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생긴 우리술 양조장, 꿀꺽하우스 ①

건강한 가양주 문화를 소개하고 연결하는 곳

부산 광안리 해변 근처 한적한 도심에 양조장이자 바이기도 한 꿀꺽하우스가 있다. 정성 들여 전통술을 빚는 동시에 이를 마시는 식음료 공간이 함께하는 경우가 드문 한국에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꿀꺽하우스의 이준표 대표를 만났다.

동네에 생긴 우리술 양조장, 꿀꺽하우스 ①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주택가를 지나 10분 정도 걷다 보면 이르는 곳. 바로 꿀꺽하우스다. 한적한 도심에 자리한 이곳은 우리술을 빚어내는 양조장이다. 이와 동시에 정성 들여 빚은 술을 음식과 페어링 해 즐길 수 있는 바Bar이다. 국내에는 전통술을 빚는 양조장과 이를 마시는 식음료 공간이 함께 자리하는 경우가 드물다. 꿀꺽하우스를 운영하는 이준표 대표는 선례 없는 프로젝트에 마음 한편에는 두려움이 없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꿀꺽하우스만의 발자국을 낼 생각에 설렘이 더 컸다고 말한다. 우리 동네에 생긴 우리술 양조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리술을 만나는 공간

꿀꺽하우스 실내 모습

꿀꺽하우스는 ‘브루어리’와 ‘펍’을 모두 겸하는 공간인데요. 맥주라면 또 모르겠지만 전통술을 다루는 곳에서 보기 힘든 공간 구성이라고 들었어요. 그런 점에서 꿀꺽하우스의 탄생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를 포함해 꿀꺽하우스 구성원들은 일전에 주류 업계 종사자이자 소비자의 입장으로 오랜 시간을 지내왔는데요. 그 과정에서 ‘좋은 술은 결국 좋은 사람들을 함께 하게 만든다’라는 걸 경험해왔어요. 즉, 우리가 직접 빚은 술로 모두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걸 하자라는 것이 저희가 모인 계기였죠. 거창하고 원대한 비전까지는 아니지만 꿀꺽하우스가 단순히 술을 만들어 유통하고 판매하는 양조장으로만 기억되는 게 아니었으면 했어요. 때문에 초기 팀원들과 공간을 구상할 때부터 양조장과 바가 함께 있는 ‘브루 펍 *양조장과 펍의 합성어‘형태를 전제로 준비했습니다.

오픈 키친과 바 테이블 구조를 지닌 꿀꺽하우스 실내 공간 모습

직접 빚은 우리술과 우리들만의 문화를 소개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서로 연결되는 곳. 술을 만드는 곳과 마시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따로 있지 않은, 또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마치 밥알처럼 찰싹 달라붙어 끈끈해지는 곳. 지역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공간이자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꿀꺽하우스’라는 이름도 흥미로워요. 무엇보다 ‘꿀꺽’이라는 단어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달까요.

꿀꺽’이라는 단어가 맛을 경험하는 시작점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어요. 눈으로 보고, 듣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술이 맛있다는 걸 알기 위해선 ‘꿀꺽-‘하고 직접 경험해 보고, 또 소화시켜야 비로소 내 것이 되거든요. 이러한 경험을 이끌어 내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꿀꺽하우스 이름에는 우리들만의 가양주 문화를 빚어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가양주를 빚곤 했는데 저희는 우리만의 문화를 빚어낸다는 의미에서 ‘하우스’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양조, 주조 등의 이름을 붙이지 않은 건 그 이름으로 하고 싶은 걸 한계 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색깔이 뚜렷한 공간에 유연하게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달까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만의 가양주 문화를 빚어가자’라는 의미에서 꿀꺽하우스로 이름을 결정했습니다.

10평 남짓한 양조장부터 통유리창과 물결 모양의 바 테이블 그리고 오픈 키친을 갖춘 바 공간까지. 꿀꺽하우스만의 공간 디자인 콘셉트도 궁금합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가 명확했기 때문에 공간 디자인의 콘셉트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났어요. ‘무경계’, ‘연결’, ‘유연함’, ‘점성’, ‘확장성’ 등이 주요 키워드였는데요.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경계를 허물고 연결되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맛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나아가 세상을 보다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따스한 집과 같은 모습을 상상했었죠.

꿀꺽하우스 실내 공간 모습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것인가였는데요. 좌석 수가 줄더라도 테이블보다 바의 형태로 중심을 잡는 것이 주요했습니다. 바 테이블이 공간 전체를 아우르면서 홀과 키친을 자연스레 이어주는 거죠. 아울러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고요. 바의 모양은 직선의 형태보다는 ‘꿀꺽-‘하는 모양새를 표현하기 위해 곡선을 선택했습니다. 대형 오브제처럼 보이는 점도 특징입니다. 바 테이블 옆으로는 등받이가 있는 의자와 함께 널따란 원 테이블도 두었는데요. 높낮이를 다르게 해서 클래스 운영이나 참여 또는 본인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한 분들이 앉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꿀꺽하우스 실내. 바 테이블에서 이어지는 원 테이블 모습

양조장에서 공간 전체를 바라보면 ‘양조장-바-통유리창’의 순서로 이어지는데요. 이를 집으로 비유한다면 양조장은 ‘부엌’, 바 공간은 ‘마당 또는 거실’과도 비슷한 셈이죠. 바 정면으로 낸 통유리창은 술이 익어가는 것처럼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광안리 시내의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꿀꺽하우스 실내. 가운데를 구리로 마감한 메인 콘크리트 기둥이 눈길을 끈다.

