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터멜론,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4관왕 수상

더워터멜론이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CJ푸드빌, 교보문고, 대상그룹 청정원, 전통주 브랜드 ‘도한’까지 서로 다른 산업의 브랜드를 아우르며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지털 시스템, 패키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눈길을 끈다. 더워터멜론의 디자인그룹장 김범석 이사, 권다영 브랜드 디자인 본부장과 4개의 수상작을 중심으로 더워터멜론의 디자인 방식과 조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더워터멜론,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4관왕 수상
20260820095337 0812 DESIGN 0239
더워터멜론 디자인 그룹. 더워터멜론은 신선한 크리에이티브와 잘 익은 솔루션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알리고, 키우는 브랜드 하우스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4관왕을 축하한다. 이번 성과를 이룬 더워터멜론의 디자인 조직이 궁금하다.

김범석 더워터멜론의 디자인 조직은 프로젝트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크게 3개로 나뉜다. 먼저 브랜드 디자인 본부는 컨설팅 전략을 바탕으로 비교적 규모가 크고 호흡이 긴 브랜딩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세부적으로 2개의 디자인팀과 영상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BX 디자인팀은 브랜딩 이후 고객 접점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한 프로젝트에 대응하고, SME 본부의 디자인팀은 이름처럼 스몰 & 미디엄 브랜드 디자인을 맡는다. 이번 수상이 더욱 뜻깊은 것도 이처럼 서로 성격이 다른 디자인 조직에서 수행한 프로젝트가 두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다양한 규모와 영역의 프로젝트를 소화하는 더워터멜론의 폭넓은 역량이 하나의 성과로 증명됐다고 생각한다.

권다영 디렉터 한 명의 역량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 역시 더워터멜론 디자인 조직의 특징이다. 각 디자이너의 강점과 개성을 프로젝트에 맞게 배치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하고 검증하며 해법을 찾아간다. GS건설 자이 리브랜딩부터 파르나스호텔 제주, CJ제일제당의 전통주 자리jari, CU의 PB 브랜드 피빅PBick까지 서로 다른 산업군에서 획일화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 배경이다. 각 브랜드가 처한 시장과 과제를 살피고, 그에 적합한 디자인 언어를 찾아간다. 하나의 스타일보다 각 브랜드의 과제에 맞춰 서로 다른 역량과 관점을 유연하게 결합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앞서 말했듯 이번 수상은 서로 다른 산업군의 디자인 결과물이 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범석 더워터멜론은 디자이너가 컨설팅 전략 구축 단계부터 인터뷰와 미팅에 함께 참여해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지속적으로 팔로업한다. 프로젝트의 본질과 맥락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디자인을 시작하기 때문에 전략과 디자인 사이의 맥락이 끊기지 않는다. 디자이너 역시 이 과정을 당연히 거쳐야 한다는 태도가 형성되어 있다. 결국 탄탄한 전략을 바탕으로 방향성과 논리를 함께 설계한 크리에이티브를 도출하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원칙이다.

권다영 물론 전략 스코프가 없는 디자인 단독 프로젝트도 많다. 그런 경우에도 우리는 그림부터 그리지 않는다. 이 브랜드가 지금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서 시작한다. F&B 브랜드라고 해서 무조건 감성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기준도 없고, B2B 브랜드라고 해서 기능적으로만 접근하지도 않는다. 산업군을 막론하고 브랜드의 역할과 소비자의 인식을 먼저 고민한다. 이런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우리 조직이 공유하는 원칙이다.

그렇다면 이번 수상작 가운데 하나인 CJ푸드빌의 ‘올리페페’는 무엇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봤나?

권다영 이탈리아 다이닝의 문화와 태도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를 중요하게 봤다. 국기나 지도처럼 익숙한 그래픽 메타포를 이용하기보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는 문화, 현지 골목의 레스토랑과 거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처럼 실제 생활 감각에 주목했다.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 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때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화덕, 오래된 회벽의 질감, 따스한 햇살, 거리 풍경 등 이탈리아를 표현하는 다양한 요소를 리서치하고, 그렇게 찾아낸 공감각적 심상을 시각 언어로 발전시켜 그곳의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다.

20260820100415 20260820 100415
올리페페는 이탈리아의 식문화와 태도를 현대적인 브랜드 경험으로 풀어낸 CJ푸드빌의 다이닝 브랜드다.
대상그룹 청정원의 ‘K-푸드 디지털 디자인 시스템’은 200개가 넘는 제품을 아우르는 작업이었다. 이렇게 방대한 제품군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봤나?

