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향한 다양한 시선, 프리즈 하우스 서울에서 만나는 두 전시
다나베 치쿤사이 4세의 대규모 설치 신작 및 폴라 쿠퍼 갤러리 그룹전
프리즈 위크를 맞아 프리즈 하우스 서울에서 자연을 주제로 한 두 전시가 열린다. 대나무로 보이지 않는 자연의 연결망을 구현한 다나베 치쿤사이 4세의 개인전과 14명의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풍경을 풀어낸 폴라 쿠퍼 갤러리의 그룹전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연과 인간, 환경의 관계를 바라보는 두 전시를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9월의 서울은 뜨겁다. 서울 아트위크를 맞아 도시 곳곳이 예술의 열기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있다. 그리고 프리즈가 운영하는 한남동 프리즈 하우스 서울에서도 프리즈 위크에 맞춰 두 전시가 나란히 열리고 있다.
유메코보 갤러리(Yumekoubou Gallery)가 선보이는 다나베 치쿤사이 4세(Tanabe Chikuunsai IV)의 개인전 〈비가시의 숲(INVISIBLE FOREST)〉과 폴라 쿠퍼 갤러리(Paula Cooper Gallery)의 그룹전 〈숲·대지·초원(WOODS LANDS MEADOWS)〉이다. 두 전시 모두 자연과 풍경을 다루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한쪽은 대나무를 통해 자연 속 보이지 않는 연결을 공간으로 펼쳐내고, 다른 한쪽은 14명의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포착하고 재구성한 풍경을 보여준다.
다나베 치쿤사이 4세의 개인전 〈비가시의 숲〉
3층과 2층에서는 일본의 대나무 예술가 다나베 치쿤사이 4세의 〈비가시의 숲〉을 만날 수 있다. 대대로 대나무 공예를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전통 대나무 공예를 동시대 조각과 대규모 설치로 확장해온 작가다. 까사 로에베 서울과 나리타 국제공항 등에서도 공간을 가로지르는 대규모 대나무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오른쪽) Tanabe Chikuunsai IV, Creation Through Collapse – Tower of the Cosmos, 2026, Courtesy of Yumekoubou Gallery (Photo by Tadayuki Minamoto)
이번 전시에서 다나베가 주목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이다. 숲속 땅 아래에서는 균류와 미생물, 식물의 뿌리가 복잡하게 얽혀 하나의 생태 네트워크를 만든다. 작가는 이러한 자연의 구조에서 디지털 미디어로 촘촘하게 연결된 현대사회의 모습을 발견했다.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다.

전시는 3층에서 시작한다. 1부 ‘SHIKAI(始壊)’에는 대나무와 흙으로 만든 흰색과 검은색의 조각들이 놓여 있다. 흰색은 생성, 검은색은 소멸을 뜻한다. 재료를 붓고 깎고 쌓은 흔적을 그대로 남기며, 하나의 생명이 생겨나고 사라진 뒤 다시 시작되는 자연의 순환을 보여준다.

2층으로 내려가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약 7,000개의 대나무 조각으로 만든 대규모 설치 ‘INVISIBLE FOREST’가 공간 전체를 뒤덮는다. 수많은 대나무가 얽히고 뻗어나간 모습은 땅속의 거대한 균사체를 떠올리게 하고, 그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가 공간을 하나의 숲처럼 바꿔놓는다. 관람객은 그 사이를 직접 거닐며 작품을 바라보는 동시에 거대한 연결망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폴라 쿠퍼 갤러리의 그룹전 〈숲·대지·초원〉
1층과 지하 1층에서는 폴라 쿠퍼 갤러리의 그룹전 〈숲·대지·초원〉이 이어진다. 전시 제목은 칼 안드레(Carl Andre)가 1972년에 쓴 시 「WOODS WOODS LANDS WOODS LANDS MEADOWS」에서 가져왔다. 테리 애드킨스(Terry Adkins),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 한스 하케(Hans Haacke), 솔 르윗(Sol LeWitt) 등 서로 다른 세대의 작가 14명이 참여했다.

(오른쪽) Sarah Charlesworth, Homage to Nature, 1995, Cibachrome print with mahogany frame © The Estate of Sarah Charlesworth. Courtesy Paula Cooper Gallery, New York.
Photo: Steven Probert Studio
앞선 전시가 대나무로 하나의 거대한 숲을 만들었다면, 이곳의 풍경은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회화와 조각부터 사진, 콜라주, 텍스트까지 매체도 제각각이다. 작가들에게 풍경은 눈앞의 자연을 그대로 옮긴 장면이라기보다 개인의 기억과 역사, 사회적 경험이 겹쳐지는 대상에 가깝다.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그 차이가 더욱 선명해진다. 신시아 호킨스(Cynthia Hawkins)는 자신의 이동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도를 새롭게 바라보고, 베로니카 라이언(Veronica Ryan)은 어린 시절 경험한 섬의 풍경을 통해 이주와 상실, 환경의 취약성을 이야기한다. 한스 하케의 〈Sky Line〉(1967)은 흰 풍선을 공중에 띄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와 바람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풍경을 이루는 물질 자체에 집중한 작업도 눈에 띈다. 테리 애드킨스는 야생 식물의 형태를 대형 종이 작업으로 옮기고, 제니퍼 바틀렛(Jennifer Bartlett)은 나무의 유기적인 형태와 규칙적인 격자를 한 화면에 겹쳐 놓는다. 세실리 브라운의 〈Temptation of the Lapin〉(2023)은 리처드 애덤스의 소설 『워터십 다운』에서 영감을 받아 숲을 억압과 탈출, 생존이 뒤얽힌 장면으로 그려낸다.
서울 아트위크를 맞아 서로 다른 두 전시가 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프리즈 하우스 서울. 동시대 작가들이 바라보는 자연과 풍경,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프리즈와 키아프를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전시장을 벗어나 도시 곳곳으로 이어지는 예술의 열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프리즈 하우스 서울로 향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다나베 치쿤사이 4세의 개인전 〈비가시의 숲〉 · 폴라 쿠퍼 갤러리의 그룹전 〈숲·대지·초원〉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15길 17 프리즈 하우스 서울
기간 2026년 8월 27일 – 9월 19일
운영시간 화요일 – 토요일, 오전 11시 – 오후 6시
참여 갤러리 폴라 쿠퍼 갤러리, 유메코보 갤러리
웹사이트 frieze.com
인스타그램 @frieze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