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를 디자인한 신문, 〈더 펀데이 프레스〉

신문 한 부를 통째로 놀이로 채우면 어떨까? ‘더 펀데이 프레스’는 매달 약 20개의 게임과 퍼즐을 종이 위에 펼쳐놓는다. 게임 제작자와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읽는 대신 직접 쓰고 풀고 놀게 만드는 신문을 들여다봤다.

놀이를 디자인한 신문, 〈더 펀데이 프레스〉

신문은 늘 머리 아픈 소식으로 가득하지만 숨통을 트여주는 지면도 있다. 바로 크로스워드, 스도쿠, 숨은그림찾기 등이 실리는 퍼즐 섹션이다. 그런데 아예 신문 전체를 놀이로 채우면 어떨까? 게임 제작자 피터 레빈과 디자이너 카트리나 로물로가 함께 만드는 〈더 펀데이 프레스〉가 그것이다.

2026년 3월 창간한 이 월간 신문에는 크로스워드와 단어 찾기, 미로 찾기 같은 익숙한 신문 퍼즐부터 단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추리하거나 새로운 규칙을 발견하는 오리지널 게임까지 약 20종의 게임과 퍼즐이 실린다. 여기에 10개의 펀 팩트와 생활 팁, 아트워크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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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펀데이 프레스〉다섯 번째 이슈 구성.

신문 형식을 빌렸지만 뉴스는 단 하나도 없다. 10년 가까이 카드 게임을 만들어온 레빈은 전통적인 게임이 친구가 놀러 오거나 여행을 떠나는 등 특정 상황에서 꺼내는 물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놀이를 좀 더 일상적인 일로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몇 번이고 다시 찾을 만큼 재미있는 것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신문을 택한 이유는 사용성에 있다. 레빈은 “책은 자리에 앉아서 읽으라 하고, 잡지는 이리저리 넘겨보라고 한다. 반면 신문은 애초에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물건’처럼 느껴진다. 일정한 주기로 찾아와 접고, 낙서하고, 구길 수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형식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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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펀데이 프레스〉다섯 번째 이슈 하이라이트. 비주얼 아이덴티티의 키워드는 웜 노스탤지어다.

제작 과정에서는 게임과 편집 디자인이 긴밀하게 맞물린다. 레빈이 게임의 기본 구조를 만들면 로물로가 이를 지면으로 옮기고, 디자인 과정에서 게임의 구성과 내용도 함께 다듬는다. 비주얼 아이덴티티의 키워드는 ‘웜 노스탤지어warm nostalgia’. 레트로풍 타이포그래피와 신문 인쇄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색상을 활용하는 한편, 매달 새로운 게임과 코너를 자유롭게 수용할 수 있도록 지나치게 엄격한 디자인 시스템은 피했다. 로물로는 “사람들이 일요일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신문을 꺼내 아침을 먹으며 함께 풀어보고 싶어지는 풍경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여섯 호를 만드는 동안 기준도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한 호에 얼마나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덜어낼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레빈은 “지면을 채우는 건 쉽지만, 모든 부분이 그 자리를 차지할 이유가 있게 만드는 건 훨씬 어렵다. 괜찮은 게임이라고 해서 모두 지면에 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더 펀데이 프레스〉가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일상적인 의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Interview
피터 레빈 〈더 펀데이 프레스〉 창립자
카트리나 로물로 〈더 펀데이 프레스〉 디자이너

〈더 펀데이 프레스〉는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만큼 몰입감 있고 즐거운 경험을 만들려는 시도처럼 느껴진다. ‘진짜 재미’를 만드는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피터 레빈 재미를 판단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는 얼마나 몰입하게 만드느냐다. 정말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지금 다른 걸 할 수도 있는데’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눈앞의 일에 완전히 빠져든다. 우리가 재미를 어린 시절과 연결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무언가에 푹 빠져 노는 데 정말 능숙하니까. 두 번째는 ‘한 번 더 하고 싶은가?’이다. 게임 ‘익스플로딩 키튼Exploding Kittens’을 만든 엘란 리에게서 배운 기준인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누군가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것보다 실제로 한 번 더 하고 싶어 하는지가 중요하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사람을 다시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더 펀데이 프레스〉를 만들 때 이 두 가지를 늘 자문한다.

매호 약 20개의 오리지널 게임과 퍼즐을 선보인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

피터 레빈 아이디어의 출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놀이에서 시작할 때도 있고, 우연히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발견한 무언가가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내 메모장에는 늘 수백 개의 아이디어가 쌓여 있지만 대부분은 신문에 실리지 못한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보다 무엇이 정말 재미있는지를 가려내는 일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게임과 퍼즐, 일러스트레이션 등 서로 다른 콘텐츠를 하나의 신문으로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디자인 과정에서 게임 자체가 달라지기도 하나?

카트리나 로물로〈더 펀데이 프레스〉의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친근하고 따뜻하면서 어딘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브랜드 시스템이 지나치게 촘촘하면 디자인에 제약이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 피터가 계속 새로운 게임과 코너를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담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작업은 항상 게임에서 시작한다. 피터가 게임 아이디어를 러프하게 정리한 구글 슬라이드를 보내주면, 내가 이를 실제 지면으로 구현한다. 시안이 나오면 요소의 위치를 바꿔가며 내용이 잘 읽히는지, 게임 방법이 직관적으로 이해되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내용을 줄이거나 문장을 다시 쓰기도 한다. 게임이 디자인에 맞춰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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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펀데이 프레스〉의 각 게임들은 얼마나 몰입하고 싶은지, 한번 더 하고 싶은지를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하나의 게임으로 완성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하다.

피터 레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최대한 빨리 직접 해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든다. 첫 번째 버전은 대부분 너무 복잡하다. 규칙도 많고 설명도 길다. 머릿속에서는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른 사람이 해보면 전혀 재미있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계속 덜어낸다. ‘규칙 하나를 더 없앨 수 있을까?’ ‘페이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 그렇게 단순하게 만든 뒤에는 사람들이 실제로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내가 만든 게임 재미있어?”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대개 친절하게 재미있었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말보다는 행동을 본다. 웃었는가? 몸을 앞으로 기울일 만큼 몰입했는가? 그리고 한 판 더 하고 싶어 하는가?

〈더 펀데이 프레스〉는 ‘100% 휴먼 메이드human made’를 강조한다. AI가 게임과 퍼즐, 일러스트레이션, 콘텐츠까지 빠르게 만들어내는 시대에 이 가치를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피터 레빈 사실 나는 AI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100% 휴먼 메이드’는 기술에 반대한다는 선언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신문을 만들고 싶은지 보여주는 표현에 가깝다. 〈더 펀데이 프레스〉는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신문이다. 누군가는 2개의 힌트 중 무엇을 쓸지 고민하느라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는 작은 일러스트레이션 하나를 직접 그린다. 게임을 해본 뒤 “아니, 이 부분은 별로야”라며 다시 고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서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 이 신문의 목적이라면, 그것을 만드는 쪽에도 AI가 아닌 실제 사람들이 있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9호(2026.09)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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