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의 한국성 ④] 한국적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 이상엽 × 이근

월간 〈디자인〉 Vol.581 | Special Feature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제네시스는 한국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고유한 철학과 문화를 바탕으로 럭셔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년간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이끌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한 이상엽과 자동차와 도시, 디자인의 관계를 탐구해 온 이근이 대화를 나눴다.

[지금 여기의 한국성 ④] 한국적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 이상엽 × 이근

럭셔리는 시간을 견디는 가치다. 좋은 디자인은 유행을 좇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깊이를 드러낸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제네시스는 한국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고유한 철학과 문화를 바탕으로 럭셔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년간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이끌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한 이상엽과 자동차와 도시, 디자인의 관계를 탐구해 온 이근이 제네시스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두 디자이너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한국적 럭셔리가 어떤 가치와 태도를 지향해야 하는지 그 실마리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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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홍익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뒤 미국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ArtCenter College of Design 자동차디자인학과를 우등 졸업했다. 피닌파리나와 포르쉐 디자인 센터를 거쳐 1999년 GM에 입사해 쉐보레 카마로와 콜벳 스팅레이 콘셉트카 등을 디자인했다. 이후 폭스바겐 미국 디자인 센터와 벤틀리에서 선행 및 외장 디자인을 총괄하며 플라잉스퍼, 컨티넨탈 GT, 벤테이가 등을 이끌었고, 2016년 현대자동차에 합류해 현재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gene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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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홍익대학교 산업 디자인 학사와 석사를 거쳐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자동차 디자인 석사 학위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교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우자동차 디자인센터 책임연구원으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2001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로 부임해 자동차 디자인과 모빌리티 분야의 연구 및 교육을 맡았다.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장, 스마트모빌리티연구소장, 미술대학장과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클리오디자인 모빌리티개발 총괄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kliodesign.com
제네시스에 합류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어떤 시간이었나?

10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브랜드는 어느 순간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진화해 나가는 여정이다. 지난 10년도 중요했지만 앞으로의 10년, 20년이 더욱 중요한 시간이다. 첫 10년간은 제네시스만의 라인업을 만들면서 동시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일에 주력했다. 사실 럭셔리 브랜드를 표방하는 입장에서 10년 안에 8개의 차종을 만들고 브랜드의 기틀을 온전히 다진 것은 자동차 인더스트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라인업을 완성하며 진화해 왔다면,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더욱 고도화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

자동차를 둘러싼 공간과 서비스, 문화, 경험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자동차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서 디자인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나?

자동차 디자이너가 자동차만 디자인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모든 접점을 함께 디자인해야 한다. 럭셔리 브랜드의 고객은 가치가 있다고 느낄 때 기꺼이 투자한다. 그렇기에 제품만 잘 만드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매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제품을 둘러싼 모든 경험을 총체적으로 디자인해야 하고 그 중심에는 브랜드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소비재다. 고객이 차를 보고, 구매하고, 서비스를 경험하는 전 과정이 더 아름답고 특별한 경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디자인의 영역도 확장된다. 운전하는 순간은 물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험, 자동차가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까지 모두 디자인의 일부가 된다. 제네시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브랜드 경험이다. 사람은 시각에 가장 크게 의존하지만 럭셔리는 시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간과 서비스, 촉감과 향처럼 다양한 감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가 된다. 제네시스가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 계속 질문을 던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럭셔리 브랜드들은 오랜 역사와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문화를 구축했다.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제네시스는 어떤 방식으로 고유의 럭셔리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흔히 제네시스의 역사가 짧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뿌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인적으로는 현대 스텔라가 그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당시 독자적인 중형 세단을 만들겠다는 도전 정신이 지금의 제네시스로 이어졌다고 본다. 물론 뿌리만으로 브랜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시대는 계속 변하고 럭셔리에 대한 기준도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읽고 브랜드 역시 함께 진화하는 일이다.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편안하며 오래 탈 수 있어야 한다. 그 위에 자율 주행이나 SDV 같은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자연스러운 사용 경험으로 연결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제네시스는 기본기를 더욱 단단히 다지는 한편, 새로운 가능성을 꾸준히 탐구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자 새로운 도전의 시기다. 앞으로 럭셔리의 완성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아직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럭셔리 브랜드가 많지 않다. 제네시스는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이해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같은 맥락에서 소프트웨어도 기능을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사실 10년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제네시스가 없더라도 자동차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훌륭한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절실하게 질문해야 한다. 지금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럭셔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한국에서 시작한 브랜드로서 어떤 가치를 보여줄지. 그런 고민이 충분히 쌓일 때 제네시스만의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자연은 가장 거대하고 원초적인 영감의 원천이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의 출발이고 오랜 지혜의 축적이다. 자연에는 수억 년 동안 만들어진 균형이 자리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이 아직 헤아리지 못한 것이 자연에는 많다. 1대 현대 디자인센터장인 박종서 관장님의 책 〈꼴, 좋다!〉를 보면 좋은 디자인의 원형을 자연에서 찾는다. 그리고 결국 관찰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자연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느냐는 각자 다르다. 무엇을 발견하고 어떻게 영감으로 가져올 것인지는 디자이너의 몫이다. 아직도 배울 게 많다.

미국 GM, 폭스바겐, 벤틀리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 경험이 지금 제네시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나?

제네시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농담처럼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8개 나라에서 15개 브랜드를 경험한 시간이 결국 제네시스를 만들기 위한 배움의 과정이었다고 말이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나라가 바뀌면 문화도,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모두 달라진다. 독일, 영국, 미국, 일본, 이탈리아에서 일하며 서로 다른 관점과 가치관을 배웠고, 고객마다 무엇에 끌리는지, 브랜드는 어떻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를 경험했다. 무엇보다 좋은 디자인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늘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성장했고, 그런 경험은 더 많이 듣고 배우려는 자세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가능성과도 연결된다고 본다. 한국은 다양한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제네시스 역시 글로벌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만의 정서와 태도를 담아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제네시스는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에 담아내나?

