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CM가 옷장 밖 취향을 이야기하는 이유
새 태그라인 ‘모든 취향 곁에’부터 전용 서체, 국립한글박물관 협업 전시까지
29CM가 국립한글박물관과 협업한 전시 〈모든 마음 곁에, 한글〉을 선보였다. 가파르게 성장한 컬처 카테고리부터 새 태그라인과 전용 서체까지, 패션을 넘어 문화로 이어지는 29CM의 방향을 브랜딩실에 물었다.


서울숲 인근 거리 한편에 커다란 한글 그래픽이 눈길을 끈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전시명을 한 글자씩 새긴 배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도심의 분주함에서 한 걸음 물러난 이곳은 코사이어티 성수다. ‘모든 취향 곁에’라는 새 태그라인을 내건 29CM가 이번엔 한글로 취향을 이야기한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국립한글박물관·세종시문화관광재단과 협업한 전시 〈모든 마음 곁에, 한글〉이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전시는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보물 〈청구영언〉을 바탕으로, 수백 년 전 시조에 담긴 마음이 오늘의 일상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본다.
모든 마음 곁에, 한글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한글박물관이 주최하는 ‘2026년 한글문화상품 및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의 공식 브랜드 ‘더한글’과 함께 마련했다. 〈청구영언〉(1728)은 조선 영조 때 가객 김천택이 엮은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가곡 노랫말 모음집이다. 우리나라를 뜻하는 ‘청구(靑丘)’와 노래를 뜻하는 ‘영언(永言)’을 합친 이름처럼 고려 말부터 18세기 전반까지 전해진 노랫말 580수를 한데 모았다. 정몽주의 시조부터 황진이의 노래, 사설시조까지 옛사람들의 삶과 마음이 담겨 있다. 시간은 흘러도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 전시는 580수 가운데 25편을 골라 낭만, 사랑, 충만, 개성 네 가지 정서로 나눠 소개한다.

동선은 ‘노래하는 마음 곁에’, ‘기록하는 마음 곁에’, ‘살아가는 마음 곁에’ 세 구역으로 이어진다. 노랫말을 읽고, 몸과 소리로 기록하고, 일상의 물건으로 만나는 순서다. 첫 구역에는 시조를 옮겨 적은 천이 기둥 사이로 길게 드리워져 있다. 그 사이사이 거울이 자리한다. 천에 적힌 노랫말은 더한글이 고른 시조다. 태평성대를 향한 꿈부터 사랑과 그리움, 유유자적한 삶에 대한 바람까지. 천과 거울 사이를 거닐며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고르고, 거울에 비친 문구와 함께 사진을 남겨도 좋다.


두 번째 구역 ‘기록하는 마음 곁에’에서는 눈으로 읽던 시조를 몸과 소리로 옮긴다. 시조 구절을 다양한 서체와 소재로 엮은 콜라주 월은 한글의 조형미를 보여준다. 벽면의 LED 인터랙티브 월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흘러가던 구절이 점점 굵고 선명해진다. 이 구역의 백미는 ‘청구영언 소리 워크숍’이다. 키오스크에서 네 가지 정서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해당 주제의 시조가 나타난다. 가야금과 단소 등 국악기 소리 가운데 음절마다 어울리는 음을 골라 나만의 선율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완성한 음악은 영상으로 만들어져 QR 코드로 내려받을 수 있다.


마지막 구역인 ‘살아가는 마음 곁에’에는 29CM 입점 브랜드 13곳과 ‘2026 한글문화상품 개발지원 공모전’ 당선 브랜드 8곳, 총 21개 브랜드의 상품이 놓였다. 고유, 오이뮤, 에프에프 컬렉티브, 키오스크키오스크, 티어스, 호호당, 비 포머티브 등이 시조 한 편씩을 골라 그 정서와 표현, 때로는 글자의 형태까지 조명, 침구, 문구, 디저트로 옮겼다. 상품은 네 가지 정서에 따라 나뉘며, 정서마다 상징색을 달리해 공간을 구분했다.


29CM 입점 브랜드 13곳의 협업 상품은 11월 4일까지 이구홈 서울숲 연계 팝업과 29CM 앱에서 ‘29 에디션(29CM EDITION)’으로 구매할 수 있다.
모든 취향 곁에, 29CM

29CM는 지난 10월 9일 한글날에 맞춰 새 태그라인 ‘모든 취향 곁에(Stand by your tastes)’와 함께 전용 서체 ‘29CM 에디토리얼(29CM Editorial)’를 공개했다. 산세리프와 세리프 두 스타일을 한 서체 안에서 오갈 수 있고, 굵기에 따라 세리프의 형태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서체는 앱과 웹 전반에 적용됐으며, 개인 사용자에게 무료로 배포된다. 브랜드 자산을 플랫폼 밖에서도 경험하게 하려는 취지다.
서체를 직접 써볼 수 있는 온라인 페이지 ‘29CM Editorial 허브’도 마련했다. 스타일과 굵기를 바꿔 나만의 글자를 만들고, 다른 방문자가 만든 이미지를 갤러리에서 둘러볼 수 있다. 박혜진 편집자와 이주혜 소설가 등 민음사 필진이 ‘취향과 한글’을 주제로 쓴 에세이와 문학 작품을 담은 ‘필사 노트’도 함께 선보인다.

