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의 새로운 아트 컬렉션, 콘스트룬다
7명의 크리에이터가 각자의 언어로 풀어낸 일상의 오브제
이케아는 7명의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한정판 아트 컬렉션 ‘콘스트룬다’를 선보였다. 서로 다른 분야와 배경을 지닌 창작자들이 빈 캔버스에서 출발해 일상의 장면과 개인적인 경험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금속·나무·유리·텍스타일 등 다양한 소재와 대담한 형태를 활용했다.

이케아(Ikea)가 7명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한정판 아트 컬렉션 ‘콘스트룬다(Konstrunda)’를 선보였다. 빈 캔버스에서 시작해 각자의 영감과 시선으로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 서로 다른 일상의 장면에서 출발한 작품들은 하나의 예술에 머무르기보다 공간의 일부가 된다.
서로 다른 시선의 콜라주, 콘스트룬다 컬렉션

9월, 이케아가 새로운 컬렉션 콘스트룬다(Konstrunda)를 출시했다. 예술을 보다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도록 기획된 컬렉션으로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7명의 크리에이터가 참여해 총 22개의 오브제를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에서 주목할 점은 여러 크리에이터가 하나의 주제나 메시지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 기획 단계부터 이케아는 서로 다른 분야와 배경, 세대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을 모았고, 각 참여자에게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빈 캔버스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술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대화를 시작하게 하며, 단순한 집을 진정한 ‘나의 공간’으로 바꿔줍니다.
카린 구스타브손(Karin Gustavsson) 쿤스트룬다 크리에이티브 리더
콘스트룬다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좋아하는 오브제로 주변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콘스트룬다는 스웨덴어로 ‘아트 투어(art tour)’를 의미한다. 스웨덴에서 작가의 스튜디오나 전시 공간을 차례로 방문하며 작품과 창작자를 만나는 문화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즉, 하나의 통일된 미학을 보여주기보다 여러 창작자의 세계를 차례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이번 컬렉션의 핵심이다.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참여한 만큼 금속과 나무, 유리, 텍스타일 등 서로 다른 물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여기에 대담한 형태와 비비드한 컬러, 유쾌한 실루엣이 더해지며 각자의 개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작품의 성격을 지니면서도 러그와 화기, 테이블처럼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구성해 예술이 집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곱 크리에이터가 포착한 일상의 장면들
콘스트룬다 컬렉션에 참여한 7명의 크리에이터는 각자만의 시선으로 익숙한 사물과 풍경을 새롭게 해석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도시에서 스쳐 지나간 장면,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우연까지 모두 디자인의 출발점이 되었다. 서로 다른 창작 언어가 공존한다는 점이 이번 컬렉션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특징이다.


아칸샤 데오(Akanksha Deo)는 이케아의 인하우스 디자이너이자 뉴델리 출신의 시각 예술가다. 인도의 텍스타일 역사와 기법을 접목한 유쾌한 작업을 선보여왔다. 그는 이번 컬렉션에서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친구나 동반자가 되는 세계를 상상했다고. 대표적인 작품은 컬러 블록을 쌓은 듯한 형태의 ‘더 커스터디언(The Custodian)’이다. 전통적인 목제 장난감에서 영감받아 여러 기하학적 형태를 쌓아 사람이나 수호자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완성했다. 가운데 작은 거울에는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이 비치는데 이를 통해 ‘집을 지키는 주체는 결국 당신’이라는 이야기를 완성한다.


에마누엘레 스타물리(Emanuele Stamuli)는 디자인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과 함께 디테일,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두는 크리에이티브, 건축⋅기술 전문가들과 협업해 작업하고 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블랙과 화이트를 중심으로 한 오브제 시리즈를 선보였다. 완벽하게 정제하기보다 미묘한 불규칙성을 남겨 각 작품에 시각적인 긴장감과 생동감을 더한 것이 특징. 특히 러그는 전형적인 직사각형의 틀을 깨고 일부 형태가 바깥으로 돌출되도록 디자인했는데 얼룩말 가죽을 연상시키는 실루엣에 그래픽적인 유쾌함을 더하고 싶었다고 한다.


