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블럼과 픽토그램

올림픽, 세기의 디자인

올해 2월, 꼬박 30년이라는 세월을 돌아 다시금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사람들의 인식이나 시대적 관심사도 변했고 올림픽의 인기 역시 예전만 못하다는 평마저 듣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올림픽이라는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헌신이다.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두 대회의 디자인을 나란히 소개하는 기사를 준비했다.

엠블럼과 픽토그램

1988

엠블럼

디자인 고 양승춘 서울대학교 산업미술학과 교수

서울올림픽의 엠블럼은 본래 공모전을 통해 선정할 계획이었다. 이때 총 924점의 응모작이 몰렸지만 당선작 없이 가작 2점만 선정되었다.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다시 가작 당선자 2명을 포함 총 10명의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지명 공모를 실시했고 결국 고(故) 양승춘 서울대학교 산업미술학과 교수의 삼태극 엠블럼이 선정됐다. 양승춘 교수는 삼태극을 모티브로 원심운동과 구심운동의 요소를 형상화했다.

픽토그램

디자인 황부용, 김진용, 송기영, 김승진

서울올림픽 공식 픽토그램은 당시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황부용 디자인실장을 중심으로 한 연구팀에 의해 탄생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연구팀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의 픽토그램을 제작했는데 반응을 좋자 이를 그대로 올림픽 때도 적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캐나다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그중 일부 디자인이 1972년 몬트리올 올림픽의 픽토그램과 유사하다고 항의해 부득이 새롭게 디자인해야 했다. 이때 디자인한 스포츠 픽토그램은 각 경기 종목에 대한 가독성과 율동미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안내 픽토그램에는 엠블럼의 조형적 요소를 적용한 모습이 눈에 띈다.

2018

엠블럼

디자인 하종주(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www.cheil.com

평창 동계올림픽의 엠블럼은 초성 ㅍ과 ㅊ을 모티브로 활용했다. ㅍ에는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기반으로 하늘과 땅, 사람이 모이는 광장이라는 뜻을 담았으며 ㅊ은 눈과 얼음 등을 조형적으로 풀어냈다. 디자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편. 한편에서는 오방색이나 한글이라는 모티브에 지나치게 얽매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면이나 패턴이 아닌 라인으로 풀어낸 아이덴티티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였다는 반응도 있다.

픽토그램

디자인 함영훈(스튜디오 니모닉), www.haamyounghoon.com

이번 동계올림픽의 픽토그램 역시 꽤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여러 차례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던 것. 다행히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픽토그래퍼 함영훈의 디자인이 합격점을 받아 지금의 픽토그램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함영훈은 엠블럼이 상징하는 한글의 조형적 특징을 스포츠 픽토그램에 적용했는데 안내 픽토그램에만 엠블럼의 특징을 부분 차용했던 서울올림픽 때에 비해 좀 더 통일감 있는 모습이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76호(2018.02)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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