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디 개교 20주년

한국 디자인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개교 20주년을 맞아 사디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오픈 캠퍼스’ 행사를 마련했다.

사디 개교 20주년

삼성 디자인 전문학교(Sadi, 이하 사디)가 올해로 개교 2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삼성 이건희 회장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21세기는 디자인 경쟁력이 기업 경영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디자인 혁명’을 선언했고, 그해 사디가 출범했다. 사디의 설립 목적은 무엇보다 실무형 디자인 인재를 기르는 데 있다. 디자인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도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신입 디자이너들이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을 실무 현장에 투입시키기 위해서 최소 3년 정도 교육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디는 기업 시스템을 학교 시스템에 접목, 실무형 스타일의 교육 커리큘럼을 완성시켰다. 사디 교육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 크리틱 방식 수업이다.

디자인 리서치나 프레젠테이션과 같이 현장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건전한 비평을 듣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교육부 산하 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입학 사정 방식과 커리큘럼 구성이 자유롭다는 것도 큰 강점인데, 이 때문에 지난 20년간 사디는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교육 시스템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적용할 수 있었다. 1년 2학기제에서 3학기제로 학기 구성을 바꾼 것이나 입학 과정에서 실기 시험을 없애고 심층 면접 방식을 도입한 것도 모두 그런 실험의 연장선상이다. 미술 비전공자 입학 제도를 도입해 이전에 미술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학생이라도 잠재력이 있으면 선발하도록 한 것도 사디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됐다. 입시 미술로 대표되는 기존 대학 입시의 폐해를 효과적으로 극복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나이와 배경의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이루었다.

이처럼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고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 시스템을 연구하며 꾸준히 진화한 덕분에 사디 졸업생들이 디자인 현장 곳곳에서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사디 졸업생은 특히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프로젝트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한 디자인 스킬을 가르치기보다는 문제 해결 방식을 기르도록 노력한 결과다. 개교 20주년을 맞아 사디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오픈 캠퍼스’ 행사를 마련했다. 지난 20년 동안 사디가 가장 공들인 부분이 교육 시스템인 만큼 디자인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사디 교육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특히 기존 대학 입시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음에도 사디 입학을 준비하려면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형태의 입시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모순을 해결하고, 나아가 예비 학생들에게 디자인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고 향후 어떤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지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 오픈 캠퍼스는 현재 8월 13~14일의 1차 프로그램을 마치고 10월 9~10일 열리는 2차 프로그램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년간 디자인 교육의 한계를 스스로 실험하며 성장해온 사디의 성과와 결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20260508044202 KakaoTalk 20260508 133211247

Interview

20260508045242 150904000001815 O
지난 20년간 디자이너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나?

2000년대 들어 디자인 산업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디자인이 단순한 스타일링을 넘어 사업의 열쇠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기업들은 단기 영업이나 마케팅 전략보다 장기적인 비전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따라서 디자이너 또한 아름다운 형태를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필요성이 생겼다.

사디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글로벌 이노베이터’를 키우는 것이다. 일반 디자인 대학에서 창의적인 디자이너를 양성한다면 사디에서는 이노베이터를 양성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사회 각 분야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모두 공감하지만 그 혁신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는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다. 이제 벤치마킹 시대는 지났다.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스스로 연구해야 하는데 디자인은 그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주변에서 사디 출신 학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창의적 능력을 더 잘 발휘한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킬이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입학 과정 개편에도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다.

이전에도 사디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을 선발해왔지만 학문간 융복합이 심화됨에 따라 기존 입학 시스템을 더 심화하고 구체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 2년간 인사 전문가, 사디 교수진과 연구를 계속해왔다. 창의적 인재란 어떤 사람인지, 학생을 선발할 때 어떤 측면을 봐야 하는지 등 더 좋은 인재를 어떻게 발굴할 수 있을지 많은 연구를 했다.

사디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인 지능을 키우는 것이다.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이 뛰어나도 훌륭한 리더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는 협력과 설득의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설득시키는 기술은 디자이너에게 필수다. 이 역량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결코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창의성은 다른 경험, 낯선 경험에서 오기 때문에 이제까지 하지 못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려 한다.

지금 사디가 가장 고민하는 점이 있다면?

커뮤니케이션, 제품, 패션 디자인 3개 학과를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디자인 분야의 융합을 경험하는 것은 학생들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접하고 나와 다른 시각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3학년 2학기에 모든 사디 학생이 인턴십이나 산학 과제를 진행하는데, 특히 삼성전자와 차세대 과제를 해결하는 여름 캠프를 운영한다. 6주 동안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3개 학과 학생들이 함께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것도 모두 같은 맥락의 실험이자 노력이다.

삼성에서는 사디에 어떤 투자를 하나?

