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윤슬을 10년 넘게 기록한 작가, 표기식 사진전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표기식 사진전: 빛은 어떻게 떨어졌길래 모두 다르게 반짝여서〉
사진가 표기식의 첫 대규모 개인전 〈빛은 어떻게 떨어졌길래 모두 다르게 반짝여서〉가 2027년 3월 1일까지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린다. 작가가 수년간 기록한 일상의 순간을 담은 사진과 영상 460여 점을 선보인다.

한강을 지나다 강물 위로 부서지는 빛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 적이 있는가. 같은 강을 바라보고 있어도 시간과 날씨, 계절에 따라 수면 위 풍경은 매번 다른 모습으로 반짝인다. 사진가 표기식은 이처럼 익숙한 풍경 속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장면을 오랜 시간 카메라에 담아왔다. 한강의 빛만 10년 넘게 그의 카메라 앞에 머물렀다.

사진가 표기식의 첫 대규모 개인전 〈표기식 사진전: 빛은 어떻게 떨어졌길래 모두 다르게 반짝여서〉가 오는 2027년 3월 1일까지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린다. 한 그루 나무를 사계절 동안 바라본 기록부터 숲과 꽃,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한강 윤슬과 노을까지. 사진과 영상 460여 점을 통해 작가가 수년간 채집해 온 일상의 순간이 펼쳐진다.
빛을 채집하는 사진가


대학에서 멀티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한 뒤 그래픽 아트워크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SNS에 올린 풍경 사진이 주목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그의 시선은 거창한 풍경으로 향하지 않았다. 나무, 강, 숲, 하늘처럼 누구나 매일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었다. “나무 사진을 찍는 중에 알았어요. 시간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 한 대상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시간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상업 영역으로도 이어졌다. 2013년 샤이니 정규 3집 〈Dream Girl-The Misconceptions Of You〉의 자켓 촬영을 시작으로 이찬혁의 첫 솔로 앨범 〈ERROR〉 아트워크, 영화 〈족구왕〉의 키아트 등을 작업했다. 파타고니아, 애플, 들꽃영화제와 협업했으며 박보검, 태연, 강동원 등의 작업에도 참여했다. 사진집 〈흩어지다〉, 〈biT(빛)〉, 〈고양이들의 아파트〉 등을 출간했으며 12년간 한강을 기록한 사진집 〈biT(빛)〉는 도쿄아트북페어에서 전량 매진되기도 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를 걷는 전시
이번 전시는 ‘오래 바라보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여러 계절 동안 같은 자리에서 기록한 버드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1년 동안 촬영한 180점의 사진은 봄부터 겨울까지 달라지는 나무의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대상을 반복해서 기록하며 변화의 과정을 담아낸 작업이다.



전시는 하루의 시간대를 따라 새벽, 아침, 한낮, 황혼, 밤으로 흐른다. 새벽의 어두운 풍경에서는 흑백 필름과 의도적인 에러 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플라타너스와 강, 숲을 담은 사진 위로 여러 색조가 겹쳐지며 아직 밝아지지 않은 시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침이 찾아오면 숲과 꽃, 고양이의 모습에 빛이 스며든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가장 찬란한 빛’이라 이름 붙인 챕터다. 한낮의 한강과 윤슬, 구름을 담은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공간으로, 작가가 10년 넘게 한강의 빛을 기록해 온 시간이 한자리에 모인다.

“단순히 반짝이는 걸 갖고 싶어서 한강을 찍기 시작했어요. 강은 주변의 풍경을 담아낸 수채화 같아서 매일 그 모습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매번 다른 모습을 찍어서 가지려 했고, 그렇게 지낸 지 이십 년 가까이 됐을 뿐이에요.”


후반부로 갈수록 하루는 저물고 어둠이 깊어진다. 노을이 녹아내리는 황혼의 한강을 지나 마지막 챕터 ‘모든 건 희미하지만’에 이르면 밤의 도시와 달, 빗속의 불빛 같은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비가 쏟아진 다음 날 밤 빛의 순도가 달라질 때” 카메라를 들고 나서는 순간부터 설렌다고 말한다. 익숙한 풍경을 다른 모습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필름으로 기록된 96개의 장면을 보여주는 아웃트로로 마무리된다. 하나의 장면을 발견하고 셔터를 누르기까지 작가가 남긴 짧은 이야기도 함께 소개한다. 공간에는 잔잔한 물소리와 노을의 온기를 더해 사진과 영상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편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은 사진을 주제로 한 전시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2023년 〈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를 시작으로 〈우연히 웨스 앤더슨 2〉, 〈요시고 사진전 2〉 등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한강과 숲, 나무 등 국내 풍경을 중심으로 표기식의 작업을 소개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스쳐 지나가는 시대다. 두 번 다시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 찰나의 빛과 풍경. 한 대상을 느리게 기록해 온 사진가의 시선은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전시장을 나서는 길, 평소 지나치던 일상이 문득 다르게 보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전시는 2027년 3월 1일까지 열린다.
〈표기식 사진전: 빛은 어떻게 떨어졌길래 모두 다르게 반짝여서〉
기간 2026년 9월 23일 – 2027년 3월 1일
장소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4 그랜드센트럴 3층,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운영 시간 매일 10:00 – 19:00
주관·제작 ㈜미디어앤아트
홈페이지 그라운드시소
인스타그램 @groundsees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