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스튜디오좋의 A to Z: 폰트 맛집부터 뮤지컬 애니메이션까지
남우리&송재원 스튜디오좋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감독
스튜디오좋에게 '광고는 이래야만 해'라는 건 없다. 새로운 폰트를 직접 만들고, 애니메이션에 뮤지컬을 결합하며, SNS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스좋이 스좋할 수 있는 이유! 키워드로 모아 소개한다.
‘좋’같은 광고를 만드는 광고대행사, 광고계 이단아들의 집합, MZ 광고대행사 등의 수식어로 소개되는 스튜디오좋. 업계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삐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 이들의 프로젝트에는 어떤 비결들이 숨어 있는 걸까요? 남우리, 송재원 두 대표가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 ‘좋대로 만드는 광고’에서 시작해 업계 50위 안에 꼽히는 어엿한 광고대행사로 성장을 이끈 이들의 철학과 사고를 A부터 Z까지 키워드로 살펴봅니다.
프로젝트 A to Z
B-Rated |
B |
스튜디오좋이 만든 광고에 대한 평가 중에는 ‘B급 감성’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B급’은 이들의 결과물 수준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스튜디오만의 고유한 정서라고 해석하는 게 옳다. 창작자들에게는 A급을 만들기보다 인정받는 B급을 만들기 훨씬 어렵다고 한다. 한 끗 차이로, 소위 ‘나락’으로 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스튜디오좋은 어떻게 B급을 향한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성공할 수 있는걸까?
남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송재원 감독은 B급 감수성의 광고를 만들기 위해선 모든 아이디어와 기획이 브랜드를 향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1분 1초 모든 장면이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도록 설계해야 하며, 디테일을 최대한 살려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한다.
“B급에는 ‘진짜 B급’과 ‘가짜 B급’이 있어요. 스튜디오좋이 진짜 B급을 만들 수 있는 건 우리가 광고를 세상에 던졌을 때 이 광고가 B급으로 작동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아느냐? 물론 저희도 한 번에 성공한 건 아니에요. 여러 번의 실패가 있었죠. 실패를 통해서 알게 된 건 스튜디오좋의 광고가 세상에서 B급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문화 코드, 대중의 기호, 그리고 감수성을 창작자가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Creative Director |
C |
스튜디오좋의 기획 파트를 이끄는 남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정의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프로젝트(혹은 캠페인)를 이끄는 경영자이다. 단순히 크리에이티브만 출중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남우리 CD는 하루빨리 이 모든 역량을 갖춘 후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광고주에게 아이디어를 판매하는 건 세일즈 영역이거든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그 과정에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것까지 계산할 수 있어야 해요. 어떤 아이디어를 어떻게 기획하고, 판매하느냐에 따라서 광고대행사의 수익 구조가 달라지거든요. 더불어 광고주가 돈값이 되는 제작물을 받았다고 느낄 수 있는 퀄리티의 제작물을 만드는 것도 필수죠. 제작비가 5억인 프로젝트에 2억의 아이디어를 내선 안되죠. 반대로 제작비가 2억인 프로젝트에 5억과 같은 아이디어를 내서 퀄리티를 떨어뜨려서도 안 되고요.”
Font |
F |
스튜디오좋은 폰트(Font) 맛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송재원 감독은 학부 시절부터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2012년도 졸업 작품 <한글블랙레터의 탄생>에서는 한글과 블랙레터*를 결합한 ‘한글 블랙 레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때는 서체 디자이너를 꿈꾼 탓일까. 스튜디오좋은 자체 디자인팀을 두고 파운더리 협업체와 함께 클라이언트인 브랜드에 맞춤형 서체를 제공해 업계에서 호평을 얻기도 했다.
미원의 ‘미원체’, 버거킹의 한글 폰트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스튜디오좋의 디자인팀은 일본어로 발음할 수 있는 한글폰트 ‘쿠로코체’와 최근에는 도로 위에 그려진 노면안전표지용 글자를 바탕으로 디자인한 ‘일반통행체’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 중이기도 하다.
