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읽는 시간, 발뮤다 더 클락

시계의 필수 요소는 무엇일까. 모르긴 몰라도 시간을 알려주는 시침과 분침은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요소를 모두 제거한 시계가 등장했다. 발뮤다의 ‘더 클락’이다.

빛으로 읽는 시간, 발뮤다 더 클락

시계의 필수 요소는 무엇일까. 모르긴 몰라도 시간을 알려주는 시침과 분침은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요소를 모두 제거한 시계가 등장했다. 발뮤다의 ‘더 클락’이다. 일상의 도구를 새롭게 해석하는 이 브랜드는 이번에도 익숙한 구조를 비틀었다. ‘시’는 숫자의 점등으로, ‘분’은 12시부터 시계 방향으로 차오르는 빛으로 표시한다.

이러한 발상은 테라오 겐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숙면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잠들기 전 편안한 빗소리를 들려 주는 ‘개인적인 시계’를 떠올렸다. 이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자극 없이 시간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더해지며, 지금과 같은 빛 중심의 표현 방식이 정해졌다.

물론 구현은 간단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빛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수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뮤다는 빛이 발광하기보다 흰색으로 칠해진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했다. 문자판의 빛이 진자처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도 특징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디자인팀은 국립과학박물관에서 푸코의 진자를 직접 관찰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 끝에 단순한 표시를 넘어 시간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완성됐다.

20260420124802 scene timer 02
‘시’는 숫자의 점등으로, ‘분’은 12시부터 시계 방향으로 차오르는 빛으로 표시했다.

알람 시계인 만큼 사운드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사내 디자이너와 외부 뮤지션으로 구성된 팀이 모든 음원을 제작했으며, 실제 환경음과 악기 연주를 조합해 트랙을 완성했다. 작은 크기이지만 우퍼와 트위터를 갖춘 스테레오 구조까지 적용해 공간에 스며드는 사운드를 구현한 점도 특징이다.

한편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뮤다 팀은 알람 시계를 설계하는 것을 넘어 시간과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단순히 깨우는 기능을 넘어 하루를 구성하는 각각의 순간, 즉 기상, 집중, 휴식을 더 나은 경험으로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며, 사람마다 원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발견했다.

20260420124855 app
전용 앱인 발뮤다 커넥트와 연계해 알람 시간이나 사운드 등을 조정할 수 있다.

그래서 발뮤다는 더 클락을 ‘좋은 시간을 제공하는 도구’로 정의했다. 이러한 관점은 기능으로 이어졌다. 일을 마치고 쉬는 시간을 위한 ‘릴랙스 타임’에는 빗소리, 큰 강을 따라 흐르는 배의 소리, 산장 속 난로의 울림 등 다양한 오리지널 사운드를 제공한다. ‘타이머’ 기능에서는 일정한 화이트 노이즈가 흐른다. 이렇듯 다양한 기능을 담았지만 외관은 오히려 절제했다. 알루미늄 블록을 통째로 깎아 만든 보디는 텍스처 블라스트와 아노다이징 공정을 거쳐 완성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5호(2026.05)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