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디자인 ①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 x WGNB
대구간송미술관이 지난 7월 7일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위한 단독 상설 공간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미인도실’을 열었다. 문방에서 이루어지던 사적 감상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WGNB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과 독대하며 아름다움의 본질을 사유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Project+]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클라이언트의 기획 의도를 담은 1편과 디자이너의 디자인 스토리를 풀어낸 2편을 한 시리즈로 구성해 격주마다 선보입니다.
3줄 요약
- 대구간송미술관이 신윤복의 ‘미인도’를 상시 전시하는 단독 전용관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미인도실’을 공개했다.
- 대구간송미술관과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WGNB는 일반적인 회화 전시 방식을 벗어나 관람객이 단 한 점의 작품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했다.
- WGNB는 19세기 조선 문방에서 이루어지던 감상 태도를 한지와 빛의 조율을 통한 현대적 공간 언어로 구현했다.
간송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인 신윤복의 ‘미인도’가 새로운 전용 공간을 만났다.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전시를 넘어, 조선시대 문방(文房)에서 서화를 대하던 사적인 감상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독 상설 전시장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미인도실’을 대구간송미술관에 조성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이 ‘미인도’를 선택한 이유부터 공간디자인스튜디오 WGNB와 함께 완성한 공간 디자인, 그리고 작품 감상법까지 미인도실의 기획 스토리를 들여다본다.
![[Project+]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디자인 ① 대구간송미술관 1 20260825053927 2Q3A0227](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5143928/20260825053927-2Q3A0227-832x555.jpg)
PLUS 1. 대구간송미술관이 미인도실을 만든 이유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부터 국립부여박물관 ‘백제금동대향로관’에 이르기까지, 최근 단일 유물 전용 공간 조성이 주요 전시 경향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7월 7일 대구간송미술관은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위한 단독 상설 전시장인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미인도실’을 조성했다.
![[Project+]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디자인 ① 대구간송미술관 2 20260825054022 20260825 054022](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5144024/20260825054022-20260825_054022-832x555.jpg)
대구간송미술관의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미인도실’은 미술관 건립 초기부터 미리 예정되어 있던 공간은 아니었다. 개관 이후, 미술관이 소장품을 단순히 나열하는 장소를 넘어 간송의 문화유산을 오늘날의 관람객에게 어떻게 새롭게 경험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기획이 시작되었다. 그 과정에서 낙점된 주인공이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다. ‘미인도’는 간송의 국보와 보물 중에서도 약 10년에 한 번 공개될 만큼 실물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작품이다. 또한, 여러 유물 중에서도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감각이 동시에 살아 있는 대표작으로도 손꼽힌다.
![[Project+]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디자인 ① 대구간송미술관 3 20260825060846 20260825 060846](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5150848/20260825060846-20260825_060846.jpg)
‘미인도’는 어린이부터 미술에 익숙한 관람객까지 특정한 역사적 배경이나 종교적 도상을 몰라도 인물의 표정과 자태, 색채와 선을 통해 직관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독보적인 친숙함을 지녔다. 실제로 〈여세동보 – 세상 함께 보배 삼아〉 개관전 당시 진행한 관람객 설문조사에서 거둔 높은 선호도는 이 작품의 대중성을 증명한 바 있다. 나아가 ‘미인도’는 조선시대 회화에서 여성을 독립적인 주제로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한 여성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해 조선시대의 미의식과 여성상, 풍속과 문화,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까지 확장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단독 상설 공간의 주인공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PLUS 2.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이 마련한 ‘미인도실’의 공식 명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미인도’ 속 인물을 만나는 공간이자, 아름다움의 본질을 스스로 되짚어보는 사유의 공간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미인’이라는 단어에서 외모의 화려함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미인도’는 단순히 예쁜 얼굴을 그린 그림에 머물지 않는다. 인물의 조신한 자세와 비껴선 시선, 절제된 필선과 옷차림, 은은한 색채가 어우러져 하나의 고유한 미감을 형성한다. 수백 년 전 조선시대에 그려진 한 여성의 모습이 오늘날의 관람객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감각이 존재함을 뜻한다.
“’미인도’를 한 공간에 독립적으로 배치한 것은
최용준 대구간송미술관 책임학예연구사
관람객에게 ‘보는 시간’을 돌려주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에서 출발해 ‘경험하고 생각하는 것’으로
감상의 깊이를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기획 의도는 공간을 풀어내는 방식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전시교육팀은 ‘미인도’를 전형적인 미술관의 흰 벽면에 걸린 평면적인 전시 대상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이에 조선시대 문집과 서화 기록, 품평문 등을 분석하며 선비들이 문방(文房)이나 사랑방에서 서화를 펼쳐두고 생각을 나누던 사적인 교감 방식에 주목했다. 당시의 서화는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사유를 나누는 매개체였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한옥의 외형을 맹목적으로 재현하는 대신, 한옥의 방이 지닌 사적인 규모감과 여백의 미감을 현대적인 공간 언어로 재해석해 ‘방’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였다. 관람객이 미술관의 전시실이 아닌 다른 시공간의 문턱으로 들어서는 듯한 감각을 느끼도록 유도한 것이다. 결국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은 작품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이자, 관람객이 아름다운 대상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천천히 곱씹어보도록 건네는 조용한 초대인 셈이다.
PLUS 3. 보는 방에서 마주하는 공간으로
미인도실의 공간 설계와 디자인은 공간디자인스튜디오 WGNB가 맡았다. 앞서 국립부여박물관 백제금동대향로관을 선보이며 유물 전용 공간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증명한 바 있는 이들은 미술관이 지향하는 공간 디자인의 방향을 빠르게 포착했다.
