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물건의 아름다움, 공예를 만나는 공간 3
포에지·모시·굿모닝제너럴스토어가 제안하는 공예의 쓰임
일상에서 쓰일 때 비로소 진가를 드러내는 공예품. 각기 다른 안목으로 기물을 고르고 소개하는 세 곳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을 여는 찻잔부터 식탁 위 그릇, 책상 한쪽에 놓인 사물들. 취향껏 모은 물건이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 어우러지면 일상에도 정물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공예품은 쓰임과 형태를 두루 살피며 고르는 재미가 있고, 자주 사용할수록 그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온·오프라인에서 일상 속 공예품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세 곳을 소개한다. 오래 곁에 둘 기물이나 마음을 전할 선물을 찾는다면 찬찬히 둘러보아도 좋겠다.
포에지
일상을 시처럼 만드는 사물들


경기도 과천의 포에지(Poésie)는 긴 시간 매거진 에디터로 일한 성보람 대표가 운영하는 공예 기반 선물 가게다. 작가와 협업해 오직 포에지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물을 제작하며, 유행에 얽매이지 않고 생활 속에서 오래 사용할 물건을 선보인다. 온라인 숍에서는 각 기물에 담긴 이야기와 작업 과정을 소상히 소개한다. 올해 5월 과천 관문로에 공예와 아티장 디저트를 함께 선보이는 공간을 새로 열었다.




Interview
성보람 포에지 대표
‘Poésie’는 프랑스어로 ‘시(詩)’를 뜻한다. 이름에 담은 의미가 궁금하다.
문학 장르 중에서도 시를 가장 좋아한다. 시어를 고르는 마음으로 선물을 고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공예 기반 기프트숍의 이름을 포에지로 지었다.

오너가 궁금하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15년 가까이 매거진 에디터로 일했다. 이후 기업의 의뢰를 받아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글을 썼고, 아파트멘터리에서 브랜드 론칭과 스토리텔링 작업을 맡기도 했다. 프리랜서로 브랜딩 작업을 이어가던 중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제안했던 아이디어 중에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아끼는 것들도 있었다. 포에지는 그렇게 오래 품어온 생각과 정서로 지은 브랜드다.

협업 작가를 고르는 기준
만들고 싶은 기물에 따라 함께할 작가도, 선정 기준도 달라진다. 시즌마다 유행하고 많이 팔리는 스타일이 눈에 들어오면 오히려 그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본다. 시간이 지나도 생활을 잔잔하게 오래 덥히는 기물이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면 그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작가를 찾아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처음부터 지켜온 기준도 있다. 특정한 사조나 스타일에 머무르기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작업이 함께 놓였을 때 각자의 고유성을 지니면서도 부드럽게 어우러지기를 바란다. 물건 하나를 볼 때도 포에지 안의 다른 것들과 이루는 풍경까지 생각한다.

오프라인 공간을 과천에 연 이유는.
2020년 결혼하면서 과천에 살게 됐는데, 녹지가 풍부하고 산으로 둘러싸인 이 도시를 무척 좋아하게 됐다. 지내면서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은 이웃도 만났다. 휴일이면 새로운 공간을 찾아 서울이나 판교로 나가는 이웃들을 보며 우리 동네에도 일상에서 가볍게 들러 취향을 나눌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예를 좀 더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싶기도 했다.

공예와 디저트를 함께 선보이게 된 계기가 있다면?
아티장 디저트를 맛보러 온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공예품도 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실제로 공예품만 소개하던 때보다 부담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분이 많아졌다. 일상에서 공예품을 마주할 기회가 늘었다는 점이 기쁘다.

포에지에서 추천하는 디저트 한 가지
크레트(Crête)를 추천한다. 관악산의 능선을 구운 머랭으로 표현하고 그 안에 보늬밤과 밤 크림, 유자 마멀레이드를 곁들였다. 서로 다른 질감의 재료가 입안에서 리듬감 있게 스친다. 과천의 풍경을 그대로 펼쳐낸 디저트를 꼭 한번 맛보시길 바란다.
포에지
장소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135 청운빌딩 1층
영업시간 9:00-18:00 (월 휴무)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홈페이지 포에지
인스타그램 @page.poesie
모시
길들일수록 아름다운 것


서촌 자하문로에 자리한 모시(mosi)는 일본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한 이나경 대표가 2023년 10월 문을 연 공예 갤러리 겸 상점이다. 일본과 한국 작가의 식기와 생활공예품을 중심으로 오래 사용할수록 손에 익고 멋이 더해지는 기물을 소개한다. 상시 매장으로 운영하는 대신 전시 기간에만 문을 연다. 인스타그램과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작가의 그릇에 음식을 담아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Interview
이나경 모시 대표
일본어와 한국어에서 모두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이름이다.
일본어로 ‘여보세요’를 뜻하는 ‘もしもし(모시모시)’에서 착안했다. 그 어원인 ‘申します(모시마스)’에는 ‘무언가를 통해 이야기한다’는 의미가 있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무언가를 전하고, 작품과 사람 사이에 이야기가 이어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한국의 모시 천처럼 사용할수록 자연스럽게 길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와 아름다움이 더해진다는 의미도 함께 담았다.