목재, 콘크리트, 구리 등 건축 재료를 과감하게 공간에 노출시킨 점도 인상적이더라고요. 특히 노출 콘크리트 기둥 중간 부분을 구리로 마감하셨는데 이를 통해 의도하고자 한 공간 분위기나 이미지도 있었을까요?

자연스러움. 이었던 것 같아요. 공간을 크게 쓰고 싶어서 천장을 텄고,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과 따뜻한 느낌의 목재가 서로 대비되지만 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느낌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말씀처럼 두 개의 메인 기둥 일부분과 입구 현판은 ‘구리’로 마감했는데요. 저희의 키 컬러가 ‘비취색’이에요. 구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산화되어 비취색을 띠는데 이 모습이 오랜 시간을 거쳐 발효되는 술의 모습과도 본질적으로 닮아 있더라고요. 그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바닷물을 구리 위에 살짝 발라주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자연스레 색을 드러낼 수 있도록 했죠. 브랜드에 대한 마음도 비슷해요. 정체되어 있지 않고, 늘 생동감 있고, 좋은 쪽으로 성장하고 변화하면서 우리만이 지닌 고유한 색깔을 서서히 표현해가고 싶어요.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붐비는 광안리 해변으로부터 꽤 먼 거리에 자리하는 데 이곳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꿀꺽하우스는 광안리 해변가와 주택가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양조장이 있어야 했기에 해변가나 번화가보다는 한적한 안쪽이 저희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바 공간도 함께 운영해야 하니 그만큼 넓은 공간이 필요했어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관광객 뿐만 아니라 지역분들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더라고요. ‘우리 동네에 우리술 양조장이 생겼네?’ 그렇게 처음 발을 디디신 분이 꿀꺽하우스의 단골이 되고, 함께 술을 빚는 모습을 종종 상상하곤 했거든요.


꿀꺽하우스의 디자인 스토리

꿈틀거리는 듯한 심볼 디자인과 로고타이프의 개발 과정도 궁금합니다.

‘꿀꺽하우스’라는 이름은 일찌감치 정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가 고민이었어요. 앞서 팀원들과 ‘꿀꺽하우스는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자주 던지곤 했는데요. 우리술을 통해 꿀꺽하는 순간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쌀로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꿀꺽하우스만의 술을 빚어 건강한 가양주 문화를 소개하고 연결하는 것이라는 답을 정리했죠. 스스로 우리의 역할과 의미를 정리하니 디자인을 위한 키워드가 자연스레 뽑혔어요. ‘꿀꺽-‘ 삼키는 모양을 시각화하고, 연결과 가교의 역할,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함과 확장성을 바탕으로 심볼과 로고타이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꿀꺽하우스 심볼과 로고타이프 디자인

디자인 작업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와 협업했다고요.

로고 작업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준빠(활동명’님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일전에 진행하셨던 작업물이나 표현 방식을 꾸준히 지켜봤는데요. 저희와 결이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왠지 저희 생각을 이미지로 유연하게 풀어내 주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디자인 개발 과정에서 고민하신 부분이 있었다면요?

앞서 말한 키워드를 담아내되 리듬감이 있고 우리의 색깔이 드러나는 디자인이었으면 했죠. 심볼은 삼키는 모양, 그러니까 목젖 같은 이미지를 많이 떠올렸고 그 결과 꿀꺽의 영문 표기 첫 글자 ‘G’와도 유사해졌어요. 처음에는 영문 표기로 ‘KKULKKEOK’을 고민하기도 했는데 강한 어감이 들어서 조금 더 부드러운 ‘G’를 택했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비취색이 도드라질 수 있도록 구리 위에 바닷물을 발라주었다.

앞서 꿀꺽하우스의 키 컬러가 ‘비취색’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키 컬러를 최종 선택하기까지 일련의 과정도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어떤 컬러를 고집해야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한 번은 팀 워크숍을 하는데 이렇게 서로 다른 우리를 한 컬러로 정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팀원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귀결된 컬러가 ‘비취색’이었어요. 고운 청자는 회색빛 흙으로 그릇을 빚고, 유약을 씌우고, 고온에서 구우면 빛의 산란과 굴절 작용으로 우리 눈에 푸른빛으로 보이는데 그 일련의 과정이 우리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쌀로 빚은 술이라도 만들어지는 과정, 현상, 재료에 따라 다양한 색과 맛으로 탄생하거든요. 꿀꺽하우스에서 빚어내는 술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스며들었으면 했어요.

꿀꺽하우스에서 제작한 전용 잔

꿀꺽하우스만의 전용 잔도 제작하셨더라고요.

저희가 소개할 술은 일반적인 탁·약주와는 뉘앙스가 달라요. 때문에 이를 담는 잔 역시 이전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술의 컬러가 확실하게 보이고, ‘꿀꺽’하는 생동감이 전해지는 모양의 와인글라스에 꿀꺽하우스의 로고를 담았어요. 색과 향을 음미하고, 본인만의 속도로 천천히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술잔은 술을 담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담는다고 생각해요. 올여름에는 또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전용잔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