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스턴이 선택한 오스트리아 상공회의소 건물

1950년대 빈의 기억을 되살린 더 혹스턴 비엔나

빈은 오래된 것을 쉽게 허물지 않는 도시다. 역사적 건물을 보존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이 이 도시의 오랜 태도다. 더 혹스턴 비엔나(The Hoxton Vienna)는 문화재로 등록된 유서 깊은 건물에 글로벌 호텔 브랜드가 새 숨결을 불어넣은 사례로, 빈의 그 태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최근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혹스턴이 선택한 오스트리아 상공회의소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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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us Hirtzberger

빈은 오래된 것을 쉽게 허물지 않는 도시다. 역사적 건물을 보존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이 이 도시의 오랜 태도다. 더 혹스턴 비엔나(The Hoxton Vienna)는 문화재로 등록된 유서 깊은 건물에 글로벌 호텔 브랜드가 새 숨결을 불어넣은 사례로, 빈의 그 태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최근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호텔이 자리한 이 건물은 1952년부터 1954년까지 건축가 카를 아펠(Carl Appel)이 설계한 오스트리아 상공회의소 건물이었으며, 현재는 오스트리아 연방 문화재청이 문화재로서 관리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문화재 지정과 관리를 담당하는 연방 문화재청(Bundesdenkmalamt, BDA)은 1853년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 시대에 설립된 기관으로, 전국 약 3만 7500개 건물과 유적지를 보호 대상으로 삼으며 역사적·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의 구조 변경, 복원, 유지 관리를 담당한다.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그룹 엔니스모어(Ennismore) 산하 브랜드 혹스턴(The Hoxton)이 이 건물을 196개 객실을 갖춘 호텔로 전환한 이번 프로젝트는 디즌 어워즈(Dezeen Awards) 호텔 인테리어 롱리스트와 어헤드 어워즈 유럽(AHEAD Awards Europe) 두 개 카테고리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BWM 디자이너스 & 아키텍츠의 건축 리노베이션

– 존재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서 확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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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us Hirtzberger

혹스턴은 2006년 런던 쇼어디치의 주차장 건물을 호텔로 전환하며 출발한 브랜드로, 현재 9개국 1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의 핵심 철학은 비어 있는 주차장이나 역사적 건물 등 방치된 공간을 지역 문화와 연결된 공간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혹스턴의 인하우스 스튜디오인 에임 스튜디오(AIME Studios)는 각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인테리어를 설계하는 방식을 일관되게 이어가고 있다. 건축 리노베이션은 빈 기반 스튜디오 BWM 디자이너스 & 아키텍츠(BWM Designers & Architects)가 맡았다. 2004년 에리히 베르나르트(Erich Bernard)를 비롯한 다섯 명의 파트너가 설립한 BWM은 건축, 인테리어, 호스피탈리티를 아우르며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는 70인 규모의 스튜디오로, 역사적 건물의 보존과 재활용을 핵심 과제로 삼아왔다. 25hours 호텔 리노베이션, 호텔 토파츠(Hotel Topazz), 오스트리아 엑스포 2025 오사카 파빌리온 건축 설계까지 폭넓은 프로젝트를 다뤄왔다. BWM은 연방 문화재청과 긴밀히 협력하며 1980년대에 덧붙여진 구조물을 걷어내고 치폴리노 대리석으로 외관을 복원했으며, 로비의 알루미늄 기둥과 난간, 출입구는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우리에게 도시를 확장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덧붙이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건물과 요소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라고 BWM의 마르쿠스 카플란(Markus Kaplan)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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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us Hirtzberger

에임 스튜디오의 인테리어

– 20세기 초 빈의 공예 운동을 현대 호텔로

에임 스튜디오는 카를 아펠의 미드센추리 미학과 함께 빈 베르크슈테테(Wiener Werkstätte)를 인테리어의 주요 레퍼런스로 삼았다. 1903년 건축가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과 디자이너 콜로만 모저(Koloman Moser)가 설립한 이 공예 운동은 기하학적 형태, 수공예 중심의 정밀한 마감, 예술과 기능의 통합을 핵심으로 삼았다. 풍부한 색채와 반복적인 기하학 패턴이 직물·가구·도자기·금속 공예 전반에 걸쳐 두루 쓰였으며, 공간 전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완성하는 게잠트쿤스트베르크(Gesamtkunstwerk, 총체 예술)가 이 운동이 추구한 가치였다. 이후 바우하우스와 아르 데코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에도 빈 인테리어 디자인의 중요한 뿌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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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us Hirtzberger

에임 스튜디오는 연방 문화재청과 협력해 1950년대를 반영하는 빈티지 조명, 암체어, 소파, 패브릭을 선별했으며, 트라베르틴 벽과 테라초 바닥이 남아 있는 로비에 루비 레드 컬러의 소파와 크고 작은 식물들로 생기를 더했다. 객실 커튼의 디자인은 빈 베르크슈테테 직물의 기하학 패턴을 응용해 완성했고, 헤드보드는 건축가 아돌프 로스(Adolf Loos)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주름 형태가 돋보인다. “색채가 절제되어 있고 작은 패턴이 있는 오스트리아산 직물을 선별해 빈 베르크슈테테가 추구한 가치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라고 에임 스튜디오의 에런 깁슨(Aaron Gibson)은 설명한다. 이 설계 방식은 객실에만 그치지 않는다. F&B 공간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으며 호텔 전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완성한다. 뉴욕과 빈의 감각을 뒤섞은 비스트로 부비에(Bouvier), 미국 금주령 시대에 성행했던 비밀 주점 스피크이지(speakeasy)를 연상시키는 1950년대 감성의 지하 바 살롱 파라다이스(Salon Paradise), 1950년대 쿠바를 연상시키는 루프탑 바 카요 코코(Cayo Coco)까지 층마다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혹스턴 최초의 오디토리엄으로 마련된 143㎡의 이벤트 공간은 1950년대 영화관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발코니석과 강렬한 블루 컬러의 커튼, 빈티지 샹들리에로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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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us Hirtzberger

역사적 건물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현재의 쓰임과 자연스럽게 결합한 더 혹스턴 비엔나는, 글로벌 브랜드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읽어낼 때 어떤 공간이 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화려한 고전 건축의 도시로만 알려진 빈의 또 다른 과거, 즉 모더니즘과 실험 정신이 살아 숨 쉬던 시대를 이 공간은 조용히 되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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