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품은 경주의 새 도서관, ‘경주서화’
경주서화(慶州書話): 책과 책 사이, 여백에서 나누는 삶의 이야기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 국제설계공모에서 해안건축의 ‘경주서화’가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낮은 건축물과 정원, 마당을 연결해 하나의 마을처럼 구성하고 황성공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열린 공간을 제안한다. 경주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담은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2028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주에 새로운 문화 공간이 들어선다. 경상북도 경주시 황성동에 조성될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이다. 국제 설계 공모를 통해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의 ‘경주서화(慶州書話): 책과 책 사이, 여백에서 나누는 삶의 이야기’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이름 그대로 책을 읽고 지식을 얻는 기존 도서관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책과 책 사이의 ‘여백’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머물며 일상을 나누는 복합문화공간을 제안한다.

경주서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건물의 형태다. 하나의 거대한 매스로 건물을 완성하지 않고, 낮은 건축물 여러 동을 정원과 마당, 담장 사이에 나누어 배치했다. 각각의 공간은 길과 외부 공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하나의 마을을 이루는 듯한 풍경을 만든다. 경주의 전통적인 마을 구조를 오늘날의 도서관에 맞게 새롭게 풀어낸 것이다.

배치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인접한 황성공원과의 관계다. 황성공원의 녹음과 빛누리 정원에서 이어지는 보행 흐름이 자연스럽게 도서관 안으로 이어지도록 건물을 사방으로 열었다. 이를 통해 도시와 공원, 도서관 사이의 경계를 완화하고 시민과 방문객이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의 개념은 1층 ‘도서관 마을’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전통 마을의 골목길과 마당의 질서를 현대적인 공공 공간으로 확장해 길과 마당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동선 구조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갤러리(Gallery), 도서관(Library), 아카이브(Archive), 박물관(Museum)을 결합한 ‘GLAM’ 기능이 자리한다. 벽체로 공간을 구획하기보다 열람과 전시, 기록, 교육 공간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했으며, 중앙 라운지를 기준으로 관리 영역과 이용객 중심의 전시·어린이 영역을 구분했다.

건축의 수직적 중심에는 개방형 아카이브 타워 ‘별담터’가 자리한다. ‘지혜의 별인 책을 담아두는 터’라는 의미로, 지하 1층 보존서고부터 지상 2층까지 통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이다. 내부에는 자동화 서고 시스템을 도입해 책이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미디어 전시로 연출한다. 이용자는 지하에서 자동화 서고 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으며, 2층에서는 하부의 움직이는 서고와 상부의 원형 천창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외피에 적용한 LED 조명은 밤하늘의 별을 은유한다.

2층에 자리한 ‘서가의 누(樓)’는 한국 전통 누각의 공간적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자연을 바라보고 머무는 경계의 장소였던 누각의 개념을 바탕으로 황성공원과 중정의 녹음을 사방으로 조망할 수 있는 오픈 플랜 구조로 설계했다. 20만 권 이상의 장서와 무선 정보 플랫폼이 결합된 통합 정보 공간으로, 목재 마감과 천창·루버를 통한 자연채광을 활용해 사색과 휴식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

친환경 건축 시스템도 적용된다. 태양광 집광 효율을 고려한 경사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빗물을 모아 재활용하는 집수 시스템을 도입한다. 고측창과 건물의 높이 차를 활용한 자연환기 방식과 자연채광 중심의 창호 계획도 적용해 실내 환경과 에너지 효율을 함께 고려했다. 역사성과 장소성, 친환경 기술을 함께 담은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은 2028년 개관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