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유현선 워크룸·카우프만·파일드 디자이너
최근 유현선은 2025 서울국제도서전과 일민미술관 전시의 디자인을 맡았다. 한국의 수많은 디자이너 가운데 서울의 장면을 만드는 디자이너는 어떤 비범함이 있을까.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시 비주얼, 북 디자인 등 시각 전반을 아우르며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는 현재 워크룸 소속이자 카우프만과 파일드 일원으로서도 활동하며 다양한 디자인 경로를 탐색하는 중이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editor’s note
그래픽 디자이너 유현선은 언어와 물성, 그리고 태도 사이를 유연하게 오갑니다. 최근 그는 ‘2025 서울국제도서전’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통해 단어 하나가 시각으로 전개되는 구조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고 일민미술관의 전시 <시대복장>에서는 햇빛과 섬유, 수작업 인쇄가 교차하는 인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죠. 현장에서 직접 실험하고 축적한 감각은 유현선의 작업 전반에 양분이 됩니다. 2020년 워크룸 합류 이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북 디자인, 전시 그래픽, 패키지와 사진 기반 작업까지 그의 스펙트럼은 어느 한 영역에 머물지 않습니다. ‘카우프만’이라는 워크룸의 세컨드 브랜드를 제안해 기획부터 웹사이트 구성부터 제품 디자인까지 주도하는가 하면, 대학 시절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파일드’에서는 사진을 평면과 입체를 넘어 공간으로까지 확장하며 이미지의 변형 가능성을 탐구했죠. 다양한 매체와 접점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유현선이 작업을 통해 동시대를 읽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팀이라는 환경에서, 그리고 디자이너라는 개인으로서 유현선은 지금도 차근차근 자신의 장면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시각 분야 전방위에서 누구보다 괄목할 만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그에게 디자이너로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앞으로에 대해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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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1. 지금, 유현선이 그리고 있는 장면들
국내 최대 규모의 북 페스티벌인 ‘2025 서울국제도서전’ 전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올해 주제가 ‘믿을 구석’이었는데, 키 비주얼을 어떻게 풀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믿을 구석’이라는 주제를 도서전 측에서 전달 주셨을 때부터 인상적이었어요. 단어 자체가 주는 직관적인 느낌과 그 안에 담긴 여백이 흥미로웠죠. 언어적인 여운이 긴 만큼 시각적으로도 다양한 방향을 상상할 수 있었고요. 저희 팀의 김형진 실장님이 비주얼을 맡아 작업했는데 내부에서는 텍스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법,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법 등 여러 안을 두고 고민했습니다. 결국 선택된 안은 그림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어요.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이 주제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는 방식이라 판단했죠. 실제로 완성된 비주얼은 저희가 생각하는 ‘믿을 구석’을 시각화한 것인데 보는 사람마다 각자의 ‘믿을 구석’을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이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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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시대복장> 전시의 아이덴티티 디자인도 맡으셨죠. 특히 *선블리칭, 실크스크린 등 섬유 기법을 전시 안팎으로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워크룸에게도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작업입니다. 패션 브랜드 혜인서의 10주년을 기념한 책을 작년부터 준비하고 있는데요,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책에 담지 못하는 브랜드의 결과물과 이야기를 전시로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혜인서와 포스트아카이브팩션(PAF), 지용킴 이렇게 세 브랜드를 묶어 일민미술관에 전시를 제안 드렸습니다. 세 브랜드 모두 옷을 다루는 각자의 독창적인 방식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어요. 전시장 외벽에 걸린 현수막은 참여작가인 지용킴의 검정 원단을 이용해 선블리칭 기법으로 작업했는데, 실제로 워크룸 사무실 옥상에 3주간 진행했습니다. 햇빛에 노출되는 부분과 가려지는 부분의 명암 차이를 통해 그래픽을 만들어냈어요. 포스터와 초청장은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했는데, 검정 종이에 흰색 잉크를 여러 번 덧입히는 방식이었습니다. 일반 옵셋 인쇄로는 구현할 수 없는 질감이죠. 평소에 시도해보기 어려운 물성적인 방식으로 디자인해볼 수 있던 기회였습니다.
*패션 브랜드 지용킴이 주로 사용하는 작업 기법으로, 원단을 햇빛에 노출시켜 빛바랜 부분이 밝아지는 점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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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기법을 활용한 작업을 즐기시는 것 같아요. 새롭게 시도한 점이 있었을까요?