한국적인 것을 하나의 방식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영감은 한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의 태도,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다양한 모습에서 온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제네시스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한국적인 태도로는 ‘대담하지만 겸손한 자세’를 꼽고 싶다. 디자인에서도 그 두 가지를 어떻게 함께 표현할지 고민한다. 또한 한국에는 손님을 환대하는 문화가 있고 ‘덤’이라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 기대한 것보다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한 걸음 더 다가가는 태도 말이다. 그런 마음이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를 비롯한 브랜드 경험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야 한다. 서울이라는 도시도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전통과 현대, 정적인 분위기와 역동성, 첨단 기술과 장인 정신처럼 서로 다른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이런 상반된 가치가 균형을 이루는 모습은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역동적인 우아함’과도 맞닿아 있다. 사실 우아함은 디자인으로 구현하기 가장 어려운 가치다. 절제할 줄 알아야 하고, 덜어낼 줄 알아야 한다. 동시에 엔지니어링과 생산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도 필요하다. 그래야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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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룬 콘셉트Neolun Concept는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하는 ‘환원주의 디자인reductive design’을 기반으로 제네시스의 미래 럭셔리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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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도어를 모두 개방한 제네시스 네오룬.
네오룬Neolun과 GV90는 제네시스의 한국적 미학을 잘 보여준다.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몇 년 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달항아리 백자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이 큰 영감을 주었다. 달항아리는 완벽한 대칭이 아닌데도 놀라울 만큼 균형이 아름답다. 절제된 형태 안에서 여백의 미학이 드러나고 자세히 볼수록 깊이 있는 디테일이 보인다. 무엇보다 10년, 100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이것이 제네시스가 추구해야 할 미학이 아닐까 생각했다. 루크 동커볼케Luc Donckerwolke 사장과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거의 20년 가까이 함께 디자인해 온 만큼 디자인 철학에 대한 공감대가 깊다. GV90를 구상하면서도 달항아리처럼 깨끗한 볼륨과 꾸밈없는 아름다움, 덜어냄의 미학을 어떻게 현대적 럭셔리로 구현할 것인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네오룬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름 그대로 ‘새로운 달’이라는 의미로 달항아리의 철학을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로 풀어내고자 했다.

최근 해외에서도 제네시스 디자인을 하나의 스타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제네시스다움’을 어떻게 정의하나?

디자인에서 원칙과 룰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제네시스가 지켜야 할 원칙에는 앞서 언급한 ‘역동적인 우아함’이라는 철학이 있다. 인테리어에서는 여백의 아름다움을 통해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타임리스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고객이 자동차를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편안하고 특별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국 우아함이라는 가치는 시대가 변해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가치를 구현하는 방식은 계속 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개인 맞춤형 서비스나 차량 안의 버틀러 같은 경험도 이제는 기술을 통해 가능해졌다. 5년 전의 관점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고, 필요하다면 기존 방식을 과감하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철학은 지키되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과 구현하는 방법은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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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형태와 자연스러운 곡선에서 영감을 얻은 GV90는 달항아리를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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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90는 달항아리의 순수한 형태와 자연스러운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한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절제된 실루엣과 균형 잡힌 비례를 구현했다. 윙 페이스 MLA 헤드램프, 달항아리를 닮은 후면의 유려한 곡선, 볼륨감 있는 차체는 GV90만의 우아하고 강인한 디자인을 완성한다.
현재 제네시스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집중하는 영역은 무엇인가?

제네시스는 이제 브랜드만의 색과 문화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가는 단계에 있다. 그 과정에서 세 가지 영역을 중요하게 본다. 가장 먼저 럭셔리를 꼽을 수 있다. GV90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럭셔리의 차이는 고객이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완성도를 높였는지에 달렸다. GV90 네오룬이 그런 고민의 결과다. 특히 도어 힌지처럼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부분까지 디자인과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작은 요소 하나까지 고민하는 과정이 결국 고객을 배려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둘째로 모터스포츠도 제네시스가 강화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유럽에서 인정받는 럭셔리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도전 정신과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을 통해 고성능 영역에 대한 경험을 쌓고, 브랜드가 가진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마지막은 ‘쿨 팩터’다. 다른 브랜드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제네시스만의 매력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가치를 어떻게 더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소프트웨어는 제네시스가 가진 큰 가능성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디자인 영역은 모빌리티 디바이스, 피지컬 AI, 자율 주행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계속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소양과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끝까지 고민하고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이 쌓여야 한다. 디자인은 결국 고민한 깊이만큼 나온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집요한 고민에서 비롯된다. 예전에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50대가 되니 이제야 창의력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당시에는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창의성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떠올리는 능력이 아니라 오랜 시간 관찰하고 고민하며 자신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결국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을 돌아보고, 고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일수록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를 다루는 능력만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본질을 바라보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제네시스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라나?

빠른 것보다 잘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세계 최초’라는 표현보다 한 단계씩 제대로 쌓아가는 과정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제네시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자동차 브랜드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10년을 자축하기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는 자세로 앞으로의 긴 여정을 준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결국 고객이다. 디자인은 만드는 사람의 의지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그 가치를 판단한다. 그렇기에 제네시스가 담고자 한 철학과 깊이에 고객이 진심으로 공감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지금 이야기하는 방향은 현재의 라인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10년, 20년 뒤 제네시스가 어떤 브랜드가 될지를 기대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81호(2026.1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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