스웨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리사 레이세르(Lisa Reiser)는 유리와 세라믹,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입으로 불어 만든 유리 작품을 선보였는데 형태와 질감 자체가 강한 표현력을 지닌 만큼 시선을 끈다. 초록색 조각은 마치 젤리를 연상시키는 유연한 형태를 띠며, 래커로 마감한 검은색 화기는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곡선의 입체감을 강조했다. 초기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제작 과정에서는 이케아와 긴밀하게 협업했다. 유리 공장을 직접 방문해 여러 색과 질감을 시험하고 컬렉션 전체와 어울리는 컬러를 선택했으며 실제 양산을 위해 필요한 곡선만 최소한으로 조정했다. 덕분에 처음 그린 스케치에서 형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완성될 수 있었다.


안두 마세보(Andu Masebo)는 목공, 금속 공예, 도예 분야에서 활동하는 런던 출신의 제품 디자이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두꺼운 용접 크롬 프레임으로 유리 상판을 감싼 테이블을 선보였다. 이 작품과 함께 조각처럼 보이는 두 개의 목재 블록을 디자인했는데, 하나는 가공하지 않은 생 소나무의 질감을 그대로 살렸고 하나는 선명한 블루 컬러로 마감했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하나의 아트 오브제로 두어도 좋지만 사이드 테이블이나 스툴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작품이 하나의 완결된 물건에 머무르기보다 사용자의 방식에 따라 새롭게 해석되길 바라는 그의 의도를 반영한다.


컬렉션에 참여한 가장 젊은 디자이너 듀오인 잉리드 레안데르 베리(Ingrid Leander Berg)와 이고르 홀테르만(Igor Holtermann)은 대담한 그래픽과 강렬한 패턴을 바탕으로 공간을 하나의 경험으로 확장하는 창작자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경고 테이프와 횡단보도의 패턴을 포착해 디자인으로 발전시켰다. 이 그래픽은 쿠션과 대형 플로어 쿠션 등 다양한 텍스타일 제품에 적용했다. 반면 거울에는 야자수 일러스트를 더해 바라보는 순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과 도피를 상상하게 하는 장치로 완성했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리사 힐란드(Lisa Hilland)에게는 예술을 보다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이케아를 상징하는 소재 중 하나인 소나무를 활용해 평평한 판재나 단순한 프레임 대신 길이가 다른 원통형 목재를 반복해 조립한 조각적인 스툴을 완성했다. 또 다른 작품인 오렌지 컬러의 세라믹 오브제는 커다란 아치 형태가 인상적이다. 세라믹 덩어리 자체뿐 아니라 안쪽의 비어 있는 공간(negative space)까지 형태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그는 ‘Livingetc’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1990년 처음 순수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경험이었다고 밝힐 만큼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작업을 풀어냈다.
좋은 디자인에서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아트로

7명의 크리에이터는 각자의 작업 스타일을 유지한 채 이케아라는 대규모 생산 시스템 안에서 작품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야 했다. 콘스트룬다의 크리에이티브 리더 카린 구스타브손(Karin Gustavsson)은 이 과정을 창작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생산 가능한 방법을 찾는 일의 균형이라고 설명했다. 작가성을 살리되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한 과제였던 셈. 이러한 접근은 이케아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민주적 디자인(democratic design)의 연장선에 있다.
이케아는 제품을 만들 때 형태와 기능, 합리적인 가격, 품질,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왔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좋은 디자인을 더 많은 사람에게’라는 기존의 원칙을 창작자의 작품과 시선으로 확장했다. 결국 콘스트룬다는 예술 자체를 대중화하기보다 서로 다른 창작의 시선을 개인의 공간 안에서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이케아식 해석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