실크스크린 공방 SAA와 협업했습니다. 이곳은 다양한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실험적인 인쇄를 시도하는 곳인데, 저도 졸업 전시 때부터 인연이 있던 곳이에요. 2018년 졸업 당시 졸업전시 포스터를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했었거든요. 이런 방식의 인쇄는 실제로 보면 층층이 잉크가 쌓인 느낌이 있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깊이가 있어요. 단순히 출력한 인쇄물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입니다.
PLUS 2. 워크룸의 16번 디자이너
워크룸에 합류하기 전까지의 여정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대학 시절, 스튜디오 FNT에서 1년 정도 인턴으로 일했어요. 그곳에서 브랜딩부터 전시 그래픽까지 다양하게 경험했고요. 졸업 후에는 석재원 교수님이 운영하던 스튜디오 AABB에서 약 1년 반 정도 일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주로 로우로우의 브랜딩 작업을 했어요. BI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시기라 재미있게 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20년 워크룸의 공채로 입사해 현재 디자이너 중 김형진 실장님 다음으로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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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룸은 독특하게도 입사자에게 번호를 부여한다고 들었어요. 입사 직후와 지금의 역할에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2020년에 워크룸 합류 당시 16번이라는 번호를 받았고, 지금 막내인 예승완 디자이너가 21번이니 시간이 꽤 흘렀죠. 워크룸은 디자이너마다 각자 몇 개의 프로젝트를 담당해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프로젝트의 규모가 큰 경우, 디자이너들 모두 시안을 만들고 시안이 선택된 디자이너가 진행하는 식으로 하기도 해요. 입사 직후와 지금까지 일하는 방식은 비슷한데,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성향이 약간 달라졌습니다. 초기에는 미술 분야의 책이나 전시 그래픽 업무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브랜딩 일이 더 많아졌어요.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11 1 1 WorkroomLog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1-1-WorkroomLogo-832x832.jpg)
워크룸과 워크룸 프레스의 관계도 궁금한데요. 출판사와 디자인 스튜디오를 양손잡이로 다룬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주로 업무 프로젝트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워크룸은 디자인 스튜디오이고, 워크룸 프레스는 출판사입니다. 사업자는 분리되어 있지만, 워크룸 프레스의 책 디자인은 대부분 저희가 맡고 있어요. 워크룸에서 진행하는 책 디자인은 워크룸 프레스에서 기획한 책도 있지만, 외부 클라이언트가 의뢰하는 책 디자인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요. 디자인과 출판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디자인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책이라는 결과물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시, 브랜딩, 제품 개발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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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13 5 1 2 Thrifter](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5-1-2-Thrifter-832x611.jpg)
“의도가 명확하면 생각보다 작업은 금세 끝나요.”
한 인터뷰에서 워크룸에서는 “배운다기 보다, 참여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워크룸은 기본적으로 한 명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예요. 물론 서울국제도서전처럼 일정이 촉박하거나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여러 명이 협업하기도 하지만, 그 외 대부분의 경우는 한 명이 전 과정을 맡아서 진행해요. 디자이너 한 사람의 관점과 판단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도록 각자의 역량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죠. 흔히 한 프로젝트에 세네 명이 붙는 스튜디오도 많은데, 저희는 오히려 개별 디자이너로서의 독립성과 주도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디자이너가 곧 PM이기도 해요. 기획, 디자인, 클라이언트 설득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하고, 최종 결정도 본인이 내리죠. 물론 중간중간 서로 의견을 나누고 상의는 하지만, 주체로서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예요. 그런 면에서 ‘배운다기보다는 참여한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아요.
PLUS 3. 문장을 수집하고 사물로 옮기는 일, 카우프만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14 2 3 1 BerlinBag](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2-3-1-BerlinBag-832x1109.jpg)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15 2 3 3 NewYorkBag](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2-3-3-NewYorkBag-832x1109.jpg)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16 2 3 2 ScreenwriterShirt](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2-3-2-ScreenwriterShirt-832x1108.jpg)
2023년 브랜드의 세컨드 브랜드인 ‘카우프만’도 제안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책과 영화, 노래에서 길어 올린 문장을 재해석해 사물로 치환하는 브랜드라고요. 어떤 계기로 시작됐나요?
