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담아내는 공간 문법, 운치 청계천
청계천의 풍경을 실내 깊숙이 끌어들이고, 모든 좌석에서 같은 풍경을 경험하도록 설계한 공간 Wnch(운치) 청계천. 한옥의 구조와 디테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풍경과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험을 완성했다.


청계천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풍경을 조금 더 오래,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떨까. 운치(Wnch)는 그 장면을 실내에서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계획된 공간이다. 이곳의 주인공은 인테리어나 가구보다 창 너머 펼쳐지는 청계천이다. 건축은 자연을 대신 드러내기보다,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프레임이 되는 역할을 택했다.



공간은 청계천의 계절감과 빛을 내부 깊숙이 끌어들이는 하나의 작은 파빌리온처럼 구성됐다. 넓게 열린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이 실내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나무와 수변의 모습이 공간의 일부가 된다. 창은 풍경을 보여주는 개구부를 넘어, 청계천을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건축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 공간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좌석 배치다. 대부분의 카페는 창가 좌석만 좋은 전망을 누릴 수 있지만, 운치는 공간에 들어선 누구나 같은 풍경을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모든 좌석의 축선을 청계천 방향으로 정렬했고, 가장 안쪽 바닥의 높이를 의도적으로 높여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앞사람이나 내부 구조물에 시야가 가리지 않는다.

전통 건축을 해석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한옥의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기둥과 서까래, 그리고 목재 결구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공간 중앙을 받치는 슬림한 원목 기둥과 천장 구조는 한옥의 구조 원리를 현대적으로 번역한 결과다.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반투명 오렌지빛 아크릴 루버는 반복되는 서까래의 리듬을 현대적인 재료로 풀어냈으며, 햇빛과 조명이 통과하면서 시간에 따라 공간에 다양한 그림자를 만든다. 전통의 형태보다 구조와 빛의 원리를 오늘의 공간 언어로 재해석한 셈이다.


디테일 역시 한옥에서 가져왔다. 테이블 상판에는 대청마루의 우물마루와 귀마루에서 볼 수 있는 목재 짜임을 응용했다. 작은 요소 하나까지도 한국 전통 건축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연결하며, 공간 전체에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완성한다.
기획 및 공간 디자인 f.f.f. STUDIO / 강연주
B.I 디자인 studio meet
가구 kaareklint
사진 김옥선(B.oK STUDIO)
클라이언트 @wnch_dongmyo
웹사이트 fffstu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