29CM가 다루는 영역은 문화로도 넓어지고 있다. 29CM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공연·전시·도서·음반 등 컬처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67% 이상 늘었으며, 4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규모로 성장했다. 문화예술 기관과의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와 업무협약을 맺고 운영하는 이구홈 아트숍에는 개막 첫 주말 사흘간 약 1만 명이 방문했고, 서울디자인재단과 공동 개최한 DDP디자인페어에는 닷새 동안 3만 5,000명이 찾았다.
이번 전시도 그 연장선에 있다. 패션에서 출발한 29CM는 어떻게 취향과 문화를 잇는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을까. 시각과 공간, 콘텐츠를 아우르며 브랜드 경험을 설계해온 브랜딩팀에게 ‘모든 취향 곁에’라는 태그라인에 담긴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을 물었다.
Interview
무신사 29CM BnC 브랜딩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시각·공간·콘텐츠 전반의 디자인과 경험을 설계하며, 온·오프라인 전반에서 29CM다운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가는 조직이다.

새 태그라인 ‘모든 취향 곁에’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정비는 어떤 고민에서 출발했나?
29CM는 지난 15년 동안 감도 높은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셀렉트숍으로 성장했다. 2024년부터 홈·라이프스타일, 키즈, 푸드, 컬처로 카테고리를 넓히면서 고객층도, 29CM를 찾는 이유도 다양해졌다. 확장된 카테고리와 고객을 하나로 이을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고민했다. 답은 처음부터 중요하게 여겨온 ‘취향’이었다. 다루는 상품은 패션에서 가구와 음식까지 늘었지만, 고객의 관점에서 상품을 고르고 제안한다는 기준은 그대로다.
다만 취향의 의미는 넓어졌다. 기존 슬로건 ‘Guide to Better Choice’가 더 나은 선택을 돕는 안내자의 역할을 강조했다면, ‘모든 취향 곁에’는 서로 다른 취향에는 각자의 이유와 가치가 있다고 보는 데서 출발한다. 29CM가 취향을 정의하거나 이끌기보다, 고객이 스스로 발견하고 넓혀가는 과정 곁에 있겠다는 뜻이다. BI는 기존 로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가독성을 높였고, 이구홈·이구키즈 등 카테고리 로고에도 같은 체계를 적용했다. 전면적인 리브랜딩이라기보다 넓어진 사업 영역에 맞춰 브랜드 정체성을 더 선명하게 다듬은 작업이다.

전용 서체 ‘29CM 에디토리얼’을 직접 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디자인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도 궁금하다.
그동안은 가독성과 정보 전달에 유리한 범용 산세리프 서체를 주로 썼다. 하지만 29CM는 상품을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와 취향을 이야기하는 플랫폼이다. 그 인상을 서비스 전반에 일관되게 전하려면 서체부터 브랜드 자산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Editorial’이라는 이름에는 다양한 취향과 이야기를 큐레이션해온 29CM의 방향과, 여러 환경에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체의 특성을 함께 담았다.

가장 신경 쓴 건 커머스 UI와 에디토리얼 콘텐츠가 공존하는 29CM의 특성을 서체 구조에 반영하는 일이었다. 산세리프는 명료한 인상으로 정보를 정확하게 전하고, 세리프는 부드럽고 따뜻한 에디토리얼의 감성을 더한다. 두 스타일을 오갈 수 있게 해 하나의 서체로 정보와 감도를 함께 표현하도록 했다. UI부터 상품 소개, 브랜딩 콘텐츠까지 맥락에 맞게 골라 쓸 수 있다. 서체 하나가 여러 얼굴을 갖는 이 구조는 이번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콘셉트인 ‘다채로움의 공존’과도 이어진다.

국립한글박물관과 협업 계기가 궁금하다.
누구나 쉽게 익히는 한글은 서로 다른 취향과 생각,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표현하고 나누는 가장 친숙한 수단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한글을 쓰고 즐긴다는 점이 ‘모든 취향 곁에’ 있으려는 29CM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 그 가치를 오늘의 생활 방식에 맞게 다시 비춰보고자 국립한글박물관·세종시문화관광재단과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서 29CM가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
29CM는 서비스 초기부터 브랜드의 철학과 디자인 가치를 콘텐츠로 소개하며 큐레이션 역량을 쌓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박물관이 소장한 문화유산과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디자인을 이었다. 상품 개발부터 콘텐츠 제작, 전시 기획, 판매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그 과정은 참여 브랜드에도 의미가 크다. 중소형 브랜드가 혼자서는 추진하기 어려운 문화예술 기관과의 협업을 29CM가 연결해,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고 판로를 넓힐 기회를 만들었다.

상품 판매를 넘어 문화로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가 있다면?
29CM에게 취향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가구를 고르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공연과 전시를 보고, 어떤 가치에 공감하는지까지 모두 한 사람의 취향을 이룬다고 본다. 컬처 카테고리를 키우고 문화예술 기관과의 협업을 이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취향 곁에’라는 태그라인 아래, 29CM는 어떤 플랫폼이 되고자 하나?
‘얼마나 많은 상품을 갖췄는가’보다 ‘브랜드와 문화를 어떤 관점으로 연결해 새로운 소비의 이유를 만드는가’로 차별화하려 한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입점 브랜드의 디자인과 결합해 상품과 경험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고객에게는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브랜드에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패션에서 라이프스타일과 문화까지, 모든 취향 곁에 있는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더한글×29CM 청구영언 기획전 〈모든 마음 곁에, 한글〉
기간 2026년 10월 29일 – 11월 1일
장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82-20 코사이어티
운영 시간 10:00 –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