카우프만은 2022년쯤 책 외에도 물건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작했죠. 저희가 출판사와 디자인 스튜디오를 함께 하다 보니, 문장을 기반으로 한 사물을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카우프만이라는 이름은 영화 감독이자 각본가인 ‘찰리 스튜어트 카우프먼(Charlie Stuart Kaufman)’에서 착안했어요. 각본가는 세계를 문장으로 해석하고 시각화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역할이 저희가 하고 싶은 일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어요. 첫 제품군은 2023년 영화 <어댑테이션>의 문장을 재료로 ‘각본가를 위한 셔츠’를 만드는가 하면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노래 가사에서 영감을 받은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 등 제품 5종을 출시했죠.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17 2 2 Website](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2-2-Website-832x899.jpg)
웹사이트 메인 화면을 제품과 콘텐츠 5:5 비율로 구성한 점도 돋보입니다. 콘텐츠 비중이 꽤 커서 마치 웹매거진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워크룸이 직접 디자인한 웹사이트인데요. 좌우가 각각 제품과 읽을거리로 나뉘는 구성을 가진 게 특징이에요. 브랜드가 문장에서 출발한 만큼 텍스트의 비중을 높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Read and Buy’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꾸준히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모두 내부에서 직접 작성합니다. 카우프만이 다루는 물건도 결국 문장을 길어 올려 제품으로 귀결시키기는 작업이라 이런 맥락과도 연결되죠.
카우프만 쇼룸은 워크룸 오피스와 같은 층을 공유하는데요. 이 공간에서 직접 만든 제품을 전시하기도 해요. 작업을 오프라인에 전시한다는 점에서 부담은 없나요?
즐거운 부담이죠(웃음). 디자이너는 결국 내 작업이 어떻게 보여지는지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제품을 어떻게 놓아야 사람들의 눈에 띌지, 더 좋아보일지 고민하게 돼요. 사실 디스플레이만 바뀌어도 제품이 확 달라 보이잖아요. 계속 제품을 기획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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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20 DSC00563](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DSC00563.jpg)
PLUS 4. 이미지 실험의 장, 파일드
대학 시절 사진 소모임에서 만난 4명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파일드’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어떤 팀인가요?
파일드의 구성원은 총 다섯 명이예요. 시각 디자인 또는 회화를 전공한 친구들이고, 학교에서 사진 소모임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파일드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이어졌죠. 지금은 구성원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비주얼 작업을 하거나, 자신의 스튜디오를 만들어 코스메틱 브랜드의 비주얼 디렉팅을 하거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친구도 있어요. 예전에는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있으면 함께 작업했는데, 지금은 다들 각자 너무 바쁘다 보니 활동이 뜸해졌죠. 그래도 모두 이미지와 시각 언어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흥미로운 계기가 생기면 모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21 3 1 FiledSS2020](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3-1-FiledSS2020-832x555.jpg)
2019년 데이즈드의 ‘퓨처소사이어티’에서 파일드만의 전시를 열기도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파일드 작업은 2019년 데이즈드 퓨처소사이어티에서 했던 전시 <파일드 SS 2020>예요. 데이즈드 코리아 1층 퓨처 소사이어티에서 진행됐는데요. 파일드가 순수하게 하고 싶은 작업들을 자유롭게 풀어낸 전시였어요. 혹자에게는 ‘이상한 전시’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구성원의 얼굴을 촬영한 사진을 다양한 소재에 입혀 평면의 한계를 넘어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 전시는 의뢰 받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순수하게 파일드를 소개하는 자리였어서 더 애착이 가요.
PLUS 5. 건강하게 오래가는 디자이너란
작업 스펙트럼이 무척 넓어요. 북 디자인부터, BI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타이포 디자인, 사진 작업 등 시각물과 관련된 전방위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셈인데요. 각 영역을 유기적으로 오가는 비결이 있는지요.
