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길상을 품은 선물 가게, 촘촘 서울
매듭으로 엮은 환대의 공간
서울 소격동 고즈넉한 거리 한편에 문을 연 한국식 과자 선물점 ‘촘촘’. 논스페이스가 네이밍부터 브랜딩, 공간 설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맡아 촘촘의 서사를 완성했다.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의 고즈넉한 거리 한편에 한국식 과자 선물점 ‘촘촘(chom chom)’이 첫 매장을 열었다. 촘촘은 한국의 전통 길상(吉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다. 청송산 대추와 사과, 단호박, 쑥 등 국산 식재료로 만든 길상 샌드쿠키를 선보인다. 디자인 스튜디오 논스페이스(NONE SPACE)는 네이밍부터 브랜딩, 공간 설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맡아 촘촘의 서사를 완성했다.
매듭에서 시작된 브랜드 언어
최근 리테일 공간에서 전통은 종종 익숙한 이미지로 소비된다. 한옥의 형태를 가져오거나 전통 재료를 표면적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촘촘은 전통의 외형보다 그 안에 담긴 관계의 방식에 집중한다.


촘촘의 근간은 한국 전통 매듭에 있다. 매듭은 묶는 기술 이전에 한국인이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논스페이스는 매듭의 조형적 아름다움보다 매듭을 짓는 행위에 담긴 의미에 주목했다. 느슨해질지언정 쉽게 끊어지지 않는 인연의 속성, 실 한 올 한 올을 엮으며 상대를 떠올리는 정성. 이를 공간 안에서 풀어내기 위해 ‘정표(情表)’를 콘셉트로 삼았다. 정표는 상대를 향한 마음을 물건에 담아 건네는 전통적 장치다. 촘촘에서 과자를 고르고 포장해 건네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마음을 엮는 행위가 되길 바랐다.


예로부터 복과 안녕을 기원하며 사용해온 길상 무늬. 논스페이스는 한국 전통의 길상 상징을 네 가지 정표로 재구성했다. 학과 모란은 ‘성취’, 잉어와 연꽃은 ‘인연’, 거북이와 금낭화는 ‘안녕’, 호랑이와 소나무는 ‘수호’를 상징한다. 각 도상은 하나의 선에서 출발해 서로를 감싸고 다시 연결되는 유기적인 구조로 그려졌다. 매듭이 맞물리듯 마음과 마음이 엮이는 순간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 도상들은 패키지 그래픽부터 공간의 라이팅 월과 리셉션의 모시 자수까지, 브랜드 전반을 관통하는 시각 언어로 작동한다.
선물처럼 펼쳐지는 공간 시퀀스



촘촘의 공간은 그리 크지 않다. 소규모 매장이라는 조건은 오히려 동선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여지가 된다. 과거의 문은 집의 경계이자 집안의 성격을 드러내는 요소였다. 촘촘의 입구 역시 브랜드의 태도를 압축한다. 문고리와 동판 사이니지에는 촘촘의 로고가 오브제로 확장되어 있다. 전통 길상 문양 ‘대길(大吉)’의 도상에서 출발한 로고는 방문객에게 좋은 인연과 복을 기원하는 환대를 건넨다. 브랜드의 세계관은 공간 안이 아니라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입구를 지나 마주하는 첫 번째 공간은 정성스럽게 포장된 ‘함(函)’의 내부를 연상시킨다. 리셉션 뒤편에는 모란과 연꽃, 금낭화, 소나무를 수놓은 모시천 자수가 정갈하게 자리한다. 논스페이스는 이 길상의 상징들을 단순 장식 요소로 다루지 않았다. 누군가를 맞이하는 태도를 시각화하는 매개로 활용했다. 천장과 벽면을 타고 스며드는 빛, 절제된 재료와 정돈된 제품 배치가 더해지며 공간은 마음을 담아 건네는 선물 상자처럼 느껴진다. 라이팅 월에는 호랑이와 거북이, 잉어와 학을 포함한 길상 문양 텍스타일이 적용돼 브랜드의 세계관을 공간 안으로 확장한다.

쇼룸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또 한 번 전환된다. ‘은경(銀鏡)’을 활용해 서로를 끝없이 비추는 구조는 실제 면적 이상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끊임없이 순환하며 이어지는 인연과 윤회를 공간감으로 옮겨놓는다. 반복적으로 맞물린 알루미늄 프로파일은 전통 문양의 패턴을 형성한다. 금속 프레임 위에 묶인 끈은 선반의 기능을 수행한다. 동시에 브랜드의 핵심 모티프인 ‘실과 매듭’을 구조적으로 드러낸다. 전통 매듭의 방식을 장식이 아니라 기능으로 풀어냈다.
또한 조립과 해체가 용이한 모듈형 알루미늄 디스플레이 구조를 적용해 공간의 재사용 가능성을 높였다. 빠르게 소비되고 폐기되는 상업 공간의 관성과 거리를 두는 선택이다. 전통 매듭이 지닌 연결과 지속의 가치를 구조의 차원에서 다시 옮긴 셈이다. 공간 끝에는 주방과 연결되는 창이 자리한다. 제작 과정의 움직임은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지만, 은은하게 비치는 장면만으로도 제품에 담긴 시간을 짐작하게 만든다.

촘촘이 쌓아 올린 모든 장면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공간 안에서 경험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입구의 문고리를 잡는 순간부터 은경으로 확장된 쇼룸을 지나 선물을 건네받기까지, 논스페이스가 설계한 시퀀스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담는 시간을 물리적 동선 위에 펼쳐놓는다. 빠른 소비와 즉각적인 연결이 일상이 된 시대, 촘촘은 천천히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제안한다. 잊고 지낸 관계의 온기는 공간 안에 촘촘하게 엮여 있다.
촘촘 서울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길 64 1층
운영 시간 매일 10:00 – 19:00
설계·시공 논스페이스
브랜딩 논스페이스
사진 박유천
웹사이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