권다영 개별 제품 소개 영상 콘텐츠를 그때그때 개발하면 신제품이 추가될수록 일관성을 유지하고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200여 개 제품의 콘텐츠를 각각 만드는 대신, 앞으로 어떤 제품이 추가되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생성과 운영의 기준을 정립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보의 우선순위와 레이아웃, 이미지, 컬러, 타이포그래피부터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했다. 동시에 다양한 제품군의 특징이 획일화하지 않도록 원물 중심, 장면 중심, 콘셉트 중심 등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제품에 따라 적합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생성형 AI 역시 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20260820100429 20260820 100429
청정원 K-푸드 디지털 디자인 시스템은 200여 개 제품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일관된 기준 아래 효율적으로 확장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교보문고의 ‘The Scent of Page’는 기존 제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확장하는 작업이었다. 어떤 방향으로 접근했나?

권다영 ‘The Scent of Page’는 원래 교보문고의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향에서 출발했다. 방문객들의 요청으로 방향제와 디퓨저 등을 만들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개별 제품을 넘어 교보문고의 PB로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단순한 프래그런스 브랜드가 아니라, 교보문고에서 경험한 영감과 몰입의 시간을 어떻게 일상으로 확장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매개체는 결국 책이었다. 보틀은 책이 열리며 이야기가 펼쳐지는 모습과 호기심을 담아 살짝 열린 책 형태로 디자인했다. 로고는 책등에서 모티프를 얻었고, 컬러와 그래픽에는 ‘영감의 숲’이라는 키워드를 담았다. 이 요소들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해 교보문고의 독서 경험을 향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20260820100442 20260820 100442
교보문고의 ‘The Scent of Page.’ 살짝 열린 책을 형상화한 보틀과 책등에서 착안한 로고로 독서 경험을 향으로 확장했다.
‘도한’은 한영석발효연구소와 대동여주도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주를 만들겠다는 비전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전통을 오늘날의 디자인으로 풀어낼 때 무엇을 중요하게 봤나?

권다영 전통을 현대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단순히 디자인 스타일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통 문양이나 한글 서체처럼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인상을 입히기보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브랜드의 핵심 자산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전통주의 본질에서 출발해 ‘누룩’에 주목했다. 누룩을 BI부터 그래픽 모티프, 패키지까지 브랜드 전반을 아우르는 시각 자산으로 발전시켰다. 라벨의 동심원 역시 누룩이 발효되며 기포가 올라와 퍼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20260820100449 20260820 100449
도한은 누룩과 발효에서 착안한 시각 언어로 전통주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오늘날 브랜드 디자인의 역할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김범석 과거에는 브랜드가 노후화됐다는 이유만으로 리뉴얼 자체가 프로젝트의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디자인으로 무언가를 바꾸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AI가 기본적인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그럴듯한 비주얼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하기 어렵다. 이제는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적절한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바라봐야 한다. 그 답이 전략일 수도, 버벌의 변화일 수도, 디자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요즘은 제안 요청서를 받아도 무엇을 디자인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오히려 우리가 문제를 진단하고 프로젝트의 범위를 역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하나의 솔루션으로 디자인을 바라보고 있다.

권다영 지금은 각 브랜드가 ‘브랜드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다.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도 다층적으로 변하면서 하나의 유행이나 스타일만으로 브랜드를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그런 상황에서 디자인은 브랜드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언어’에 가깝다. 앞으로 브랜드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을 말하고 말하지 않을지를 명확하게 선택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함이나 복잡함이 아니라 치열한 고민을 거친 선택이냐 하는 점이다. 더 적게 말하더라도 정확하게 전달하는 힘이 브랜드 디자인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디자인 조직이 꾸준히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어떤 조직으로 나아가고 싶은지도 궁금하다.

김범석 지금은 디자인 감도를 이야기할 시대가 아니다. 앞으로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클라이언트와 소비자의 목소리를 다각도로 듣고, 브랜드의 문제를 진단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더욱 고도화하고 싶다. 무엇보다 지금의 방식이 특정한 한두 사람의 역량에 머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장이 다음 조직장을 키우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과 일하는 방식이 팀원들에게까지 내재화되어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로 이어졌으면 한다. 그것이 더워터멜론만의 문화로 정착할 때 오래 성장하는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권다영 익숙한 방식에 머물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피드백에 방어적이기보다 ‘그럼 이렇게 해볼까?’라며 곧바로 다른 가능성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방식 역시 하나의 포맷을 고집하지 않고 매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새롭게 고민한다. 이렇게 계속 변화하고 시도하는 유연함이 디자인 조직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