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등장한 청음 그 이상의 공간, ‘사운드 하우스’

가리모쿠와 데본 턴불의 협업 전시 〈Between Space and Sound〉

최적의 청취를 위한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소리’와 ‘공간’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사운드 엔지니어이자 아티스트 데본 턴불이 새로운 청음 공간을 선보였다.

도쿄에 등장한 청음 그 이상의 공간, ‘사운드 하우스’

최적의 청취를 위한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소리’와 ‘공간’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사운드 엔지니어이자 아티스트 데본 턴불이 새로운 청음 공간을 선보였다. 일본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와 협업한 ‘사운드 하우스(Sound House)’가 바로 그것. 이번 프로젝트는 도쿄 미나토구 소재의 가리모쿠 리서치 센터에서 열린 전시의 일환으로 공개된 설치 작업이다. 오자스(OJAS) 오디오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턴불은 가리모쿠의 목공 장인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목재 스피커와 리스닝 퍼니처를 완성했다. 그 결과, 기능을 넘어선 공감각적 청취 환경이 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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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saaki Inoue, Bouillon

일본 전통 다실(茶室)에서 영감을 받은 ‘사운드 하우스’는 탁 트인 전시실 한가운데 놓여 있다. 정교한 점묘 패턴을 입은 구조물이 마치 하나의 조각 작품처럼 존재감을 드러낸다. 몸을 낮춰 작고 둥근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다다미 매트와 턴테이블이 놓인 아늑한 내부가 펼쳐진다. 내부는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음향 패널이 둘러싸고 있어 외부 소음을 완전히 차단한다. 턴테이블이 중심에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카리모쿠 가구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중형 스피커’ 한 쌍만이 자리한다. 방문객은 이곳에 앉아 소리와 침묵, 그리고 그 사이의 간극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몰입적 경험은 턴불의 사유와 다층적으로 연결되는 감각을 이끈다. 턴불이 오랜 시간 기고해온 오디오 전문지 ‘MJ: Musen to Jikken(MJ AUDIO TECHNOLOGY)’의 아카이브가 함께 전시되며, 그의 철학을 담은 과월호 역시 구매 가능하다. 듣고, 읽고, 머무르는 일련의 경험을 통해, 턴불이 정교하게 구축한 깊고 명상적인 세계를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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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saaki Inoue, Bouillon

2층 머티리얼 랩(Materials Lab)으로 올라가면, 한층 개방적인 리스닝 룸이 나타난다. 그간 금속으로 구현되던 턴불 특유의 곡선형 혼 디자인은 이곳에서 목재로 재해석되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목재 혼 스피커는 이번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작업 중 하나다. 설계 의도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 목재의 선별과 결의 방향까지 세밀하게 조율했고, 오랜 시간 축적된 장인 기술이 더해져 높은 완성도로 구현됐다. 이 과정은 가리모쿠의 정교한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오자스 스피커의 표현 영역을 한층 확장시킨다.

공간에는 청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듈형 좌석과 음향 패널이 배치되어, 청취 환경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스피커 앞에 앉는 순간, 목재가 만들어내는 깊고 밀도 있는 울림이 공간을 채우며 몰입을 이끌어 낸다. 개방형 하부 구조의 좌석은 시각적으로 가벼운 인상을 주는 동시에, 레코드와 책을 수납할 수 있는 실용성까지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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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saaki Inoue, Bouillon

지하 전시장에서는 데본 턴불과 목공 장인의 협업으로 완성된 세 가지 스피커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산조(Sanjo), 로쿠조(Rokujo), 누리카베(Nurikabe) 역시 가리모쿠의 첨단 3D 가공과 베니어 기법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퓨터 그레이와 내추럴 오크의 두 가지 컬러로 구성한 스피커와 더불어,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음향 패널 그리고 모듈형 좌석 시스템을 함께 배치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소리를 단순히 듣는 차원을 넘어 신체로 감각하는 공명적 경험으로 전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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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saaki Inoue, Bou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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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saaki Inoue, Bouillon

이번 전시는 소리를 물리적이면서도 감정적인 존재로 정의하고, 청취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한다. 또한 일본의 개념 ‘마(間)’(사물과 사물 사이의 거리, 시간의 흐름 속 간극, 그리고 지각의 여백)를 건축적으로 풀어내며, 소리가 공간을 어떻게 흐르고 그 공간이 어떤 감정을 환기하는지에 주목한다.

전시 전반을 관통하는 턴불의 철학은 분명하다. 형태는 단순히 기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의해 이끌린다는 것. 결국 ‘형태와 감정’이라는 개념에 기반해 오디오 디자인이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제안한다. 이는 일상의 공간에 새로운 리듬과 존재감, 그리고 한층 풍부해진 감각을 불어넣는다. ‘사용되는 가구’를 넘어 ‘함께 존재하는 오브제’로서, 일상 속 감각과 정서를 형성하는 새로운 디자인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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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ween Space and Sound〉

주소 2 Chome-24-2 Nishiazabu, Minato City, Tokyo 106-0031
기간 2026년 2월 21일 – 6월 5일
운영 시간 12:00 – 18:00
웹사이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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