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거] 소행주

공간 안에 마을을 압축해놓다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는 입주자들이 설계 과정부터 직접 참여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공간을 구성하는 맞춤형 공동주택이다.

[공유주거] 소행주
© Designhouse Inc.

소행주 1호 
기획ㆍ공간 디자인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만들기 
오픈 시기 2011년 4월 
입주 세대 수 9세대 & 마을 기업 3곳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5길 25 
웹사이트 cafe.naver.com/cooperativehousing 

21세기는 흔히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라고 한다. SNS 등 미디어의 발달은 이런 소통을 촉진시킨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가까운 이웃과의 대화조차 허락되지 않는 모순의 시대이기도 하다. 소통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친밀한 교류는 사라져버린 것이다.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이하 소행주)’은 이처럼 단절된 소통의 가치를 회복하고 주거의 다시 보기를 시도하는 공동주택이다.

소행주의 뿌리는 마을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다. 공동 육아와 교육에 대한 필요성에 의해 자발적으로 형성된 성미산 마을이 소행주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공동 육아 방식으로 운영하던 ‘우리 어린이집’ 개원을 시작으로 생협과 마을 카페 등이 생겨났다. 커뮤니티를 위한 접촉면이 늘어나면서 주거에 대한 욕구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공동체의 지속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정주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구성원들이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 공동주택을 짓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땅 주인이 가격을 계속 올려 중도에 토지 매입을 포기한 적도 있었고 입주자 대부분이 건축 문외한이라 예상외의 변수를 고려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이때마다 코디네이터 회사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만들기’는 건축 전문가들과 입주 후보자들 혹은 입주자들 간의 의견을 모아 간극을 줄이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관의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조합을 결성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한 주택협동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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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ignhouse Inc.

집을 짓는 방식부터 일반적인 건축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코디네이터 회사와 입주민은 입주자 참여형 건축 방식을 채택했는데, 일종의 DIY형 집 짓기라고 할 수 있다.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만들기 류현수 공동 대표는 소행주의 취지는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고, 자기 집을 스스로 설계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전문가의 도움만 받으면 누구나 자신이 꿈꾸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런 방식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집집마다 입주민들의 요구 사항에 따라 다락을 설치하기도 하고, 오두막 형태의 베란다를 마련하기도 하는데, 마치 여러 단독주택이 하나의 건물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모습이다. 소행주식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커뮤니티실. ‘마을’에 근간을 두고 있는 만큼 소행주 역시 그 자체로 마을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 중 커뮤니티실은 일종의 마을 회관 역할을 한다. 각 가정마다 한 평 정도의 값을 지불하고 완성한 이 공간은 공동 육아와 공동 식사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소행주의 또 다른 특징은 주택 안에 마을 기업들이 입점해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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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ignhouse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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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행주 3호 입주 세대의 베란다 공간. 입주자는 기획 단계에서 코디네이터 회사에 ‘누울 수 있는 베란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건축가는 이를 수용해 나무 오두막 형태의 베란다를 만들었다. 이처럼 소행주의 모든 세대는 공동 창작으로 완성된다. 
2 소행주 3호의 출입구 쉼터. 작은 공간이지만 입주민뿐 아니라 마을 주민도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소행주 1호에는 공방과 방과 후 교실인 도토리 방과후학교 등이 들어서 있으며 공사가 한창인 4호에는 5개 이상의 마을 기업이 입점할 예정이다. 이것은 소행주가 입주민뿐 아니라 지역사회와도 촘촘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 1층마다 동네 주민들이 잠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마련해 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소행주는 완공 이후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서울시는 최근 소행 주식의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자신들의 경험담을 모은 책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성미산 일대를 벗어나 수유리에 새로운 소행주를 만들고 있으며, 대학 생협 등과 새로운 형태의 기숙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소통을 기반으로 한 소행주의 주거 실험이 지역사회뿐 아니라 주거 시장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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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ignhouse Inc.

소행주 3호의 커뮤니티실과 이어진 야외 공간. 소행주 3호가 들어선 부지의 옛 주인은 집 앞의 오래된 단풍나무를 보존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커뮤니티실을 나무가 있는 야외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공유 공간을 확장시켰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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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집은 자기 손으로 디자인한다는 것이 소행주의 중요한 목표다.”

벌써 다섯 번째 소행주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공간도 차츰 진화했을 것 같다.

물론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커뮤니티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입주민 간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커뮤니티실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또 생활하면서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따로 보관하는 것을 보고 아예 공용 물품 보관실을 별도로 만들게 됐는데, 이곳에서는 입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넣어두기도 한다.

커뮤니티실은 분명 좋은 시도지만 운영상 부작용도 있을 듯하다. 24시간 운영할 경우 층간 소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기본적으로 자체적인 회의를 통해 해결한다. 커뮤니티실은 정확한 용도로 짓는다기보다는 입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주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갑론을박하는 편이다. 그래도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커뮤니티실이 활성화되고 공간이 살아나는 것 같다.

독립 공간을 입주자 참여형으로 구성하는 만큼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일본의 경우 입주자 참여형이라고 해도 설비 라인은 일정한 편이다. 즉 화장실이나 싱크대 위치는 모든 세대가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소행주는 이것조차 모두 입주자의 의견을 반영해 변형한다. 좀 더 다이내믹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설비 라인이 일정치 않아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자기 집은 자기 손으로 직접 디자인한다’가 소행주의 중요한 목표인 만큼 허용된 범위 안에서 이런 자율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소행주 스타일의 협동조합 주택형 임대주택을 활성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새로운 주거 공간이 활성화되려면 어떤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소행주 같은 주택에 입주하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만큼 금융 지원을 통한 재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개인 신용 대출이 됐든, 전세 담보 대출이 됐든, 소행주 사업자 대출이 됐든 말이다. 또 시 차원에서 마을 회관을 구매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이것은 입주자들의 부담을 더는 한편,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구성원들의 의지도 중요하다. 사생활과 개인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에는 선뜻 경제적 부담을 지고 공유 공간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데, 새로운 주거와 삶을 만들겠다는 이들의 의지를 충분히 격려해줘야 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34호(2014.08)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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