다양한 산학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이나 해외 연수라는 실질적인 혜택도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의 훌륭한 인재들이 사디 학생과 일대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지원이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와 수시로 만날 수 있고, 실무자들이 수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며 서포터와 멘토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260508022140 150904000001818 O
© 사디 기초학과 학기말 전시 전경

Interview

20260508050744 150904000001816 O
사디 개교 20주년을 맞이하는 감회가 궁금하다.

힘든 수업 과정 속에서 밤새우는 것까지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학생들의 열정과 뚜렷한 목표 의식, 교수들의 헌신, 그리고 삼성의 지원이라는 3박자가 잘 어우러진 것 같다. 잠재력만을 가지고 입학한 학생들이 성장하여 디자이너로서 사회에서 당당하게 일하고 있다는 점이 뿌듯하고 대견하다. 그동안 사디는 타 대학에 많은 자극이 되었고 그들의 커리큘럼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는데 지난 20년간 단단한 교육과정을 구축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1995년 설립 당시 사디가 추구한 비전과 목적은 무엇이었나?

세계적인 명문 디자인 학교가 되는 것이었다. 기업가 정신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 뛰어난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인재, 세계적인 디자인 리더를 길러내고자 하는 비전이 있었고 이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디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탄탄한 기초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시각적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기초 조형의 필수 요소를 기초 교과목에 연계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또 나이와 경험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활한다는 것, 크리틱 수업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협업의 개념을 익힐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선 기본 체력을 기르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디의 3년 과정도 든든한 체력을 필요로 하는데 건강한 학생일수록 더 적극적인 태도와 마음가짐을 드러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데이 북(day book)을 활용하는 습관 또한 추천하고 싶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과정을 글과 그림, 단어와 그래픽, 또는 간단한 도형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기르면 추후 디자인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주된 소통 방법이 말과 글을 통한 것이었다면, 이 방법은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개발하도록 돕는다.

Interview

20260508052200 150904000001817 O

올해 처음 마련한 오픈 캠퍼스는 학생들이 사디의 체계화된 교육을 체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돕기 위해 기획했다. 특히 디자인을 배우기 위한 준비부터 실제 교육, 사회 진출이라는 디자이너의 여정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오픈 캠퍼스를 통해 학생들이 디자이너로서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오픈 캠퍼스는 디자인 수업 체험뿐 아니라 사디 1학년 학생들의 한 학기 결과물을 살펴볼 수 있는 파이널 전시 관람, 2학년 재학생들과의 토크, 졸업생들과의 소그룹 커리어 토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이번 행사가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하고 더 나아가 멘토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디 출신 졸업생에게 듣는다

지난 20년간 사디가 배출한 졸업생들은 세계 각국, 디자인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중 이번 오픈 캠퍼스에 참여해 후배들에게 유익한 조언을 건넨 졸업생 6명에게 사디에서 얻은 가장 값진 자산이 무엇인지 물었다.

엄태원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내게는 사디에서 시각 디자인의 기본을 배운 것이 가장 값진 자산이다. 체계적으로 그림이나 디자인을 접해본 적이 없던 내게 사디의 기초 과목은 특히 소중한 경험이었다. 당시의 지식과 경험이 현재 디자이너로 일하는 데에도 계속 도움이 되고 있다.

20260508025829 150904000001821 O
© 갤럭시 S6 카메라 UX (출처: 삼성전자 홈페이지)

염경섭 

지금 나처럼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제도 밖의 교육기관이었음에도 사디를 믿고 모인 학생들의 열정과 자부심만으로도 사디는 이미 최고의 학교였다.

20260508025928 150904000001819 O
© 타입 페이스 모션 그래픽

한현민 

시간 안에 마무리하는 법, 자신과의 싸움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 것이 내겐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여기서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힘들더라도 더 나아갈 것인지 고민하던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또 다른 전공의 동기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

20260508030004 150904000001823 O
©뮌 컬렉션

홍빛나 

나에겐 사디가 인생의 큰 터닝 포인트였다. 디자이너로서의 가치관, 철학, 기술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한 사람으로서, 또 디자이너로서의 나 자신을 만들어가던 시간이었다. 후회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는지 스스로 수백 번 질문하며 며칠간 밤을 새우곤 했다.

20260508042226 150904000001820 O
© 섀도우 스트럭쳐(Shadow Structure)

홍석원 

커뮤니케이션과 제품 디자인, 두 개 학과에서 배운 모든 것이 지금까지 내가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데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 사디 후배들에게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더 많이 보고 듣고 대화하고 느끼는 데에 시간을 보내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20260508042340 150904000001822 O
© 삼성전자 3D 블루레이 플레이어 BD-D6700

손아림 

디자인적 사고를 하는 법, 크리틱 수업을 통해 배운 사물을 제대로 보는 법, 진정한 협업의 의미를 배운 것 등은 회사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동기들 사이에서 뒤처질까 신입생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20260508042445 150904000001824 O
© 메디룸 & 메디 체어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47호(2015.09)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