북 디자인과 브랜딩, 사진 작업이 서로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시각화하는 분야잖아요. 그래픽 디자인은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형태를 만들고, 정보의 위계에 따라 적절한 위치를 찾고, 눈을 끄는 이미지를 만들어 작업마다 필요한 형태로 구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22 1 5 4 Connect](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1-5-4-Connect-832x1248.jpg)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23 20250723 105656](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20250723_105656-832x1248.jpg)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24 1 4 2 SuperMatcha](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1-4-2-SuperMatcha-832x1178.jpg)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25 1 4 1 SuperMatcha](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1-4-1-SuperMatcha-832x1178.jpg)
주로 어떤 사람들과 합을 맞추면 즐겁고 시너지가 나나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이거 재밌겠다”라고 반응하는 사람들과 일할 때 즐거워요. 자기 일을 좋아하고, 일에 대해 애정이 있는 사람들과 잘 맞는 것 같고요. 함께 일할 때도 본인의 영역을 넘어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분들이랑은 자연스럽게 오래 함께 일하게 되더라고요. 반대로 너무 수동적인 태도로 임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분들과는 잘 맞지 않아요. 저는 ‘같이 만든다’는 느낌이 중요해서 에너지를 나누는 사람들이 편하고 재미있어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넓은 스펙트럼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오래 하려면 결국 생활이 잘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어릴 때는 작업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무리해서 밤새고 일정도 무리하게 세우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결국 그렇게 하면 쉽게, 빨리 지치더라고요. 지금은 루틴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밤샘 작업은 웬만하면 지양하고 인풋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남겨두죠. 장기전이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둬야 해요. 그리고 저는 북 디자인과 브랜딩, 사진 작업이 서로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시각화하는 분야잖아요. 어떤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지 명확하면 사실 작업은 생각보다 금세 끝나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만지는 건 때로는 착각일 수 있어요. 작업이 오래 걸린다면 그래픽 지금 선택한 방식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계속 손을 대고 있다는 건 결국 자기 확신이 없다는 뜻이거든요. 저는 오히려 정확히 설계하고, 기준을 세워서 자신 있게 진행하는 게 훨씬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믿어요. 디자인이란 게 결국 명확한 판단과 선택의 결과라고 생각하거든요.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26 DSC09609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DSC09609-1-832x555.jpg)
디자인계에서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올해 처음으로 학교에 출강을 나갔는데요. 프로젝트 중심의 사고에서 조금 벗어나 이 분야에 대해 스스로 정리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저는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건강하게 유지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그러기 위해선 서로가 서로의 작업을 단순히 칭찬하고 넘기기보다 좋고 나쁨에 대한 솔직한 판단과 크리틱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별로인 건 별로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 그런 환경이 결국 디자이너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이 분야도 더 건강하게 만든다고 믿거든요. 앞으로도 그렇게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고, 그런 장면을 함께 만들고 싶어요.
PLUS LIST
자기 PR 시대에 유현선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 3
–Tezzo Suzuki / @tezzosuzuki
멋지게 완성된 디자인 결과물도 좋지만, 사람들은 항상 뒷이야기를 궁금해하죠. 테조 스즈키는 직접 그린 글자와 그림을 활용해 디자인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작업 원화와 스케치 과정을 특별한 보정 없이 인스타그램에 공유해요. 자연스럽게 구겨진 종이와 형태를 지우기 위해 사용된 흰색 잉크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요. 과정 자체도 매력적이고 결과물도 더 좋아보이게 만들죠.
–Bureau Borsche / @bureauborsche
디자인 작업이 끝났다고 해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진 않아요. 완성된 프로젝트를 어떻게 보여줄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미르코 보르쉐(Mirko Borsche)가 설립한 뮌헨의 스튜디오 뷰로 보르쉐는 SNS와 웹사이트에서 작업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는게 느껴져요. 특히 웹사이트 디자인 작업을 SNS에서 좋아보이게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데, 뷰로 보르쉐는 매번 다양한 재미있는 방법으로 아카이빙하고 있습니다.
–Puebco / @puebco_japan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어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푸에브코는 판매하는 상품을 어울리는 다른 소품과 함께 연출해 업로드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흰 배경에 놓인 물건들은 인더스트리얼하면서 빈티지한 느낌의 푸에브코 제품과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어울려요. 자연스럽게 연출된 제품 사진을 보면 저대로 전부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TIPPING POINT
유현선은 낯선 틈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를 상상하고, 기획의 빈틈을 가장 먼저 채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마침내 납득할 이유에 도달한다. 그에게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감각을 찾고 맥락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아름다운 것’. 조금 더 욕심내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것’. 그에게 디자인은 형태보다 태도에 가깝다. 의문에서 시작해 구조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 그 정교한 고집이 지금의 유현선을 만든다.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27 20250723 102615](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20250723_102615.png)
![[Creator+] 디자이너 유현선: 그래픽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다 28 KakaoTalk 20250723 14505404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7/KakaoTalk_20250723_14505404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