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으로 엮는 시간, 희녹×칼한센앤선

시간을 견디는 가구와 자연으로 돌아가는 비누

자연과 오래 함께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브랜드 희녹과 118년간 장인 정신을 이어 온 칼한센앤선이 협업 에디션을 선보인다.

선으로 엮는 시간, 희녹×칼한센앤선

유독 곁에 오래 남는 사물이 있다. 한 번 쓰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삶에 깊이 스며드는 것들. 덴마크 남부 퓐(Funen) 섬의 작은 가구 공방에서 시작한 칼한센앤선(Carl Hansen & Søn)이 118년간 지켜온 신념도 그러했다. “나무가 살아있을 때보다 가구가 되었을 때 더 오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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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녹

칼한센앤선은 나무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며 가구를 만들어 왔다. 이 신념은 디자이너 한스 웨그너(Hans J. Wegner)와의 만남을 통해 더욱 견고해졌다. 절제된 형태와 오랜 시간을 견디는 구조. 오늘날에도 칼한센앤선은 사용 목재의 93% 이상을 FSC 인증 원산지에서 조달하고, 공장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가동하며 재료의 수명을 책임지는 행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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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녹

지구 반대편, 한국 남단의 섬 제주에서 시작한 희녹(hinok)도 결을 같이 한다. 숲을 해치지 않기 위해 사람이 직접 가지치기한 편백 잎과 가지만을 조심스럽게 거두고, 빠른 생산 대신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렇게 얻은 원료는 1,000시간의 저온 숙성과 건조를 거쳐 일상의 쓰임으로 이어진 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오래 남기기 위해 공들여 만드는 칼한센앤선의 가구와 자연으로 온전히 돌아가기 위해 천천히 완성되는 희녹의 제품.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자연과 공존하려는 마음은 닮아 있다. 두 브랜드는 유행처럼 반짝이고 사라지는 점(Dot)이 넘치는 시대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지속 가능한 선(Line)을 그려왔다. 그리고 올봄, 그 선이 하나의 교차점에서 만났다.

기다림으로 완성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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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녹

‘더 솝 – 칼한센앤선 에디션’은 희녹의 제주 편백 수제 비누 ‘더 솝’에 칼한센앤선의 소재 ‘페이퍼코드’를 결합한 제품이다. 페이퍼코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재가 부족했던 시기에 탄생했다. 한스 웨그너는 종이 끈을 단단히 꼬아 의자의 좌면과 등받이를 엮어냈다. 재료의 한계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한 시도는 이후 칼한센앤선을 대표하는 소재로 자리 잡았다.

수작업 가지치기로 얻은 제주 편백 오일을 블렌딩해 완성한 희녹의 비누는 장인이 손으로 한 줄씩 엮은 페이퍼코드를 만나 마지막 한 조각까지 무름 없이 제 역할을 다한다. 샤워기나 욕실 걸이에 걸어두고 사용하는 방식으로, 비누 면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 하나의 의자를 위해 수백 미터의 코드를 엮고, 하나의 비누를 위해 긴 숙성과 건조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 빠른 효율 대신 자연과 시간을 존중하는 이 태도가 두 브랜드를 잇는다.

선으로 이어진 시간의 미학

희녹과 칼한센앤선의 협업 프로젝트는 제품 하나를 함께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두 브랜드의 철학은 공간과 전시로도 이어진다. 5월 13일부터 6월 7일까지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리는 전시 〈더 타임리스 코드(The Timeless Cord) – 선으로 이어진 시간의 미학〉에서는 페이퍼코드를 중심에 둔 웨그너의 대표작 다섯 점을 직접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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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 희녹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는 차경(借景)의 방식으로 북촌의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공간이다. 창밖으로는 윤보선가의 긴 돌담과 안동교회의 첨탑이 보이고, 내부에는 편백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그 사이에 놓인 웨그너의 의자들은 존재를 과시하기보다 그 자리에 원래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전시장에는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CH24 위시본 체어를 비롯해, 1950년 도면 속 비례를 그대로 이어 오늘날까지 생산되는 CH22 라운지 체어, 좌면과 등판에 약 475m의 페이퍼코드를 엮어 완성하는 CH25 라운지 체어 등이 자리한다. 특히 CH26 다이닝 체어는 1949년 웨그너가 도면으로만 남겼던 디자인을 칼한센앤선과 웨그너 디자인 스튜디오가 2016년 실물로 복원해 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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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칼한센앤선 플래그십 스토어 Photo: Tomooki Kengaku Photography © STUDIO noem

한편 두 브랜드의 파트너십은 한국을 넘어 일본으로도 이어진다. 도쿄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칼한센앤선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희녹의 대표 제품인 ‘캄 & 밸런스 룸 스프레이(Calm & Balance Room Spray)’를 새롭게 선보이며, 글로벌 공간에서도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함께 제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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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녹

제주 편백의 청량한 향이 윤보선길 골목 어귀까지 번지는 봄의 끝자락, 대를 이어 사용될 의자와 마지막 조각까지 쓰이고 사라질 비누가 한 공간에 나란히 놓여있다. 이 만남이 자연과 오래 함께하는 삶의 방식을 한 번쯤 떠올리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The Timeless Cord – 선으로 이어진 시간의 미학〉

기간 2026년 5월 13일 – 6월 7일
주소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69)
운영 시간 10:00 – 19:00
웹사이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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