“WGNB는 형태나 장식보다 재료와 빛, 여백으로
최용준 대구간송미술관 책임학예연구사
고유의 분위기를 만드는 스튜디오입니다.
단순히 ‘예쁜 전시 공간’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미인도’를 가장 돋보이게 하며,
관람객이 작품과 독대하는 경험 자체를 설계해 줄 적임자였습니다.”
먼저 설계와 동선 구성을 눈여겨봐야 한다. 대구간송미술관의 지향점은 ‘미인도’를 관람객이 서서히 기대감을 품고 대면하도록 이끄는 것이었고, WGNB가 동선 설계에서 가장 역점을 둔 원칙은 ‘작품을 너무 빨리 보여주지 않는 것’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그림 전체가 드러나는 대신, 어두운 옻칠 한지 복도를 따라 돌아 들어가는 전이 공간을 두어 일종의 ‘만남의 과정’을 설계했다. 관람객은 외부의 소음을 덜어내고 옻칠의 은은한 향과 재료의 질감을 통과하며 서서히 기대감을 고조시킨 뒤 자연스럽게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Project+]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디자인 ① 대구간송미술관 4 20260825054403 2Q3A0195](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5144405/20260825054403-2Q3A0195-832x1109.jpg)
![[Project+]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디자인 ① 대구간송미술관 5 20260825054403 2Q3A0201](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5144405/20260825054403-2Q3A0201-832x1109.jpg)
![[Project+]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디자인 ① 대구간송미술관 6 20260825054403 2Q3A0203 1](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5144405/20260825054403-2Q3A0203_1-832x1094.jpg)
동선을 따라 전이 공간을 지나 방 중심에 이르면 ‘미인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목할 것은 관람객이 그림 속 인물과 내밀하게 교감할 수 있도록 눈높이까지 세심하게 계산했다는 점이다. 방 중심에 서면 눈높이에 절묘하게 맞닿는 ‘미인도’를 마주할 수 있다. 단순히 기계적인 평균 신장에 맞춘 수치가 아니라, 작품 앞에 섰을 때 그림 속 인물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서로의 시선을 교환하며 ‘마주한다’는 내밀한 감각을 느끼도록 정밀하게 연출했다.
![[Project+]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디자인 ① 대구간송미술관 7 20260825054422 2Q3A0213 1](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5144423/20260825054422-2Q3A0213_1-832x555.jpg)
공간을 감싸는 물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 핵심은 한지다. 비단에 섬세한 필선과 미묘한 색채로 그려진 ‘미인도’는 강한 색채나 반사율이 높은 재료와 마주할 경우 특유의 깊이가 반감될 수 있다. 반면 한지는 빛을 직설적으로 튕겨내지 않고 부드럽게 흡수해 은은하게 퍼뜨리며 스스로 배경으로 물러난다. 여기에 종이의 자연스러운 질감과 미세한 결을 더해 한옥의 방이 품은 깊이감과 정서적 교감을 현대적으로 완성했다.
PLUS 4. 시간의 빛을 머금고 아름다움을 묻다
미인도실 관람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공간에 흐르는 ‘시간의 빛’에 주목하는 것이다. 미인도실은 자연을 안으로 들이는 한옥의 구조를 현대적으로 번안했다. 풍경을 품는 차경(借景)과 함께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빛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구성이다. ‘미인도’ 뒤편 배경에는 서서히 변하는 조도를 설계해, 머무는 시간에 따라 원화의 색감과 투명도가 달라져 그림에 생동감을 더한다. 한 걸음 물러서서 작품과 방이 이루는 여백을 바라볼 때 비로소 그 조화가 드러난다.
![[Project+]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디자인 ① 대구간송미술관 8 20260825054510 20260825 054510](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5144514/20260825054510-20260825_054510-832x555.jpg)
![[Project+]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디자인 ① 대구간송미술관 9 20260825054515 20260825 054515](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5144520/20260825054515-20260825_054515-832x555.jpg)
작품 자체를 마주할 때는 화면에 배치된 조형 요소들이 눈길을 끈다. 인물의 내면을 암시하는 비껴선 시선은 수줍음이나 긴장 같은 정서를 환기한다. 옷고름과 노리개를 쥔 손끝의 움직임 역시 심리를 전달하는 장치다. 천연 안료와 비단의 결이 이루는 색채, 그리고 치마폭 아래로 드러난 버선끝 하나는 화면에 긴장과 리듬을 만들며 조형적 완성도를 높인다. 결국 미인도실이 건네는 화두는 ‘아름다움을 대하는 태도’에 닿아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오늘날 나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며, 소중한 대상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를 되짚어 볼 수 있다.
Information
대구간송미술관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미인도실’ 공간 디자인
클라이언트 대구간송미술관 (허용 학예총괄·최용준 책임학예연구사·신현진 선임학예연구사·이가영 학예연구원)
디자인 및 설계 WGNB(대표 백종환)
디자이너 임민우, 선려교(WGNB)
시공 PSPACE
조명 ERCO
옻칠 협업 유남권 작가
사진 최용준 작가
대구간송미술관
주소 대구광역시 수성구 미술관로 70
홈페이지 대구간송미술관
인스타그램 @kansongart.daegu
![[Project+]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디자인 ① 대구간송미술관 10 20260826012001 20260826 012001](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6102002/20260826012001-20260826_012001-832x832.jpg)
![[Project+]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디자인 ① 대구간송미술관 11 20260826012003 20260826 012003](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6102004/20260826012003-20260826_012003-832x83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