*블랙레터는 고딕 서체의 일종으로 중세 유럽에서 주로 사용되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 로고에 사용된 것이 대표적이다.
In-house Production |
I |
스튜디오좋은 광고 제작의 전 과정을 한 곳에서 해결한다. 기존 광고대행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구조로 크게 대행사 파트와 제작 파트로 구분해 광고 기획부터 제작까지 한 지붕 아래에서 모두 해결한다. 인하우스 프로덕션이 가능한 건 회사의 공동 대표인 남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송재원 감독이 각자 기획과 제작 파트에 몸을 담아온 배경의 영향도 있다. 구체적인 직무는 대행사 파트에는 AE(Account Executive),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제작 파트에는 연출, 영상 편집, 디자인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송재원 감독은 “광고의 A부터 Z까지 제작하는 모든 직무가 한 곳에 있을 때야말로 스튜디오좋의 힘이 생긴다”라고 말한다.
Kakao Entertainment Corp. |
K |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스튜디오좋의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합병했다. 이때 이들이 함께 인수한 또 다른 곳은 신우석 감독이 이끄는 ‘돌고래유괴단’. 두 콘텐츠 스튜디오의 스토리텔링 커머셜 콘텐츠 제작 역량과 콘텐츠 IP 시너지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알려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인수에 대해 남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스튜디오좋은 일종의 아티스트로 합류하게 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아울러 제작의 규모가 커지면서 필요하게 된 IP 관리, 법률적 지원 등 실질적으로 도움을 얻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Musical |
M |
빙그레 프로젝트는 스튜디오좋의 실질적인 퀀텀 점프를 이룬 프로젝트이자 일명 ‘스좋스러움’을 최대치로 발현한 캠페인이다. 2020년 ‘빙그레왕국’과 ‘빙그레우스’라는 캐릭터를 주축으로 한 세계관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도 언급된다. 지난해 10월 스튜디오좋은 3년 만에 빙그레 브랜드 캠페인 영상 ‘빙그레 메2커를 위하여’를 공개했다.
뮤지컬 기반의 웹 애니메이션 형태로 총 3부작으로 구성했다. 특히 뮤지컬이라는 아이디어가 주요했다. 이는 어떤 크리에이티브라도 그 자체를 존중하는 스튜디오좋의 업무 문화가 뒷받침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앞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캠페인의 후속편을 만드는 일은 창작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남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흥행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특히 광고는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익숙하지만, 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야 하는데 ‘뮤지컬(Musical)’이 바로 그 답이었던 셈.
Social Impact |
S |
남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송재원 감독에게 스스로 광고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에 관해 물었다. 남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물론 가장 우선시 되는 건 브랜드의 메시지이지만 제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고민, 바라는 세상에 대한 철학이 광고에 은연중에 반영될 때가 많아요. 그럴 때면 광고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일타삼피랄까요. 광고로 클라이언트에게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저의 시선이나 고민을 통한 메시지도 전할 수 있으니까요. 아 물론 돈도 벌 수 있고요.”
옆에서 듣던 송재원 감독도 사회적 영향에 관해서 이야기 했다. “스튜디오좋이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형태의 광고 활동이 애니메이션 업계 분들이 영역 확장을 하실 때 레퍼런스로써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처음에 저희가 여러 협력사로부터 도움을 받았듯이 이제는 저희가 도움과 기회를 되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Time Performance |
T |
최근 마케팅과 콘텐츠 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시성비’다. 시간 대비 성능 또는 시간 대비 효율이라는 말로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를 일컫는다. 숏폼의 시대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짧게 만들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송재원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모두가 짧은 콘텐츠를 지향할 때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 자신이 반골 성향을 지닌 이유도 있겠지만 그는 무엇보다 주목도를 끌어야 하는 광고의 장르 특성상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성비가 좋다고 판단한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