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 켄고의 건축, 펜타그램의 브랜딩이 만난 일본의 복합문화공간
도쿄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에 오픈한 몬 다카나와(MoN Takanawa)
도쿄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에 ‘몬 다나카와(MoN Takanawa)’가 문을 열었다. 외관부터 압도되는 이곳은 건축과 기술,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결합해 공간 자체가 내러티브를 생성하는 복합 문화 시설로 설계되었다.


지난달 도쿄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에 ‘몬 다카나와(MoN Takanawa)’가 문을 열었다. 외관부터 압도되는 이곳은 건축과 기술,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결합해 공간 자체가 내러티브를 생성하는 복합 문화 시설로 설계되었다. JR 동일본이 주도해 철도 인프라와 상업, 문화 시설을 결합해 조성 중인 대규모 도시 개발 프로젝트로,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Takanawa Gateway City)의 문화적 핵심 시설로 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100년 이후로 문화를 연결한다’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몬(MoN)이라는 이름에는 일본어에서 같은 발음으로 읽히는 ‘문(門)’과 ‘질문(問)’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러한 개념은 공간의 경험 방식에도 반영된다. 관람자는 다양한 ‘내러티브’를 통해 질문을 마주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문’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미술관의 운영 방식에도 반영되고 있다. 연 2회 시즌 단위로 운영되며, 매 시즌 하나의 ‘질문’을 중심으로 전시와 퍼포먼스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영국 디자인 스튜디오 펜타그램(Pentagram)이 맡았다. 문화는 정지하지 않고 순환하며 변화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나선형 구조를 핵심 모티프로 설정했다. 이 형태는 로고와 건축 외관에 동시에 적용되며, ‘M’, ‘O’, ‘N’으로 읽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브랜딩과 공간을 같은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또한 붉은색, 녹색, 파란색으로 구성된 컬러 시스템은 각각 태양, 땅, 바다를 의미한다. 이러한 색의 구성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묶이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자연스럽게 형성한다.



건축물의 외관은 쿠마 켄고(Kengo Kuma)가 이끄는 쿠마 켄고 어소시에이츠(Kengo Kuma and Associates, kkaa)가 설계했다. 건물은 나선형 구조를 중심으로, 땅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흐름을 형성한다. 목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외관에는 건물을 여러 층위로 분절된 형태로 풀어내며, 주변에 조성된 도심 속 자연환경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외벽을 따라 배치된 식재는 건물의 수직 동선을 따라 이어지며,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형성한다. 특히 대부분의 식물이 일본 자생종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를 공간 안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구조와 재료, 식재가 결합한 외관은 실내와 외부의 경계를 흐리며, 건축을 하나의 ‘환경’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개념은 전시와 퍼포먼스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이어진다. 개관과 함께 두 개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된다. 먼저 〈Open It! Exhibition〉은 몬 다카나와의 기원을 다루는 전시다. ‘다카나와가 아직 바다였던 시절’이라는 이야기에서 출발해, 이 지역의 역사와 함께 미술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를 포함한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기획 문서, 스케치, 프로토타입, 인터뷰 등이 전시되며, 하나의 개념이 건축과 그래픽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메인 전시 〈Spiral, Spiral — Evolving Human Narratives〉는 몬의 핵심 개념인 ‘나선’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우주와 자연, 인간의 신체와 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발견되는 ‘순환’의 구조를 하나의 맥락으로 묶는다. 이를 통해 자연의 법칙이 인간의 지식과 사회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미래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4월 22일부터는 라이브 퍼포먼스 〈MANGALOGUE: HINOTORI〉가 이어진다. 데즈카 오사무(Osamu Tezuka)의 만화 ‘불새’를 원작으로 한 이 공연은 개인적인 독서 경험을 집단적 체험으로 확장한다. 대형 LED 스크린과 로봇 장치를 통해 만화의 시선과 흐름을 공유하며, 관객이 하나의 내러티브를 함께 경험하도록 구성된다고. 기존의 전시나 공연 형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고 공유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실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몬 다카나와는 전시를 중심으로 한 기존 미술관의 구조를 벗어나, 건축과 기술, 프로그램이 결합한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외관과 세계적인 디자인 스튜디오 펜타그램이 맡은 브랜딩이 더해진 만큼, 도쿄에 간다면 외관만으로도 방문할 이유가 충분하다. 여유가 있다면 내부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겨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