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프리즈 서울 2026’과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②
국공립미술관부터 상업 갤러리까지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 2026을 앞두고 서울 전역이 ‘아트 위크’의 열기로 달아오르는 중이다. 국공립 미술관부터 주요 갤러리까지, 놓쳐서는 안 될 서울의 주요 전시를 소개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최전선, 〈올해의 작가상 2026〉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 2 전시실
기간 2026년 7월 24일 ~ 12월 6일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 대표 현대미술 시상 제도 <올해의 작가상 2026>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2012년 제정 이래 한국 현대미술의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작가들을 발굴·지원해 온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이해민선, 이정우, 전현선, 홍진훤 후원 작가 4인이 출품한 100여 점의 신작과 주요 작업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회화, 조각, 영상, 사진, 설치 등 다채로운 매체를 활용해 단순히 대상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세계를 구성하는 조건과 이미지의 작동 방식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전시는 네 작가의 서로 다른 시각과 문제의식이 교차하도록 구성되었다. 이해민선은 사물과 환경에 축적된 시간과 흔적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소멸과 지속의 상태를 회화와 설치로 탐구한다. 이정우는 생성형 AI와 데이터 시스템의 작동 및 편향을 추적하며 역사와 기술, 이미지 생산의 조건을 성찰한다. 전현선은 30점의 캔버스로 이루어진 대형 회화 설치를 통해 다층적인 삶의 서사가 공존하는 열린 공간을 구축하며, 홍진훤은 사회운동의 이미지 소비 방식과 빛·어둠을 둘러싼 시각 권력의 경계를 질문한다.


전시 기간 중에는 코미디언 원소윤과 시인 유희경이 참여하는 ‘비평 도슨트’, 작가별 ‘스크리닝 & 토크’ 등 풍성한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는 10월 중 2차 심사와 공개 대화를 거쳐 최종 ‘2026 올해의 작가’ 1인이 선정 및 발표될 예정이다.
동시대 기술과 가상의 경계를 묻다, 〈김희천: 두더지들〉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 2 전시실
기간 2026년 7월 24일 ~ 12월 6일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의 첫 번째 미디어 작가전으로, 동시대 기술 환경과 시각문화에 비평적 시선을 던져온 김희천 작가의 개인전 〈김희천: 두더지들〉이 열리는 중이다. 이번 전시는 2023년 이후 발표한 작가의 주요 근작들과 더불어 서울시립미술관의 제작 지원으로 완성된 신작 게임, 영상, 사진 작업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작가는 게임 엔진 유니티(Unity)로 제작되어 실시간 입력값을 통해 구동되는 자동 재생 게임 ‘커터3′(2023)와 ‘더블포져'(2025)를 선보인다. 나아가 두 작품의 이스터에그로 등장했던 두더지가 땅굴을 파며 두 세계를 오간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신작 비디오 게임 형태의 ‘레몬'(2026)을 함께 배치했다. 이 게임 연작들은 컷의 선후 관계를 해체하고 카메라 시점을 점프시키는 방식을 통해 기술 환경 속에서 포획된 신체 감각과 시간성을 다각도로 실험한다.


함께 공개되는 신작 4채널 영상 ‘말린'(2026)은 생성형 AI와 대형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 찬종의 서사를 다루며, 근미래의 이미지 생태계가 인간의 의식과 시점에 가져올 변화를 묻는다. 여기에 작가가 휴대전화로 기록한 5,841장의 일상 사진 중 100여 점을 선별한 사진 설치 ‘.dng'(2026)가 더해져 실재와 가상, 데이터와 자아 사이의 관계를 촘촘하게 연결한다.

이번 전시는 갓 개관한 서서울미술관의 공간적 특성과 작가의 디지털 상상력이 결합해, 관람객이 물리적 지표면을 벗어나 실재와 가상이 교차하는 감각적 여정을 경험하도록 입체적으로 구성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녹화된 영상 상영에 그치지 않고 게임 엔진이 실시간으로 렌더링하는 자동 구동 환경과 AI 생성 기술을 전시장 전면에 구현해 동시대 미디어아트의 기술적·형식적 확장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아울러 매일 오후 2시 도슨트 해설과 함께 시각·언어 장벽을 낮춘 접근성 프로그램 ‘다언어 전시 읽기’를 운영해 한층 폭넓은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단색화 거장의 변화와 수행, 〈박서보: 변하는 변하지 않는〉
장소 국제갤러리 K1, K3, 한옥
기간 2026년 8월 24일 ~ 10월 18일
국제갤러리에서는 한국 단색화의 거장 故 박서보(1931–2023)작가의 작고 3주기를 기리는 대규모 회고전 〈박서보: 변하는 변하지 않는〉를 만날 수 있다.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또한 추락한다”는 작가의 철학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는 K1, K3, 한옥 공간에 걸쳐 50여 년간 이어진 회화적 모색과 변화의 궤적을 40점의 주요 작품으로 총망라한다.

67.3 x 96.6 cm, Courtesy of PARKSEOBO FOUNDATION and Kukje Gallery © PARKSEOBO FOUNDATION 사진 박서보재단 제공 국제갤러리

200 x 260 cm, Courtesy of PARKSEOBO FOUNDATION and Kukje Gallery © PARKSEOBO FOUNDATION 사진 박서보재단 제공 국제갤러리
전시는 공간별로 작가의 시기별 대표 연작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K1에서는 1967년 시작되어 ‘나를 비우는 수행’의 정수를 보여주는 초기 ‘연필묘법’과 1980년대 한지의 물성을 탐구한 ‘지그재그묘법’, 아궁이의 그을음 색채와 엄격한 구조를 지닌 ‘흑백묘법’을 만날 수 있다. K3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피로를 흡인하는 “치유의 색”을 도입한 2000년대 ‘색채묘법’을 대형 공간 안에서 선보인다. 고즈넉한 한옥 공간에서는 2019년 이후 재개한 ‘연필색채묘법’과 작고 전까지 몰두한 마지막 연작 ‘신문지묘법’을 통해 신체의 호흡과 예술의 본질에 집중했던 말년의 치열한 예술혼을 드러낸다.



더불어 지난 8월 21일 서울 연희동 작가의 옛 작업실 부지에 공식 개관한 ‘박서보미술관’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코스다. 최문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가 설계한 이곳에서는 개관전으로 〈박서보와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이 열리고 있어, 국제갤러리 회고전과 함께 방문한다면 시대를 초월해 현대미술과 호흡하는 박서보의 예술 세계를 한층 깊이 있게 체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