오너가 궁금하다.
모시를 시작하기 전 일본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우연히 들른 일본 도자기 갤러리에서 처음 작가의 그릇을 구입한 것이 공예를 접한 계기였다. 이후 그 그릇에 직접 만든 음식을 담아 인스타그램에 소개하는 일이 취미가 됐다. 평범한 일상에 작가의 작품을 하나씩 들이는 것만으로도 생활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그 경험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고, 공예품이 실생활에서 쓰이는 모습을 소개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귀국 후 모시를 시작했다.


공예품을 선정하는 기준
최소 2년간 직접 사용해 본 작품을 중심으로 고른다. 형태와 쓰임은 물론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달라지는지 경험해 보는 편이다. 단순히 보기 좋은 공예품보다는 실생활에서 자주 손이 가고 오래 곁에 두고 싶은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촌 공간은 전시 기간에만 열린다.
처음 1년 정도는 상시 운영했다. 하지만 기성품이 아닌 공예 작품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재고 관리가 어려웠고, 공간을 작품으로 채워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그보다는 한 작가와 작품에 집중해 충분히 소개하는 전시 형태가 모시가 지향하는 방식에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하나의 전시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구성해 작가와 작품을 깊이 있게 소개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작가의 공예품을 함께 소개한다. 두 나라 공예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방식에서 그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낀다. 일본에서는 생활공예가 좀 더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처음 공예를 접했을 때 인상적이었던 것도 자취를 시작한 젊은 사람들이 도자기 갤러리를 찾아 자신이 사용할 첫 그릇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한국에서는 깨질 걱정이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성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공예에서도 작품으로서의 아름다움과 조형성, 예술적 표현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낀다.

가장 모시다운 공예품 한 가지
주바 아스카 작가의 직화 가능한 도자기 냄비다. 평소 가장 자주 사용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오래 사용할수록 단단하게 길들여지는 매력이 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일상에서 꾸준히 사용하며 가치를 더해가는 작품이다. 모시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잘 어울린다.
모시
장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60 2층
영업시간 전시 기간 중 13:00-18:00 (월 휴무)
홈페이지 모시
인스타그램 @mosi_seoul
굿모닝제너럴스토어
삶을 채우는 사물과 공예


성북동 한양도성 아래 창원빌딩 3층에 자리한 굿모닝제너럴스토어(Good Morning General Store)는 디자이너 출신 신현아·김종찬 대표가 2021년 문을 연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다. 테이블웨어와 페이퍼 굿즈, 의류부터 아티스트 및 디자이너와 협업한 자체 상품 ‘GMGS Exclusive’까지 선보인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제품과 공간을 둘러싼 이야기를 꾸준히 전한다. 미술관과 찻집, 빵집 등 성북동 일대의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하는 ‘성북로드’도 그중 하나다.

Interview
신현아·김종찬 굿모닝제너럴스토어 대표
‘굿모닝’과 ‘제너럴스토어’를 조합한 이름이 정겹다.
작은 마을이나 지역 커뮤니티에 필요한 물건을 두루 갖추고 있던 제너럴스토어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하루를 기분 좋게 여는 아침 인사 ‘굿모닝’을 더했다. 동네 사람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안부를 나누던 가게처럼 누구나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오너가 궁금하다.
각자 제품디자인과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한 명은 네이버에서 클로바가 탑재된 디바이스를 디자인했고, 다른 한 명은 여성복 브랜드를 론칭해 운영했다. 분야는 달랐지만 두 일 모두 하나의 제품 뒤에 있는 이야기에 끌렸다는 점은 같았다. 만드는 일에서 한 걸음 나아가 좋은 물건과 그 이야기를 직접 골라 전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고, 그 생각이 지금의 숍으로 이어졌다.


실용적인 제품을 다루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서 공예를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루다 보면 사람들이 어떤 시간에 관심을 두는지 살펴보게 된다. 요즘은 자신을 위한 시간에 마음을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시간처럼 말이다. 그런 시간에 사용하는 도구가 좋으면 경험도 달라진다. 공예품을 다루기 어렵거나 특별한 날에만 꺼내 쓰는 것으로 여기는 분도 있지만, 우리는 매일 쓰일 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공예를 별도의 영역으로 구분해 전시하기보다 다른 제품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놓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협업 작가를 고르는 기준
가장 먼저 보는 건 일상에서 자주 사용할 수 있는지, 쓰임이 좋은지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서랍 속에만 머물면 아쉬우니까. 여기에 작가의 시선이 분명한지, 우리가 추구하는 결에 맞닿아 있는지도 함께 살핀다.

잔잔한 성북동의 분위기가 숍과 잘 어울린다.
매일 출근하는 길이 즐거운 동네다. 한양도성과 맞닿아 있어서인지 다른 곳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고, 그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이웃이 함께 살아간다. 볕 좋은 날이면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르신들은 나무 그늘 아래 모여 계신다. 우리가 이 동네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가장 굿모닝제너럴스토어다운 제품 한 가지


혜괴 작가와 함께 만든 황동 책갈피다. 문방사우의 상징을 지금의 일상으로 가져온다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책상 위에 놓아둘 법한 것을 상상하며 만들었다. 선물로도 많이 찾는다. 쓰임이 분명하면서도 위트가 있어 애정이 간다. 우리가 좋아하는 실용과 이야기가 함께 있는 물건이다.
굿모닝제너럴스토어
주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08 창원빌딩 3층 301호
영업 시간 11:00-18:00 (월, 화 휴무)
홈페이지 굿모닝제너럴스토어
인스타그램 @goodmorning_general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