전략은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는 영화를 보고 영화사를 아는 것이 아니라, “영화사를 보고 영화를 선택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A24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파트너십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와 업계의 현재
영화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파트너십이 모두의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구글이 7,500만 달러(약 1,166억 원)를 투자하고,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AI 기술을 활용한 창작 도구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팬들은 보이콧을 선언하며 A24 멤버십을 해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온라인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파트너십 발표가 있기 며칠 전에 〈백룸〉의 감독 케인 파슨스(Kane Parsons)가 생성형 AI에 비판의 소리를 낸 것도 이러한 반발 여론이 확산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AI가 창의성에 해로운 것은 물론이고 문화적, 경제적 부패를 상징하는 징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이번 협력에 A24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나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할 권한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다만 A24가 과거 AI 사용으로 논란을 빚었던 〈브루탈리스트〉를 배급한 스튜디오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협업 자체가 기존 기조에서 크게 벗어난 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A24 측은 이번 협업이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생성형 AI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24의 파트너이자 스튜디오의 기술 조직인 A24 랩스(A24 Labs)를 이끄는 스콧 벨스키(Scott Belsky)는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창의적 통제권을 유지하면서도 창의적인 도전을 지원할 수 있는 더 나은 활용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새로운 도구들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프롬프트 입력 방식의 생성형 AI와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그의 부서는 AI 기반 스토리보드 제작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영화 제작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이러한 혁신을 반기고 있다.

AI와 영화 산업의 협력은 더 이상 구글과 A24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디즈니를 비롯한 주요 스튜디오와 콘텐츠 기업들도 AI 기업과 협력하며 제작 환경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라이온스게이트는 런웨이 A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존 프랜차이즈를 활용한 AI 기반 콘텐츠 제작을 추진하고 있으며, 넷플릭스는 벤 애플렉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인터포지티브(InterPositive)를 인수하며 자사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을 영화 제작에 반영하려는 시도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나타나는 부정적인 반응 역시 새로운 기술이 산업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기술에 대한 우려와 윤리적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영화계를 바꿀 새로운 방안이 도출될 것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구글과 A24의 파트너십은 영화 제작 방식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