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든든히 받치는 건축, 네덜란드 뮤지엄 건축 5

예술과 조화, 균형, 합일을 추구하다

네덜란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키워드는 ‘전위적인 더치 디자인’과 ‘문화유산의 보존’이다. 이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뒷받침하는 인프라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탐구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탐구는 도시에서의 미적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문화적 공간을 창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술을 든든히 받치는 건축, 네덜란드 뮤지엄 건축 5

아름다움은 조화와 균형, 합일에서 찾을 수 있으며, 네덜란드의 미술관 건축은 이러한 원리를 기반으로 예술 작품과 도시, 사람들 사이에서 미적 가치와 기능성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네덜란드의 아름다운 뮤지엄 건축을 탐미하며, 이들이 어떻게 건축과 도시, 미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철학을 구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 Stedelijk Museum

스테델릭 뮤지엄 Stedelijk Museum

1895년에 처음 문을 연 스테델릭 뮤지엄은 아드리안 빌렘 바이스만(Adriaan Willem Weissman)이 설계한 것으로, 벽돌을 주 재료로 한 전통적인 스타일을 따랐으며 대칭성과 장식적인 디테일이 돋보이는 디자인이었다. 미술관 기능과 용도, 철학을 고려한 건축 리뉴얼은 그래픽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래퍼인 빌렘 샌드버그(Willem Sandberg)가 취임하면서 이뤄졌다. 그는 2차 대전 이후 미술관이 겪은 물리적인 손상을 복구해야 한다는 과제와 더불어, 도시 변화에 따라 뮤지엄 역할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는 뮤지엄이 현대 사회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밝고 개방적인 공간을 통해 작품이 관람객에게 더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대규모 전시를 위한 개방된 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중요한 설계 원칙들을 세웠다.

©️ Stedelijk Museum

그리고 21세기에 들어 현대 미술에 대한 수요가 커짐에 따라 스테델릭 뮤지엄은 확장과 리노베이션이 필요해졌다. 그렇게, 기존의 공간에 벤템 크라우벨 건축사무소(Benthem Crouwel Architects)가 설계한 확장 공간이 추가된다. 확장된 부분은 ‘욕조’를 연상시키는 흰색의 매끄럽고 유선형 구조를 취한다. 이는 기존의 건물과 대비되면서도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뮤지엄을 대표하는 시각적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됐다.


흐로닝언 뮤지엄 Groninger Museum

©️ Groninger Museum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 필립 스타크(Philippe Starck), 코프 힘멜블라우(Coop Himmelb(l)au) 등의 건축가들이 참여한 흐로닝언 뮤지엄은 각각의 건물이 서로 다른 양식을 띠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멘디니는 총괄 건축가로서 색채와 형태 실험을 통해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탈피하려고 했던 지향점을 뮤지엄 건축에 녹이고자 했다. 그는 종합적인 디자인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다른 건축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모든 공간과 요소가 조화롭고 통일성을 갖추도록 이끌었다. 각 파빌리온은 독특한 조형미를 갖추고 있으며, 건물의 비대칭적 구성과 대담한 형태 그리고 구조는 미술관을 하나의 거대한 조각 작품처럼 느끼게 한다.

©️ Groninger Museum


아이필름 뮤지엄 Eye Film Museum

© Eye Film Museum
© Eye Film Museum


아이필름뮤지엄은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영화 박물관으로, 단순한 영화 아카이브 이상의 역할을 담당하며 현대적 영화 예술 공간으로서 건축적 혁신과 영화 문화의 만남을 보여준다. 1946년에 설립된 ‘네덜란드 영화 박물관’이었던 아이필름 뮤지엄은 20세기 영화 보존과 연구를 주요 목표로 했다. 현대에 접어들면서, 영화와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현대적인 공간과 접근 방식이 필요해졌고, 딜루건 마이설 건축사사무소(Delugan Meissl Associated Architects)가 설계에 참여하며 그 수요를 반영했다.

© Eye Film Museum

건물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기하학적 형태와 비대칭적인 선이 두드러진다. 이는 영화의 동적 속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여기에 강가에 위치하고 있다는 특성이 더해져 기하학 형상이 유영하는 형태로 시각화 되어 다채롭다. 또한, 건물의 내부, 외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어 영화와 현실 사이를 이동하는 체험을 부여하며, 강을 향해 난 넓은 유리창은 영화를 감상하는 구도를 연출한다.


반고흐 뮤지엄 Van Gogh Museum

© Van Gogh Museum
© Van Gogh Museum

반고흐 뮤지엄은 인상주의 대표적 작가인 고흐 작품을 전문적으로 소장하고 전시하는 공간이다. 건축은 고흐의 예술 철학과 자연, 감정, 순수성을 담아내려는 목표를 지녔다. 뮤지엄은 여러 단계에 걸쳐 확장과 개축이 이뤄졌으며, 두 명의 주요 건축가인 게리트 리트펠트(Gerrit Rietveld)와 기쇼 쿠로카와(Kurokawa Kishō)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리트펠트는 기하학적 형태와 빛, 열린 공간을 강조했으며, 이는 특히 중앙부 계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반면, 쿠로카와는 리트펠트와 대조적으로 곡선 형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동선을 구상했다. 리트펠트의 미니멀리즘 철학과 쿠로카와의 유기적인 디자인은 조화를 이루며 현재의 미술관이 완성됐다.


보르린덴 뮤지엄 Museum Voorlinden

© Museum Voorlinden, © Kraaijvanger Architects

뮤지엄 외부 정원도 주목할 만하다. 정원은 조경 디자이너 피에트 아우돌프(Piet Oudolf)가 설계했으며, 미니멀한 구조의 뮤지엄과 대조적이면서도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건축의 고요함과 자연의 풍부함은 작품 감상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는 실험적인 작품들과도 잘 어우러져 몰입과 미술관 경험관람객들이 예술을 경험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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